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 20세기를 뒤흔든 3대 혁명적 사상가
강영계 지음 / 멘토프레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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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철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대학 시절 내내 철학이랑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어! 라고 당차게 외치면서 철학에 대한 몰이해를 마치 무슨 자랑인 것처럼 떠들고 다녔었는데, 졸업하고 나서 한참이 지난 뒤에 이렇게 철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멘토프레스에서 출간된 강영계 선생의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이라는 책과 만나게 되었다. 아마 본격적인 철학과의 만남을 위한 워밍업이라고 해야 할까? 우선 이 책을 통해 현대철학계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명의 철학자(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철학자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가에 대해 호기심이 증폭했다)들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이 책을 고르게 하는데 크게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첫 번째로 등장하는 칼 마르크스. 예수 그리스도 이래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는 인물이라는 카피라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깔고 있어서 그런 진 몰라도 마르크스를 읽으면서 그에 대한 사상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에 대해서는 복기할 수 있었고, 전혀 모르고 있던 사항들에 대해서는 배움의 기회였다고나 할까.

과학적 유물론에 입각한 사회주의 더 나아가서는 궁극적으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모토를 삼았기 때문에, 나폴레옹 전쟁 이후 보수적인 유럽 제국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척을 당했다. 본국인 프로이센에서는 일찌감치 추방을 당했고, 프랑스 파리 그리고 벨기에를 거쳐 결국 영국 런던에 정착하게 된다. 정치 경제 철학 쪽으로는 탁월한 분석과 현실 세계에 입각한 사회변혁을 꿈꾸던 마르크스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세계에서는 철저하게 무능한 가장으로 부인은 물론 아이들마저 가난 가운데 잃어버리게 된 비운의 가장이었다.

헤겔좌파에서 비롯된 그의 사상은 절대 정신에 근거한 관념론을 철저하게 부정하면서, 과학적 유물사관에 입각해서 사회적 단계 성숙에 따라 궁극적으로 사회혁명과 휴머니즘에 입각한 만민평등 사상을 그의 저작들을 통해 주장했다. 물론 당시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던 자본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 그의 사회주의 사상이 어떤 면에서는 틀린 면들도 있지만 자주적인 프롤레타리아들의 노동의 소외현상과 유산자(부르주아지)와 무산자(프롤레타리아) 계급간의 피할 수 없는 투쟁이라는 자본주의 본질을 꿰뚫은 그의 혜안은 이후 사회주의 발전에 지대한 미쳤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아쉬운 점 중의 하나는 마르크스가 마련한 이론적 토대를 근거로 해서 레닌이 주도했던 소련에서의 사회주의 혁명과 같은 실천적인 면을 다루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사실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가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다른 말로 불리듯이 두 인물의 사상이 바늘과 실 마냥 붙어 있다는 점을 연상시킨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다음으로는 초인(Übermensch:위버멘쉬)을 노래한 니체가 등장하게 된다. 아마 이 책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제대로 된 철학자라고 불릴 만한 이는 니체일 것이다. 하지만 철학에 대한 절대적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니체 편을 읽으면서도 솔직하게 말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마치 생쌀을 씹는 듯한 기분으로 넘어간 적도 많았다.

내가 니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초인 정도였다. 사실 초인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문자 그대로의 지식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니체가 25세에 바젤대학의 교수로 초빙이 되었으며, 삶에의 의지를 표명한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진정한 깨달음은 자신의 추구하는 바를 딛고 이겨 내는 것이라고 하듯이 니체 역시 결국에는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의 영향력을 극복하고 자신의 사상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니체 개인에 대해서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고모 그리고 누이들에 둘러 쌓여서 자라난 탓에 소심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말년에 가서는 결국 미치게 되었다는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을 통해 19세기말 합리주의와 기독교 종교와 같은 관념론들에 대해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 허무주의를 부정한다. 절대정신에 기인한 부정을 긍정으로 전도하면서, 초인(위버멘쉬)으로서 인간의 자발성과 결단성을 강조한다. 직관론과 운명애를 바탕으로 해서, 마르크스와 같이 철학의 과제가 세계를 해석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데 있다는 주장을 니체는 피력했다. 다만, 마르크스는 변혁에 있어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평등주의가 근본이었지만, 니체는 초인으로 대변되는 엘리트주의를 표방했다는 차이점을 보여 준다.

