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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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전에 빌린 책들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가 빌린 책이다. 내가 도서관을 사랑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물론 어떤 책을 빌리러 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만나게 되는 책들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나름 목적 있는 독서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그것이 책 읽는 이들의 즐거움이 아닐까.

 

아마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저자가 에코이기 때문이리라. 숱한 저자들일 책을 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뜻 집어 들지는 않는다.

 

이 세계적인 석학은 정보 과잉과 극단적 소비의 시대를 유동 사회(Liquid Society)라고 명명한다. 우리 현대인은 소비하기 위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우리는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끊임없이 사들이고, 방치하고 결국 폐기한다. 저자의 주장 대로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핸드폰은 이미 우리의 눈을, 귀를 그리고 심지어 성기까지 대신할 판이다.

 

에코는 또한 SNS와 너튜브 시대에도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자신은 트위터를 하지도 않는데, 자신을 사칭한 이들이 암약하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 공간이라는 점을 꼬집는다. 그렇다면 그를 사칭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유명세가 아닐까? 며칠 전 들은 팟캐에서는 인별그램을 보면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이 필라테스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필라테스와 빡센 다이어트로 만들어진 환상적 몸매는 버추얼 공간에서 자산이 된 지 오래다. 누군가의 고통이 나에게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동영상을 찍어 너튜브에 올릴 생각을 하지 말고, 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대가는 말한다. 진짜 넘쳐 나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적합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에코 선생은 자신의 책에서 미친 세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표현은 역자와 출판사의 작품일까? 그것이 좀 궁금했다. 에코 선생은 어느 인터뷰에서 당시 이탈리아 총리였던 베를루스코니가 히틀러 같다는 비유를 적당하게 만들어서실은 언론을 준엄하게 꾸짖기도 한다. 기자가 지식인의 속마음까지 넘겨짚어서 기사화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긴. 세 개나 되는 신문사들이 경쟁적으로 사실을 마음대로 왜곡하고 주작질도 마다하지 않는 언론 현실에 빗대어 본다면 그 정도는 애교지 싶지만 말이다.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광풍처럼 몰아닥치는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많다. 에코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세계는 거의 우연으로 만들어진 세계다. 그런데 어떤 우연들이 겹친다고 해서, 누군가가 어떤 사적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거 없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음모와 비밀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가령, 미국의 달나라 착륙에 대해 여전히 불신하는 이들이 있는데 만약 그랬다면 당시 가장 유력한 라이벌이자 검증할 실력까지 있었던 소련이 가만 있었겠냐는 것이다. 지금은 퇴임한 어느 나라 대통령 역시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낭설들을 퍼뜨리는데 앞장섰다가 결국 선거에서 지고 초라하게 물러나지 않았던가. 자신의 본거지를 남부의 어디로 옮겨 권토중래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더 이상 정치판에 나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시 대가는 대가라는 생각이 에코의 글들을 접하면서 불쑥불쑥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이 작가의 빛나는 문장들과 사유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베를루스코니 같은 B급 정치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끝으라는 말로 점잖게 그는 조언한다. 내추럴 본 관종을 자처하는 그런 인물들에게 언론이나 대중이 주는 관심 자체가 과분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도 그와 유사한 인물들이 준동하고 있는데 그들에게도 에코 선생의 처방전을 주문하고 싶다. 보수언론의 지면이고 자신이 그렇게 애착하는 SNS고 간에 뭐라고 떠들어 대건 간에, “똥싸개타령을 하던 에코의 어머니가 하셨던 대로 그냥 무시하라는 거다. 나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다. 내가 던진 일말의 관심과 비판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꼴은 도저히 못 보겠다.

