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낭만적인 고양이 트렁크 - 세계 로망 도시를 고양이처럼 제멋대로 여행하는 법
전지영 글.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나의 착각 하나. 제목만 보고서 고양이와 함께 한 여행기인줄 알았다. 더 황당한 생각은 트렁크에 고양이를 넣어 가지고 다니나 싶었다. 하긴 요즘에는 하도 벼라별 여행서적들이 다 나오다 보니, 뭐든지 ‘생각대로 하면 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각설하고 30대 특이한 경력의 싱글 여성이 자신이 가본 세계의 여러 곳에서 엄선한(책을 읽으면서 파악한 그녀의 성격대로라면, 아마 자기 내키는 대로 고른) 6개 여행지가 차례대로 등장하게 된다. 교토-뉴욕-로마 그리고 시애틀-하와이-뉴질랜드 순으로. 그런데 왜 도중에 ‘그리고’란 접속사를 넣었는가 하면, 전반전의 세 곳은 나도 가봤기 때문이고 후반전의 세 곳은 미처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굳이 그런 분류를 해봤다. 역시 아무래도 가본 곳의 추억은 공유할 수 있기에.
 
이야기는 고양이로 시작을 해서, 고양이로 끝나게 되지만 여행 도중에 고양이를 끌고 다니진 않았다. 대신 지인들에게 탁묘를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비행기 승무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은이가 그린 일러스트에는 항상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나 같았으면 쉽게 디지털 사진으로 대체했을 사진이 들어갈 자리들을 그녀는 굳이 손이 많이 가는 일러스트로 대체했다. 어쩌면 바로 그런 점이 이 책을 여타의 여행서적들과 달리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추론해 본다.
 
보통 독스타일이신가요? 혹은 캣스타일이신가요?란 질문을 들을 기회가 생기는데 양쯔와 세쯔의 주인장인 지은이는 말할 것도 없이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각 장의 말미에 등장하는 고양이처럼 여행하는 법에서 지은이는 스프린트 여행자와 샤방 여행자로 여행자들을 두 부류로 나누었고, 자신을 당당하게 샤방 여행자로 분류했다. 여행을 하면서 아무 것도 안할 자유나 여유가 있을까? 미술관이나 유명한 관광지를 굳이 찾지 않더라도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에서 아침녘에 무위도식할 수 있는 여행자라면 그녀의 분류법에 따라 샤방 여행자로 무리지어질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지은이의 그런 샤방 여행자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난 도시가 바로 시애틀이었다. 어느 한 도시에 정주하는 이가 아닌 뜨내기 여행자로서 시애틀을 보다 더 유명하게 만든 별다방 커피가 아닌 동네커피숍에 커피를 즐기는 여유는, 아마도 베테랑 여행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아우라의 현현일 것이다. 그네들의 삶의 기운이 풀풀 피어오르는 시장구경을 하고, 유명한 맛집이 아닌 그냥 내키는 대로 들른 식당에서 만나게 된 고소한 해물튀김 맛은 우리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내추럴 본 자유인으로서의 (지은이의) 모습은 어쩌면 유랑생활의 발단이 되었던 비행기 승무원 생활이 구구절절하게 그려진 하와이 편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너나 할 것 없이 레이를 목에 걸친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지상의 낙원 하와이에서 안분지족하는 삶을 읽으면서 내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다른 부분들에 있어서 공감하는 부분들이 꽤 많았는데, 단 한 가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니 로마 이야기에 등장한 미켈란젤로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더 낫다고? 개인적인 호불호겠지만,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조각만큼은 미켈란젤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미켈란젤로만한 조각가는 없다고 생각한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피에타상과 조우했을 때의 그 흥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미켈란젤로가 최고다.
 
너무 멋진 일러스트들이 넘실대고, 촌철살인 스타일의 유머들이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고양이 트렁크’ 속으로 뛰어 들어보자! 참, 트렁크 안에 고양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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