니체 철학의 중심을 이루는 초인(위버멘쉬)의 개념은 슈퍼맨과 같은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긍정적으로 삶과 세계를 인식하면서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를 극복한 ‘실존적 존재’를 상징한다. 초인의 길에 이르지 못한 우리들은 초인이 되기 위한 하나의 질료에 불과하다는 것이 니체의 생각이었다. 부족하지만, 이 정도로나마 니체 철학을 맛본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데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현대 정신분석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유태인이라는 신분상의 이유로 어려서부터 주류 게르만계 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 내던져졌다. 한니발과 크롬웰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았던 프로이트는 우수한 성적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했지만 독일 혹은 오스트리아에의 어느 곳에서도 대학교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많은 식구들을 부양하게 되는 가운데, 노이로제(신경증)와 히스테리 연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프로이트는 신경병리학자로써 드디어 무의식의 세계에 도전하게 된다.

1900년 수년간의 꿈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무의식의 세계를 연구한 끝에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명저를 내놓게 된다. 의식의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확대된 무의식이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프로이트는 성충동과 욕구충족의 상호 보완되는 개념들로 인간의 정신세계를 설명하기에 이른다. 무의식의 세계에 등장하는 욕구충족에의 희구는 의식적으로 검열과 은폐의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 프로이트 사상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은밀한 욕구일수록 의식은 그것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성충동의 근원으로부터 찾으려는 그의 리비도 이론에 그의 후계자로 생각되었던 칼 융 등이 반발하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거리를 둔 새로운 분석심리학의 장을 열게 된다. 프로이트의 이론과 가설들이 전적으로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미지의 세계로 알려져 온 인간의 의식세계를 과학적인 방법과 연구를 통해 파악하려고 했던 그의 선구자적 노력은 높게 평가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 강영계 선생의 주장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 명의 주인공들에 대한 공통점을 도출해낼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기존의 이성에 근거한 합리주의라는 미명 하에 통용되어져온 전통적 관념론에 도전하고 새로운 인간 중심의 사상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물론 분야는 달랐지만 각자의 영역 안에서 과학적 사회주의에 입각한 평등적 인간해방을, 가치 전도를 통한 초인(위버멘쉬)으로서의 긍정적 인간상을 제시하고, 유물론적 사고에 입각해서 무의식의 세계를 규명함으로써 종래의 질서와 가치들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이들이야말로 현대 철학의 기초를 닦아준 3인방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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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 - 《뉴욕타임스》신디케이트 기고 최신 칼럼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시대의창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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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과 관련되어서 개인적으로 잊지 못하는 기억이 하나 있다.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납치된 비행기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지는 장면을 보면서 열렬하게 환호해대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모습이 미국 전역의 텔레비전을 통해 끊임없이 방송되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어느 미국인이 분노를 느끼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건 언론이 아니라 이제는 기업화된 미디어의 철저하게 계산된 프로파간다였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에서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만행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미디어가 어쩌면 그렇게 시기적절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장면만을 일반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걸까. 바로 이 시각에서 노암 촘스키의 국가와 권력에 대한 질문들이 시작된다.

언어학자로 출발을 해서 행동하는 미국의 양심의 상징이 된 80세 노구의 학자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 전략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부시행정부의 명분 없는 혹은 조작된 아젠다로 시작된 이라크 침공은 미국에서 제2의 베트남이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이 세계의 악으로 규정한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후에도 그들의 사실상의 목표인 중동의 에너지 자원 다시 말해 석유를 장악해서 하루가 다르게 미국에 반항하는 그룹들의 목줄을 죄겠다는 것이 바로 이라크 침공의 본질임을 촘스키 선생은 역설하고 있다.