 

모바일폰에 대항하는 책의 시대가 끝났다는 타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사랑하는 책은 꿋꿋하게 이 위기의 시절을 버티어 가고 있다. 수백년 전의 책들은 여전히 우리의 곁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80년대 초반에 등장한 플로피 디스크를 읽어낼 수 있는 컴퓨터는 이제 더 이상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정전이라도 된다면, 그 현란한 정보 검색과 숱한 기능을 자랑하는 이북을 필두로 한 전자기기들은 모두 쓸모 없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라는 게 현자의 고언이다. 우리가 신주 단지 모시듯 떠받드는 CD나 엄청냔 대용량을 자랑하는 USB도 마찬가지란 말씀. 나만 하더라도 오래 전 100메가 짜리 ZIP 디스켓이나 1기가 짜리 재즈 드라이브가 출현했을 때 얼마나 경이롭게 느꼈던가. 지금은 손톱만한 사이즈의 USB들이 그 이상의 저장 용량을 자랑한다. 앞으로 저장 매체 기술의 진보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저장된 정보의 유용성과 유효기한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는 점도 에코 선생은 예리하게 지적한다.

 

정보 과잉의 시대, 에코 선생은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가짜 뉴스들에 대해서도 경계하라는 말씀을 잊지 않는다. 예전에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전파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범지구적 차원의 가짜 뉴스가 횡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팩트 체크에 좀 더 신중하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아니 그런데 그런 팩트 체크를 담당해야할 언론이 나사서 투박한 스타일로, 자신이 예전에 썼던 기사에도 반하는 가짜 뉴스들을 앞장서서 전파한다면? 그야말로 쉬르리얼스틱한 현재가 아닌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로 그런 미친 세상일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에코 선생은 우리가 숱하게 읽어대는 책들에 대해 우리가 책장을 덮자마자 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었다. 나같은 책쟁이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지 모르겠다. 그렇다, 우리는 무당파의 대사부 장삼봉 앞에서 신묘한 태극권을 연마하는 장무기 같은 선수들일 뿐이다. 읽고 상상하고 잊어라. 그러다 보면 구원에 도달할 지도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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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과거가 되어 버린 지난 2월에는 모두 12권의 책을 만났다.

예전에 읽은 책들도 있었고... 12권 중에 그래픽 노블이 4권이다. 고양이 캐리커처 책도 한 권 읽었고. 고양이 그림도 쓱싹쓱싹 그려 보기도 했다.

나에게 그림 소질은 없는 것으로.

 

이 책 저 책 시작은 많이 했는데 마무리를 못한 책들이 제법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수차례 시도한 끝에 다 읽을 수가 있었다.

너무 많이 초반부를 읽어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말하던 광휘는 만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뭐 책읽기는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

 

문지의 대산세계문학총서는 만날 사기만 하고 제대로 읽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코롤렌코의 <맹인 악사>는 다 읽었다. 아마 분량 탓이거니 하련다. 쟁여둔 리온 포이히트방거의 <고야>도 읽어야 하는데. 어디 그런 책들이 한 둘이랴.

 

2월에 만난 최고의 책은 자크 아탈리의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그리고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어느 독일인 이야기>였다. 후자는 작년엔가 결국 중고책방에서 사서 쟁여 두었다가 무슨 마음에서인지 읽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 패전부터 히틀러의 부상에 이르는 시절에 대한 소시민의 눈으로 본 육성 증언은 당대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나의 시선을 교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살만 루슈디가 다시 쓴 천일야화 덕분에 알게 된 중세 무슬림 철학자 이븐루시드/아베로에스를 추적하던 중에 알게 된 자크 아탈리의 책은 정말... 물론 책의 절반 지분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유대철학자 모세 벤 마이문의 몫이었다. 그래서 또 모세 벤 마이문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책쟁이들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달에도 역시나 읽을 책들이 대기 중이다. 우선 가장 먼저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을 필두로 해서 로베르트 무질의 <소년 퇴를레스의 혼란>은 일단 주문해 두었다. 귄터 그라스의 <고양이와 쥐>는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가을>도 희망도서로 신청하려고 하는데 아직 뜨지 않았다.


