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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 20세기를 뒤흔든 3대 혁명적 사상가
강영계 지음 / 멘토프레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철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대학 시절 내내 철학이랑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어! 라고 당차게 외치면서 철학에 대한 몰이해를 마치 무슨 자랑인 것처럼 떠들고 다녔었는데, 졸업하고 나서 한참이 지난 뒤에 이렇게 철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멘토프레스에서 출간된 강영계 선생의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이라는 책과 만나게 되었다. 아마 본격적인 철학과의 만남을 위한 워밍업이라고 해야 할까? 우선 이 책을 통해 현대철학계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명의 철학자(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철학자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가에 대해 호기심이 증폭했다)들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이 책을 고르게 하는데 크게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첫 번째로 등장하는 칼 마르크스. 예수 그리스도 이래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는 인물이라는 카피라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깔고 있어서 그런 진 몰라도 마르크스를 읽으면서 그에 대한 사상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에 대해서는 복기할 수 있었고, 전혀 모르고 있던 사항들에 대해서는 배움의 기회였다고나 할까.
과학적 유물론에 입각한 사회주의 더 나아가서는 궁극적으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모토를 삼았기 때문에, 나폴레옹 전쟁 이후 보수적인 유럽 제국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척을 당했다. 본국인 프로이센에서는 일찌감치 추방을 당했고, 프랑스 파리 그리고 벨기에를 거쳐 결국 영국 런던에 정착하게 된다. 정치 경제 철학 쪽으로는 탁월한 분석과 현실 세계에 입각한 사회변혁을 꿈꾸던 마르크스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세계에서는 철저하게 무능한 가장으로 부인은 물론 아이들마저 가난 가운데 잃어버리게 된 비운의 가장이었다.
헤겔좌파에서 비롯된 그의 사상은 절대 정신에 근거한 관념론을 철저하게 부정하면서, 과학적 유물사관에 입각해서 사회적 단계 성숙에 따라 궁극적으로 사회혁명과 휴머니즘에 입각한 만민평등 사상을 그의 저작들을 통해 주장했다. 물론 당시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던 자본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 그의 사회주의 사상이 어떤 면에서는 틀린 면들도 있지만 자주적인 프롤레타리아들의 노동의 소외현상과 유산자(부르주아지)와 무산자(프롤레타리아) 계급간의 피할 수 없는 투쟁이라는 자본주의 본질을 꿰뚫은 그의 혜안은 이후 사회주의 발전에 지대한 미쳤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아쉬운 점 중의 하나는 마르크스가 마련한 이론적 토대를 근거로 해서 레닌이 주도했던 소련에서의 사회주의 혁명과 같은 실천적인 면을 다루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사실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가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다른 말로 불리듯이 두 인물의 사상이 바늘과 실 마냥 붙어 있다는 점을 연상시킨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다음으로는 초인(Übermensch:위버멘쉬)을 노래한 니체가 등장하게 된다. 아마 이 책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제대로 된 철학자라고 불릴 만한 이는 니체일 것이다. 하지만 철학에 대한 절대적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니체 편을 읽으면서도 솔직하게 말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마치 생쌀을 씹는 듯한 기분으로 넘어간 적도 많았다.
내가 니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초인 정도였다. 사실 초인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문자 그대로의 지식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니체가 25세에 바젤대학의 교수로 초빙이 되었으며, 삶에의 의지를 표명한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진정한 깨달음은 자신의 추구하는 바를 딛고 이겨 내는 것이라고 하듯이 니체 역시 결국에는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의 영향력을 극복하고 자신의 사상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니체 개인에 대해서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고모 그리고 누이들에 둘러 쌓여서 자라난 탓에 소심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말년에 가서는 결국 미치게 되었다는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을 통해 19세기말 합리주의와 기독교 종교와 같은 관념론들에 대해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 허무주의를 부정한다. 절대정신에 기인한 부정을 긍정으로 전도하면서, 초인(위버멘쉬)으로서 인간의 자발성과 결단성을 강조한다. 직관론과 운명애를 바탕으로 해서, 마르크스와 같이 철학의 과제가 세계를 해석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데 있다는 주장을 니체는 피력했다. 다만, 마르크스는 변혁에 있어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평등주의가 근본이었지만, 니체는 초인으로 대변되는 엘리트주의를 표방했다는 차이점을 보여 준다.
니체 철학의 중심을 이루는 초인(위버멘쉬)의 개념은 슈퍼맨과 같은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긍정적으로 삶과 세계를 인식하면서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를 극복한 ‘실존적 존재’를 상징한다. 초인의 길에 이르지 못한 우리들은 초인이 되기 위한 하나의 질료에 불과하다는 것이 니체의 생각이었다. 부족하지만, 이 정도로나마 니체 철학을 맛본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데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현대 정신분석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유태인이라는 신분상의 이유로 어려서부터 주류 게르만계 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 내던져졌다. 한니발과 크롬웰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았던 프로이트는 우수한 성적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했지만 독일 혹은 오스트리아에의 어느 곳에서도 대학교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많은 식구들을 부양하게 되는 가운데, 노이로제(신경증)와 히스테리 연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프로이트는 신경병리학자로써 드디어 무의식의 세계에 도전하게 된다.
1900년 수년간의 꿈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무의식의 세계를 연구한 끝에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명저를 내놓게 된다. 의식의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확대된 무의식이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프로이트는 성충동과 욕구충족의 상호 보완되는 개념들로 인간의 정신세계를 설명하기에 이른다. 무의식의 세계에 등장하는 욕구충족에의 희구는 의식적으로 검열과 은폐의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 프로이트 사상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은밀한 욕구일수록 의식은 그것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성충동의 근원으로부터 찾으려는 그의 리비도 이론에 그의 후계자로 생각되었던 칼 융 등이 반발하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거리를 둔 새로운 분석심리학의 장을 열게 된다. 프로이트의 이론과 가설들이 전적으로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미지의 세계로 알려져 온 인간의 의식세계를 과학적인 방법과 연구를 통해 파악하려고 했던 그의 선구자적 노력은 높게 평가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 강영계 선생의 주장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 명의 주인공들에 대한 공통점을 도출해낼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기존의 이성에 근거한 합리주의라는 미명 하에 통용되어져온 전통적 관념론에 도전하고 새로운 인간 중심의 사상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물론 분야는 달랐지만 각자의 영역 안에서 과학적 사회주의에 입각한 평등적 인간해방을, 가치 전도를 통한 초인(위버멘쉬)으로서의 긍정적 인간상을 제시하고, 유물론적 사고에 입각해서 무의식의 세계를 규명함으로써 종래의 질서와 가치들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이들이야말로 현대 철학의 기초를 닦아준 3인방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