이미 투키디데스가 2000년 전에 말한 대로, 강대국들은 무엇이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면 약소국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를 입버릇처럼 외쳐대는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추구하는 지향점인 것이다. 대량살상무기를 없애기 위해 시작했다는 이라크 침공 결과, 그런 대량살상무기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부시 행정부의 날조가 드러나게 되자 이번에는 그 방향을 바꿔서 자신들이 지원하고 만들어낸 독재자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 민중을 구하고 아랍세계에 민주주의를 정착하겠다고 정책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런 주장 또한 현재 이라크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라크 사람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침략자’로 생각하고 있으며,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그렇게 원하는 민주주의 선거 또한 이라크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들이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권력을 차지하게 될까봐,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 석유매장량 2위에 해당하는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주권국가 이라크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갖은 책동을 다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자신들의 안마당이라고 생각해온 라틴아메리카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제2재무부라고 불린 IMF를 통해 간섭과 “실력행사”를 해왔다. 하지만 우고 차베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를 필두로 해서,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그리고 브라질의 룰라 등 사회주의 좌파정부들이 속속 수립되면서 외세의 개입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물결이 흘러넘치고 있다. 메르수코르(남미공동시장)이라는 경제블럭화를 꿈꾸면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간의 자주적인 연대와 협력이 증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써,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자원 공유와 쿠바가 제공하는 의료진과 교사들 간의 협력체계가 빈곤과 질병 그리고 문맹에 대항하는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어서 촘스키는 2차 세계대전 이래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팔레스타인으로 눈을 돌린다. 중동에서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정착촌 건설강행과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버금가는 분리장벽 건설이 중동의 장기적인 평화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촘스키는 지적하고 있다. 미국과 서구의 주류언론에 의해 테러조직이라는 악명을 달고 있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현실세계에는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거를 통해 합법적인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미국의 국민들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 내의 2개 국가안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비협조와 거듭되는 UN권고안에 대한 위반과 폭력은 이제 팔레스타인 지역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한편 미국 내의 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안즈를 휩쓸어 버린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재난관리청의 계속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재정압박으로 사전에 대비를 하지 못했던, 아니 할 수가 없었던 연방정부에 상당 부분의 책임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당시 폐허가 된 뉴올리안즈를 뉴스를 통해 본 미국인들은 아마 또 제3세계의 어디선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재해일거라고 생각을 했다던가.

게다가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엘리트 계층을 대변하고 있는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수의 부유층과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들의 정치 쇼라고 촘스키는 진단하고 있다. 엇비슷한 정책으로 변별점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정책 대결이 아닌 오로지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들을 보고 결정을 내리게 되는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촘스키가 제시하는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대안은 간단하다. 전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미국식 패권주의가 아니라 대화에 기반한 외교와 협상으로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면서 서로의 상충되는 이해점들에 대해 하나하나 해결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의 근간이다. 물론 ‘여기에서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식의 사고 하에서는 그 어느 것도 해결될 수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의 격차는 너무나 크기 때문에, 조만간에 그런 식으로 해결되리라는 보장 또한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하지만 촘스키 역시 철저하게 미국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조심스런 그러나 정신 나간 제안>에 나오는 이란을 제한적으로 무장을 시켜서 이라크를 침공하게 하자는 주장은 중화제국 이래 사용되어져온 전형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현대판 버전이다. 그 근간에는 왜 이라크를 침공해서 지배하는데 있어, 미국 젊은이들의 피를 흘릴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게다가 미국의 패권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이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역설을 하고 있는 점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잔영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1929년 이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를 통해 지난 20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와 정부의 불간섭주의를 외쳐 대던 목소리들이 사그러들고 있다. 동시에 동아시아와 유럽의 경제블럭들은 하나의 초강대국이 그동안 누려왔던 지위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 나라는 왜 새로운 천년에는 기존의 지배와 복속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현대판 선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지 않는지 여전히 알 수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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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낭만적인 고양이 트렁크 - 세계 로망 도시를 고양이처럼 제멋대로 여행하는 법
전지영 글.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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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나의 착각 하나. 제목만 보고서 고양이와 함께 한 여행기인줄 알았다. 더 황당한 생각은 트렁크에 고양이를 넣어 가지고 다니나 싶었다. 하긴 요즘에는 하도 벼라별 여행서적들이 다 나오다 보니, 뭐든지 ‘생각대로 하면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각설하고 30대 특이한 경력의 싱글 여성이 자신이 가본 세계의 여러 곳에서 엄선한(책을 읽으면서 파악한 그녀의 성격대로라면, 아마 자기 내키는 대로 고른) 6개 여행지가 차례대로 등장하게 된다. 교토-뉴욕-로마 그리고 시애틀-하와이-뉴질랜드 순으로. 그런데 왜 도중에 ‘그리고’란 접속사를 넣었는가 하면, 전반전의 세 곳은 나도 가봤기 때문이고 후반전의 세 곳은 미처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굳이 그런 분류를 해봤다. 역시 아무래도 가본 곳의 추억은 공유할 수 있기에.
 