3월에도 열심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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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01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 독일인 이야기>궁금하네요!<그리스인 조르바>는 대기중인데 광휘를 발견할수도 있는 책이군요. 정리해주시니 저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

레삭매냐 2021-03-01 11:37   좋아요 2 | URL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책은 국내에
모두 4종이 나와 있는데 그 중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아무래도 너무
오래 전에 쓰여서 요즘 PC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scott 2021-03-01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로 집콕 시간이 길어져서 책읽는 속도에 가속이 붙을줄 알았는데,,쌓여만 가네요 출퇴근 이동중 여행중에 책 읽는 량이 더 압도적이였음 ㅋㅋ 여전히 책쟁이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압도해버리는 1人 매냐님 그래도 2월 유독 짧은달 12권이면 많이 읽으신것임 3월에도 아자!

레삭매냐 2021-03-01 11:39   좋아요 3 | URL
맞삽니다. 집콕한다고 해서 마냥
책만 보는 것은 아닌 것으로.

지난 달에는 스타워즈 외전 시리즈
인 <만달로리안> 시즌 1과 2를
정주행하다 보니 또 책을 멀리하게
되어 부렀네요 ㅋㅋㅋ

저도 격하게 공감하는 바가, 예전에
출퇴근이 길던 시절에 정말 죽어라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미췬듯이.

새파랑 2021-03-01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정리하니까 좋네요. 전 그래도 2월에 20권 정도 읽은거 같은데(예전에 읽은책들이 있지만) 언제나 책사는 속도를 이길수 없는듯 ㅜㅜ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 어느 독일인 이야기 보관함에 넣어야겠습니다 ㅋ

레삭매냐 2021-03-01 11:43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책쟁이들은 허구헌날
책사기에 집중하다 보니 책읽을
시간이 없더라는 변명... 뭐 그렇다고
합니다.

이번 주에 배송될 세 권의 책들을
(타타르인의 사막, 소년 퇴를레스의 혼란
그리고 인도로 가는 길) 기대해 봅니다.

새파랑 2021-03-01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네요 ㅜㅜ 이번주에 배송될 책들이 ★5개 이길 기원하겠습니다~!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 절판이군요ㅜ )

레삭매냐 2021-03-02 10:42   좋아요 1 | URL
일단 이번 주에 도착 예정인 책들이
3권이고요...

마르케스의 신간 <족장의 가을>은
오늘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습니다.

도서관 희망도서도 5권이나 되네요 :>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 2018년 행복한아침독서 선정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10
파비앵 그롤로 & 제레미 루아예 지음, 이희정 옮김, 박병권 감수 / 푸른지식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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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에 미친을 넣었다면 아마도 부정적인 의미가 아닐까. 19세기 미국 전역을 돌며, 북미 대륙에 사는 400여종에 달하는 거의 모든 새들을 그린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존 제임스 오듀본(1785~1851). 아이티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그는 나폴레옹 군대의 징집을 피해 신대륙으로 망명했던 것 같다. 원래 이름은 장 자크였다고 하지. 존 제임스는 그러니까, 미국식 이름인 셈이다. 그래픽 노블에서 아내 루시는 그를 라포레라고 부른다.

 

장 자크가 신생국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곳은 새들의 천국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리라. 아직 개발에 의한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새들이 살아온 터전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곧 대대적인 서부 개척 시대를 맞이하면서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이 훼손되고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그곳에 살던 동물들 역시 멸종되거나 서식지를 잃게 되었다.

 

증기 제재소에 투자했다는 장 자크는 처음부터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새들만이 그의 관심사였다. 사랑하는 아내 루시와 자식들마저 내팽개치고 장 자크는 자연 상태에서 살아 숨쉬는 새들을 포획하고, 그리기 위해 켄터키를 떠나 미시시피와 미주리 일대를 여행한다.

