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꼽은 10월의 기대작에 대해 이바구를 풀어 보련다.
일단 지금 선주문장을 날린 콜슨 화이트헤드의 <할렘 셔플>이다. 작가 이름만 보고 주문한 책이다. 말이 필요 없지 않은가. 무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꿀꺽하신 분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충격이었지만, 작년 가을에 만난 <니클의 소년들>은 끝장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게 좋은 글감을 아마 영화쟁이들이 그냥 놔두지 않으리라.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나중에라도 영화로 만들어지겠지. 책을 과연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참고로 아직 배송은 시작되지 않았다.
다음 타자는 UCLA 교수님인 에릭 재거(예이거:내가 본 동영상에서는 그렇게 들었다)가 2004년에 발표한 넌픽션 <라스트 듀얼>이다. 이 책은 곧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감독은 내가 사랑해마지 않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블레이드 러너>를 만든 리들리 스콧이다. 그가 <글라디에이터>의 감독인 것도 알고 있겠지.

1386년 프랑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다. 출판사는 오렌지디라는 곳으로 신생인지 아니면 어느 유명 출판사의 임프린트인지 모르겠다. 지금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의 출판사이기도 하다. 이 출판사 혜안이 있는 걸까? 이런 수작들을 잇달아 내놓다니 말이다. 아무래도 임프린트의 향기가 솔솔나는 그런 느낌.
스코틀랜드 원정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장 드 크루주(맷 데이먼 분)는 기가 막힌 소식을 전해 듣는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 마르그리트(조디 코머 분)가 라이벌 자크 르그리(애덤 드라이버 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르그리는 크루주의 절친이기도 했다. 물론 흐르는 시간 속에 이제는 원수가 되어 버렸지만. 지금도 다루기 힘든 사건을 중세 프랑스에서는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었을까? 범죄-스캔달-재판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의 마지막 결투 재판이었다고 하는데, 크루주가 르그리를 상대로 결투에 나선다고 하자 수많은 인파가 그들의 결투를 보기 위해 모여 들었다고 한다. 영화 트레일러에도 등장하는 크루주와 르그리의 결투 씨퀀스는 상당히 정교하게 고증이 잘된 편이라고 한다. 만약 크루주가 결투에 진다면 그의 아내 마르그리트는 위증죄로 산 채로 화형에 처할 판이었다. 자신의 명예와 아내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크루주는 반드시 르그리에게 승리를 거두어야 할 판이었다.
결국 이 책도 아마 주문장을 날려야할 것 같다.

3번 타자는 N. 스콧 모머데이의 <여명으로 빚은 집
>이다. 역시나 난생 처음 들어 보는 작가인데, 이 책은 현대 북미 원주민 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고 한다. 모든 책들을 다 살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이 책은 도서관 희망도서로...
마지막 4번은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책이다. 작년에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가 현대문학에서 소개되었는데 이번에는 오렌지디라는 출판사로 갈아탔다. 역자는 동일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마음에 든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가능하면 한 역자가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줄창 번역을 맡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래도 역자가 바뀌게 되면, 번역 소설을 접해야 하는 독자로서는 왠지 모를 당황스러움에 사로잡히게 되니 말이다.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최근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올해 부커 인터내셔벌 숏리스트 6개 작품 중의 하나로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다. 참고로 다비드 오빠, 아니 디옵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라틴 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두주자라고 하는데, 모두 12편의 단편이 들어 있다. 200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올해 영어로 번역되면서 부커 인터내셔널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이제 한 20일 정도 남은 10월 동안 이렇게 네 편의 소설을 읽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