이야기는 고양이로 시작을 해서, 고양이로 끝나게 되지만 여행 도중에 고양이를 끌고 다니진 않았다. 대신 지인들에게 탁묘를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비행기 승무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은이가 그린 일러스트에는 항상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나 같았으면 쉽게 디지털 사진으로 대체했을 사진이 들어갈 자리들을 그녀는 굳이 손이 많이 가는 일러스트로 대체했다. 어쩌면 바로 그런 점이 이 책을 여타의 여행서적들과 달리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추론해 본다.
 
보통 독스타일이신가요? 혹은 캣스타일이신가요?란 질문을 들을 기회가 생기는데 양쯔와 세쯔의 주인장인 지은이는 말할 것도 없이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각 장의 말미에 등장하는 고양이처럼 여행하는 법에서 지은이는 스프린트 여행자와 샤방 여행자로 여행자들을 두 부류로 나누었고, 자신을 당당하게 샤방 여행자로 분류했다. 여행을 하면서 아무 것도 안할 자유나 여유가 있을까? 미술관이나 유명한 관광지를 굳이 찾지 않더라도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에서 아침녘에 무위도식할 수 있는 여행자라면 그녀의 분류법에 따라 샤방 여행자로 무리지어질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지은이의 그런 샤방 여행자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 도시가 바로 시애틀이었다. 어느 한 도시에 정주하는 이가 아닌 뜨내기 여행자로서 시애틀을 보다 더 유명하게 만든 별다방 커피가 아닌 동네커피숍에 커피를 즐기는 여유는, 아마도 베테랑 여행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아우라의 현현일 것이다. 그네들의 삶의 기운이 풀풀 피어오르는 시장구경을 하고, 유명한 맛집이 아닌 그냥 내키는 대로 들른 식당에서 만나게 된 고소한 해물튀김 맛은 우리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내추럴 본 자유인으로서의 (지은이의) 모습은 어쩌면 유랑생활의 발단이 되었던 비행기 승무원 생활이 구구절절하게 그려진 하와이 편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너나 할 것 없이 레이를 목에 걸친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지상의 낙원 하와이에서 안분지족하는 삶을 읽으면서 내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다른 부분들에 있어서 공감하는 부분들이 꽤 많았는데, 단 한 가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니 로마 이야기에 등장한 미켈란젤로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더 낫다고? 개인적인 호불호겠지만,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조각만큼은 미켈란젤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미켈란젤로만한 조각가는 없다고 생각한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피에타상과 조우했을 때의 그 흥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미켈란젤로가 최고다.
 