 

어디선가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판단하지 말라는 글을 본 것 같은데, 19세기만 하더라도 자연보호와 동식물 보존은 그야말로 꿈곁 같은 소리였나 보다. 장 자크는 자신이 목표물인 새들을 그리고 관찰하기 위해 살상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사냥은 요즘으로 치자면 자전거 타기나 탁구 혹은 인라인 스케이트 같은 여가활동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수습생인 조지프와 현지인 가이드 쇼건을 앞세운 장 자크는 미지의 세계 탐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폭풍우를 만나 귀중한 그림을 잃을 뻔 하기도 하고, 향토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면서도 평생의 꿈인 새 관찰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자신이 그린 새 그림을 더 귀중하게 여겼는 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구사하겠다는 일념 아래, 푸른 어치를 해부하고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리려는 노력에 쇼건은 죽음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한 때 자신의 동지였던 알렉산더 윌슨(1766~1813)과의 경쟁 구도도 흥미롭다. 윌슨의 <미국의 조류> 때문에 박물관 관료들은 더 이상 오듀본의 책에 투자할 마음이 없었다. 그의 그림들이 예술적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자연주의적이 아니라고 이유로 출간을 거절한다.

 

결국 자신의 두 번째 조국이었던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오듀본은 시선을 구대륙으로 옮긴다. 영국에서는 자신이 그린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을 제대로 출판할 수 있게 된 오듀본은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한다. 자고로 선지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한 성경의 구절이 연상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미국의 새들>(국내에서는 <북미의 새>(The Birds of America:1827~1839)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은 희귀본으로 지금은 권당 100억에 육박하는 그런 진귀한 책 대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 굳이 반 고흐의 케이스를 예로 들 것도 없으리라. , 영국에서 오듀본은 어느 젊은이를 만나 자연으로 가 직접 새들을 관찰하라는 충고를 해주는데 그의 이름이 다윈이었다고 한다. 진짜 있었던 일인지 궁금하다(영문판 위키피디아를 검색해 보니, 오듀본의 영국 강연 중에 학생이었던 찰스 다윈도 참석했었다고 한다).

 

새의 관찰과 그리기에 40년 그리고 출판에 12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장 자크는 결국 아내 루시에게 돌아와 말년을 보내고, 영면에 든다.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장 자크처럼 꼭 그렇게 새를 총으로 쏴서 잡아야 했을까? 덫이나 올무로 잡은 다음 충분히 관찰하고 나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안 되었을까? 한 때, 북미 대륙의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았다는 나그네 비둘기도 그런 식으로 결국 1914년에 멸종되었다. 지금은 그의 이름을 딴 자연보호협회들이 지구별의 남은 동식물들을 지키기 위해 맹렬하게 정진하고 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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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2-27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곤충채집이라고 잠자리, 매미 등을 잡아서 제출하는 방학숙제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해보면 이러한 교육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닌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닌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레삭매냐 2021-02-28 07:17   좋아요 1 | URL
저도 어려서 곤충채집한답시고
메뚜기며 잠자리며 잡으러 다니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잠시 자연에 머물다 가는 인간이
너무 자연을 훼손하며 사는 게
아닌가 싶어 반성하게 됩니다.

유부만두 2021-02-28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리의 발견> 660쪽에 ‘오더번 협회’ 이사로 레이첼 카슨이 선출되는 이야기가 나와요. ^^

레삭매냐 2021-03-01 16:43   좋아요 0 | URL
대단하십니다 - 그 두꺼운 책을 ㅋ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켈플러
였네요. 수학 쪽에서는 거의 신급
이던데 :>

레이첼 카슨의 책들도 읽어야 하는데
당장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네요.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자크 아탈리 지음, 이재룡 옮김 / 사월의책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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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약 살만 루슈디의 <28개월 28일 밤>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영영 모르고 살았으리라. 그 책에서 만난 이븐 루시드/아베로에스의 실존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자크 아탈리의 이 탁월한 소설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로 인도했다. 책을 읽다가 만나게 되는 이런 우연이야말로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참고로 프랑스 외무부와 주한프랑스대사관의 지원으로 11년 전에 만들어진 이 책은 지금 절판 상태다. 이렇게 좋은 책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책 중의 하나인 타리크 알리의 <석류나무 그늘 아래>(이 책도 절판됐다)가 이슬람이 지배하던 안 안달루스의 종언을 증언하고 있다면, 자크 아탈리의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는 이슬람 안 안달루스 지배의 절정기를 그린다.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은 유대인 사상가 모세 벤 마이문과 이슬람 의사이차 철학자인 이븐 루시드, 서구에는 아베로에스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두 사람 모두 위대한 철학자 선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신봉자라는 점을 사전에 알려주고 싶다.

