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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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 사회의 전통과 충돌한 정약전, 황사영 등 지식인들의 내면을 다룬다. 서양문물과 함께 들어온 천주교는 조선 후기 혼란을 극복하고자 지식인들의 새로운 대안이었다. 정약전은 천주교를 배반하고 흑산으로 유배되고 <자산어보>를 쓴다. 흑산은 너무 깜깜해 무언가 희망을 보이는 자산이라는 말을 썼다고 했다. 얼마나 삶이 답답하고 깜깜했을까?

 처음에는 다소 문체가 생소해 빠져드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금방 해결되었다. 이 책은 여러 사람의 관점에서 바다냄새, 흙냄새, 그리고 사람냄새를 마구 풍겼다. 정약전의 조카사위이자 조선 천주교회 지도자인 황사영의 삶과 죽음을 통해 그 당시 치열하고 눈물나는 신앙생활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가슴이 아팠다. 무엇이 그토록 모진 매와 죽음을 이겼냈을까?

 어렸을때부터 나는 천주교를 믿었다. 어머니를 따라 다닌 성당. 습관처럼 미사를 보았고, 복사도 섰다. 그냥 성당의 분위기가 좋았고 편했다. 한때는 신부가 될 정도로 열심히 종교생활을 했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부터는 신이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기나긴 시간동안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하느님은 나를 부르셨다.

 나는 왜 천주교를 믿는가? 다시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처절하게 자신의 신앙을 지켜냈던 수많은 성인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살았던 홍성도 그 역사적 현장이었다는 사실에 느낌이 새로웠다. 지금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부끄러워진다. 그분들에게 마음모아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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