너무 멋진 일러스트들이 넘실대고, 촌철살인 스타일의 유머들이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고양이 트렁크’ 속으로 뛰어 들어보자! 참, 트렁크 안에 고양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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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로드 - 길 없는 길 따라간 세계대학일주
박정범.권용태.김성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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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아마 2008년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여행서적들이 쏟아져 나온 해로 기억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책들의 출간은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행서적들이 범람하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참신하고,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소재를 다룬 책들이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소개할 <캠퍼스 로드>는 다른 책들과 변별점을 이루고 있다.

세 명의 청춘들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영어권 나라들의 대학들을 찾아가 그 대학교 학생들과 교류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출범시킨다. 사실 그들이 준비한 6개월간의 일정은 거의 세계일주 수준이었다. 아시아에서 출발을 해서 유럽 그리고 남미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커버하는 그들의 열정을 읽는 동안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우리는 항상 문지방에 발리 걸려 짧은 여정도 두려워하는데, 그들은 용감했다. 물론 원활하지 못했던 커뮤니케이션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붓글씨를 이용해서 각 나라 대학생들의 이름을 써주겠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한 이벤트는 정말 참신했다. 붓글씨를 정말 잘 쓰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이름이 씌여진 화선지(?)를 들고 카메라 렌즈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각국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아직은 요원해 보이기만 한 사해동포주의의 일면을 엿볼 수가 있었다.

물론 한 권의 책에서 무려 19개나 되는 대학들의 모습을 다 그려내겠다는 이들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조금은 버거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이 처음 작정했던 계획들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요즘 청년들이 보유한 불굴의 기개가 오버랩되는 기분이 들었다.

신자유주의 사고에 입각해서 보다 좋은 안정적이면서도 많은 보수를 받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최선이라는 사회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개인의 영달이 아닌 타인을 돕는 삶을 살기 위해 멀리 인도까지 가서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일행이 했던 인도 캘커타의 칼리가트 하우스에서의 일일봉사가 최고의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태국에서는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꿈의 장소라고 알려진 카오산의 실제 모습을 현지 대학생들의 시선을 통해 교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허상의 단면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고나 할까. 모든 일에는 좋고 나쁜 점들이 병존하지만, 그들이 상파울루에서 만났던 도나 빠울라 교수와의 일화를 읽으면서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어쩌면 지루해질 수도 여행기의 단점들은 다양한 경험과 특히 현지 대학생들과의 다이내믹한 대화와 관계가 펼쳐지면서 상쇄되는 느낌을 받았다. 하긴 그런 느낌이 들 겨를 없이 그들의 일정은 빡빡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들자면, 많은 사진들 가운데 세트로 실려 있는 작은 사진들이, 대개의 경우에 소개가 빠져 있었다. 저자들이야 실제로 가보고 경험한 곳들이니 사진들을 보기만 해도 척척 생각이 나겠지만 가보지 못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깊이가 좀 부족하지만, 4개 대륙 19개 대학교를 누비면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들의 포부와 노고는 그런 부족함들을 덮고도 남음이 있었다. 아무 이유가 없다, 젊어서 여행하고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견문을 넓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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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00배 즐기기 - 100배 즐기기 시리즈, City '08~'09 100배 즐기기
홍연주.홍수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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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파리에 두 번 다녀왔다. 첫 번째 나와 파리의 만남은 2003년 그리고 2007년 회사를 그만 두고 잠시 틈을 내서 두 번째로 찾았다. 처음 가서 부지런히 다녀서 나름 파리의 명소들은 다 돌아 봤다고 생각했지만 또 막상 두 번째로 찾으니 낯설게만 느껴졌었다. 두 번의 파리행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첫 번째는 첫 기착지여서 팔팔했었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여행을 마무리할 시점이라서 처음만큼 의욕적이지가 않았다. 작년에 <파리 100배 즐기기>가 내 수중에 있었다면 좀 더 파리다운 파리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지은이들인 홍연주, 홍수연이 각각 16번 23번이라는 경험에서 우러러 나오는 베테랑 유럽 전문여행가답게 오밀조밀하게 많이도 너무나 멋진 정보들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아낸 것 같다. 날씨로부터 시작을 해서, 복장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 부분을 보면서 나에겐 정말 추웠던 5월의 베를린 생각이 났다. 파리 명소 베스트 7에서는 첫 번째 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역시 기본 코스가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먹거리선에선 가장 먼저 마카롱 과자 생각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쁘렝땅 백화점에서 저걸 사먹었었지.