 

이들이 생존해 있던 12세기, 안 안달루스는 알모아데족을 중심으로 보라산의 종교지상주의자 알 가잘리의 사상을 추종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이 지배하고 있었다. 어느 시절이고 종교적 광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불편하게 만든다. 알모아데 제국의 수도 코르도바는 그동안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를 믿는 이들이 조상 대대로 조화를 이루고 살아온 문화와 학문 그리고 사상의 중심지였다.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된 종교적 관용은 제국을 번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알모아데 정권의 광신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코르도바의 이교도들과 이단들을 심판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특히, 고향인 팔레스타인을 떠나 안 안달루스에 무슬림들 보다 먼저 건너와 살던 유대인들이 첫 번째 타겟이 되었다. 의학과 상업에 특화된 민족이었던 유대인들이 제국 경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유대인들은 레온-카스티야-아라곤 같은 기독교 왕국보다 그동안 관용적인 모습을 보여온 이슬람 정권에 더 호의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알모아데 정권이 종교적 광신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개종, 이주 혹은 사형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앞두게 되었다.

 

모세의 외삼촌 엘리파르가 광신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그리고 외삼촌이 사형당하기 전에 십대의 영민한 조카에게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정수를 전해 주면서, 모험과 12세기 매혹적인 알 안달루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중에 드러나게 되지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이성과 과학적 사고로 인간과 신의 영역 그리고 우주 생성의 비밀까지 아우르려고 했던 위대한 철학자가 인류에게 남긴 책을 찾는 미션에 관한 것이다. 이 얼마나 우리 같은 책쟁이들을 유혹하는 말이던가. 세상의 모든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있는 책이라고 하는데 만나고 싶지 않은 책쟁이가 있단 말인가. 결국 코르도바의 유대인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할 운명이었다.

 

엘리파르는 조카에게 몇 가지 단서들과 알렉산더와 제우스의 얼굴이 새겨진 희귀한 테트라드라크마 한 닢을 남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미션은 너무나 위험한 임무였다. 책을 찾아 나선 구도의 길에 숱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위험한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크기에 모세는 톨레도와 툴루즈 그리고 나르본을 거치는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이븐 루시드에게 알모아데 제국의 실력자 이븐 투파일이 같은 테트라드라크마를 건네주면서 같은 책을 찾으라고 명령한다. 진리를 추구하던 철학자였던 이븐 루시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의사이자 대범한 철학자였던 이븐 루시드는 이성과 계시의 경계에서 전자에 무게중심을 둔 발언으로 언제라도 이단으로 몰려 사형대에 오를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종교지상주의자들에게 이븐 루시드는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권력자들의 비호가 없었더라면 그 역시 엘리파르처럼 화형대에 올랐을 지도 모르겠다. 기독교 종교재판 이전에, 이미 무슬림 세계에서도 화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술한 <절대적 영원에 대한 논고>를 찾아 헤매던 두 젊은이는 십여 년에 걸친 긴 여정 끝에 결국 알모아데 제국의 수도 페스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으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추구하던 보편적 진리의 신봉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던 이들은 경쟁자로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무하마드 이븐 루시드는 이슬람 국가가 진보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광신이 아닌 이성과 과학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의 광풍이 몰아닥치던 12세기에 그런 합리적 사고가 설 자리는 없었다. 아마 이븐 루시드를 후원하던 제국의 총리 이븐 투파일이 없었다면 이븐 루시드는 진즉에 이단으로 몰려 처형당했을 것이다.

