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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로드 - 길 없는 길 따라간 세계대학일주
박정범.권용태.김성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내 기억에 아마 2008년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여행서적들이 쏟아져 나온 해로 기억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책들의 출간은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행서적들이 범람하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참신하고,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소재를 다룬 책들이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소개할 <캠퍼스 로드>는 다른 책들과 변별점을 이루고 있다.
세 명의 청춘들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영어권 나라들의 대학들을 찾아가 그 대학교 학생들과 교류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출범시킨다. 사실 그들이 준비한 6개월간의 일정은 거의 세계일주 수준이었다. 아시아에서 출발을 해서 유럽 그리고 남미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커버하는 그들의 열정을 읽는 동안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우리는 항상 문지방에 발리 걸려 짧은 여정도 두려워하는데, 그들은 용감했다. 물론 원활하지 못했던 커뮤니케이션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붓글씨를 이용해서 각 나라 대학생들의 이름을 써주겠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한 이벤트는 정말 참신했다. 붓글씨를 정말 잘 쓰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이름이 씌여진 화선지(?)를 들고 카메라 렌즈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각국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아직은 요원해 보이기만 한 사해동포주의의 일면을 엿볼 수가 있었다.
물론 한 권의 책에서 무려 19개나 되는 대학들의 모습을 다 그려내겠다는 이들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조금은 버거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이 처음 작정했던 계획들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요즘 청년들이 보유한 불굴의 기개가 오버랩되는 기분이 들었다.
신자유주의 사고에 입각해서 보다 좋은 안정적이면서도 많은 보수를 받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최선이라는 사회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개인의 영달이 아닌 타인을 돕는 삶을 살기 위해 멀리 인도까지 가서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일행이 했던 인도 캘커타의 칼리가트 하우스에서의 일일봉사가 최고의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태국에서는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꿈의 장소라고 알려진 카오산의 실제 모습을 현지 대학생들의 시선을 통해 교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허상의 단면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고나 할까. 모든 일에는 좋고 나쁜 점들이 병존하지만, 그들이 상파울루에서 만났던 도나 빠울라 교수와의 일화를 읽으면서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어쩌면 지루해질 수도 여행기의 단점들은 다양한 경험과 특히 현지 대학생들과의 다이내믹한 대화와 관계가 펼쳐지면서 상쇄되는 느낌을 받았다. 하긴 그런 느낌이 들 겨를 없이 그들의 일정은 빡빡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들자면, 많은 사진들 가운데 세트로 실려 있는 작은 사진들이, 대개의 경우에 소개가 빠져 있었다. 저자들이야 실제로 가보고 경험한 곳들이니 사진들을 보기만 해도 척척 생각이 나겠지만 가보지 못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깊이가 좀 부족하지만, 4개 대륙 19개 대학교를 누비면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들의 포부와 노고는 그런 부족함들을 덮고도 남음이 있었다. 아무 이유가 없다, 젊어서 여행하고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견문을 넓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