다음으로 여행자들의 시간에 맞춘 여행 코스들이 선보였고, 파리의 역사 그리고 영화 속에 무수히 등장하는 파리의 이모저모가 소개된다. 그런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꼭 필요한 정보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가면서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요 부분은 다른 책들과 중복되는 부분들이 많으니 가볍게 패스!

다음으로 파리 여행에 대한 기초 정보들을 제공해 준다. 빨래방 기억이 나는데 보통의 경우 민박집에 머물면서 빨래를 해서 그닥 어려움을 겪지 않았었다. 다만 니스에서는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네 빨래방을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이용시간을 숙지하고, 동전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젖은 빨래감들을 입고 다니게 될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할지어다. 다음으로 파리 시내에서 다닐 수 있는 교통수단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첫 파리행에서 샤를 드골 공항에 내려서, 표를 사지 못해서 쩔쩔 매던 기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정보들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개선문으로 시작되는 본격적인 파리 투어에서 내가 가보지 못했던 오랑주리 미술관(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관일이었다)과 노트르담 대성당(왜 가지 않았을까?)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읽어 두었다. 세 번째로 파리를 찾게 되면 꼭 보리라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아, 베르시에 있다는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에도 가보고 싶어졌다. 뭐 불어를 하지 못해서 얼마나 공감을 가질진 모르겠지만.

테마가 있는 여행코스에서는 역시 미술관의 도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미술관을 보유하고 있는 파리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작은 미술관들의 경우에는 가보지 못한 곳도 많았는데 <파리 100배 즐기기>를 통해 다양한 미술관들의 존재를 알 수가 있게 되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그런 미술관들을 찾게 되는 재미를 느껴 보고 싶어졌다.

여행에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는 먹거리 소개 코너는 또 어떠한가. 총천연색으로 펼쳐지는 군침이 자르르 흐르게 만드는 먹거리는 정말 눈이 다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좀 더 많이 먹거리들과 그 먹거리들을 파는 가게들에 정보를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보는 내내 떠나질 않았다. 몇 번 들렀던 카페에서는 불어를 몰라 내내 맥주만 시켜 먹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 줄줄이 이어지는 그 다양한 카페와 식당들의 소개를 급좌절을 경험했다, 난 도대체 파리에 가서 뭘 먹었던거지 하고 말이다.

책을 펼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338페이지부터 시작되는 “머스트 쇼핑 아이템”이었다. 역시 쇼핑에는 일가견이 있는 여인네들의 초이스라 그런지 정말 꼭 갖고 싶은 아이템들의 멋진 향연이 펼쳐졌다. 나중에 다시 한 번 파리에 가게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으리라 하고 굳은 결심을 다졌다. 게다가 상점들이 늘어선 거리지도와 상점들에 대한 다이제스트한 설명은 그야말로 거들 뿐. 엔터테인먼트 부분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그닥 관심이 가지 않는 부분이어서 이것도 살짝 패스!

마지막으로 역시 파리 시내뿐만 아니라 파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 올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해 주는 센스란! 그중에서도 모네의 집과 정원으로 유명한 지베르니와 몽 생 미쉘은 정말 꼭 가보고 싶다. 그런데 이런 코스를 돌려면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대미에는 파리에서 묵을 만한 다양한 가격대의 숙소들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정말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한인민박집을 골랐지만 아무래도 외곽에 있다 보니 시내 출입하는데 있어서 좀 어려웠던 기억이 났다.

<파리 100배 즐기기>를 읽는 내내 그야말로 파리행 ‘환상특급’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티 가이드를 읽게 되면 도지는 병이 다시 발발했나 보다. 어서 빨리 파리와의 세 번째 만남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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