 

무슬림 제국의 무슬림으로 살았던 이븐 루시드에 비해 어디에서고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모세 벤 마이문은 12세기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상징하는 그런 인물이다. 삼촌에게 일찍이 비밀결사 후보자로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지식과 비범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던 모세는 위험천만한 인간이 쓴 것에 가장 중요한 책을 찾는 여정에 나선 것은 우주와 인간 그리고 종교에 대한 진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슬림들의 핍박에 맞서 자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무력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열혈청년 모세의 동생 다비드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로마제국에 대항해서 무력투쟁에 나섰던 마사다 요새를 언급하며 단검 던지기를 수련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훗날 홀로코스트에 무력했던 유대인 공동체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 비밀 결사단의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밀의 책을 찾는 두 주인공의 모험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것이 종교적 광신에 대항하는 이성의 대표선수들인 모세와 이븐 루시드의 현란한 대화다. 소설에서 최고의 압권은 모든 비밀의 끈을 쥐고 있는 페스의 저명한 랍비 이븐 슈샨의 두 주인공에 대한 시험이 아닐까 싶다.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물론 그에 뒤따를 존재론적 허무주의에 대해서는 각자의 유의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주요한 모티프로 등장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처럼, <절대적 영원에 대한 논고> 역시 자크 아탈리가 만들어낸 허구의 책이다. 자그마치 소르본 대학 출신의 인문학자 자크 아탈리는 12세기 알 안달루스와 마그레브를 배경으로 위대한 예언자가 남긴 불멸의 책을 찾는다는 가설에 입각해서, 다양한 소재들을 절묘하게 배합한 불후의 드라마를 창조했다. 아니 넷플릭스는 이런 이야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영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식인들의 갖가지 욕망이 충돌하는 가운데, 종교적 광신에 저항하는 이성과 과학의 결합이 궁극의 선에 도달한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권력자 이븐 투파일과 철학자 이븐 루시드의 대화 중에 나오는 좋은 소설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쓰인다는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당연히 내가 만난 올해의 책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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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이럴 수가 있나 그래...

오늘도 여느 때처럼 두둑하게 램프의 요정께서 하사하신 적립금을 사용하기 위해 신간 코너를 뒤지고 있었다.

 

원래 나의 타겟은 조르조 바사니의 <성벽 안에서> 중고 책이었다. 다만, 2,000원 배송료 때문에 잠시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이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서는 E.M.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과 함께 시원하게 내질렀다.

 

사실 디노 부차티의 이 책의 존재는 악명 높은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를 펴낸 새물결 출판사에서 문학의 우주인가 하는 시리즈로 나올 거라고 했었는데... 출간 예정만 되고 결국 엎어졌나 어쨌나. 결국 나올 책은 나오게 되는구나.

 

그렇게 이 책의 존재를 알고서, 정말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졌다.

194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야만인>은 두 번이나 읽었네 그래.

 

[디노 부차티] 19061016일 벨루노 출생, 1972128일 로마 사망

 

이탈리아 출신의 저널리스트, 드라마작가, 단편소설 작가 그리고 소설가로, 디노 부차티는 자신의 경력을 1928년 밀라노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서 시작했다. 1933<산의 바르나부스>1935<고대 숲의 비밀>은 전통적 사실주의에 입각해서 집필한 산에 대한 소설이다.

 

역시 그의 대표작은 1940년에 발표된 <타타르인의 사막>으로 결코 오지 않을 적을 기다리는 국경수비대에 대한 소설이다. 후퇴할 수도, 전진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자세한 건 다음 주에 책이 도착하면, 읽어 보면 되겠지.

 

빨리 도착하면 이번 연휴에 다 읽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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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6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2-27 09:11   좋아요 0 | URL
오 저도 몰랐던 사실이네요.
문구류도 살 수 있었군요 :>

이것저것 모았더니만, 안 쓰면
바로 사라지는 적립금이 상당해서
도저히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2021-02-26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2-27 09:12   좋아요 0 | URL
네, 오랫 동안 출간이 되길 기다려
오던 작가였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요.

시칠리아의 무슨 곰인가 하는 책도
있다고 하던데... 그 책의 출간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