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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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청명한 순간들. 삶과 사람들

 

어제는 지치도록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해가 난다. 그럴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어제 이른 저녁 무렵 비가 그치고 하늘에 쌍무지개가 뜬걸 보고나서 곧 비가 그칠 것을 예상했다. 문득 기억에 가물가물한 성경 한 구절이 생각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지개가 뜨면 비가 내리지 않을거라는....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달랐다. 무지개 뜬걸 보고나서 집을 나섰는데 여전히 비는 내렸다.

 

살아가면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조차도 우리에게는 모두 소중한 과거로 자리하게 된다는 생각은 딴은 거창할 것도 없지만 있는 그대로 조금은 속 깊어보이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내게도 그러한 한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소주 한잔 따라놓고 소주잔에 맺히는 작은 물방울이 잔을 타고 슬그머니 내려가는 걸 보면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일까. 왜 소주잔을 완전히 비우고나면 머리위로 잔을 거꾸로 탈탈 터는 행동을 했던 것일까. 알콜에 취해 발그레진 얼굴을 보면서 붉어진 얼굴이 혈색 있어 더 좋다, 했던 누군가는 아직 잘 살고 있으려나.

 

중국 작가 장자자의 소설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은 온도로 치자면 뜨겁지 않으면서도 차갑지 않은 적당한 온기로 포근하다. 색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강렬한 형광빛이나 보색 차원이 아닌 부드러운 파스텔을 연상시킨다. 에피소드 하나하나 뜯어서 들여다보자면 크게 특별하거나 상징적인 이미지는 없어보이지만 그냥 그대로 어여쁘다.

문득 내가 이런류의 소설을 좋아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갑자기 장자자의 책을 필사노트에 옮겨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했다. 그의 소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문장이고, 문장을 이어가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을까.

 

돈이 많은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사람 사는 건 매한가지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부자는 부자들끼리 행복하게, 가난한 이들은 가난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미와 그 와중에도 찾아볼 수 있는 ‘희망’이라는 것으로 함께 주어진 삶을 살아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 벌어지는 일에는 늘상 여자가 있고 남자가 등장한다. 그 둘 사이에는 애정의 진실한 사랑이 있으며, 혹은 애증의 불온한 사랑이 양념처럼 들어간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마무리하며, 상처를 주고 다시 받기도 하고, 아이는 청년으로 성장하고, 어른은 노인으로 늙어간다. 그게 삶이다.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은 소박하면서 가슴 찡하게 맑은 울림이 있다. 더욱이 살짝살짝 유쾌함과 위트를 가미한 작가의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을 조용히 두드린다. 심각한 스토리에 지친 뇌신경 세포들을 위해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고자한다면 장자자의 소설을 권한다.

답답한 일과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소설에 등장하는 복숭아나무 아래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친구삼아 달짝지근한 단술에 입술을 적시며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읽어보면 괜찮을 책이 아닌가 싶다.

잠깐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적어보자. 어려서 어머니를 멀리 타지로 떠나보낸 소년 류스산은 시골 작은 동네 윈벤진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날 소년 앞에 나타난 소녀 청샹. 이들의 유년시절은 작가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시킨다. 얌전하고 말없이 착해보였던 소녀 청샹은 시골 아이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을 시작하고, 류스산은 매번 그녀에게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뇌물로 바친다.

대학생이 된 이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또다른 시간을 보내는데 스산은 좋아하는 여인에게 이별을 통고 받고, 비루한 시간들이 그를 에워싼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집도 없고 가난한 청춘이 좌절의 바닥에 술병과 함께 온몸으로 뒹구는 장면은, 중경삼림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오래된 통조림을 뜯어 먹던 남자 주인공. 어두운 화면들..

 

그러나 작가는 그렇게 우울해하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할머니에 의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스산은 청샹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린 사기꾼으로 등장하는 치우치우와 함께 보험설계 사업에 몰입한다. 도회지에서 그 스스로를 그토록 좌절시켰던 갑의 행포는, 사랑의 연적으로 등장하는 승자의 정신적 폭행과 다르지 않았다. 이 모든 불합리에서부터 벗어나 당당하게 이겨내기 위해 그는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유일한 존재의 고향에 정착하게 된다.

 

얄미운 이에게는 한번쯤 눈을 흘겨도 된다. 못된 짓 하는 찌질한 사람한테는 평생 한번쯤 후회하지 않을만큼 복수해도 좋겠다, 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류스산 옆에서 언제나 그의 편이 되어주던 여자 청샹과 치우치우와 외할머니는, 오래시절 그에게 좌절감과 낭패감을 남기고 떠난 어머니의 부재를 극복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조력자의 역할로 그려진다.

즈거를 비롯해 니우따텐과 친샤오전, 마오팅팅과 그녀의 남동생 마오즈지에를 비롯한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애잔하면서도 곰살맞게 다가온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별개 있나. 맛있는 요리 먹으면서 행복해지는 시간에는 그냥 그렇게 웃으면서 행복해지는 게 답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듯 장자자의 이야기는 부드럽다.

 

실은 결말이 좀 아쉽기는 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 책은 온전히 작가의 의도가 짙은 책이다. 거기에 동참할 수 있다면 좋겠고, 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듯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참 예쁜 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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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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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사막의 망자들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존재하는 시선들

 

하드코어 스릴러 작품으로 생각나는 유일한 작품은 오래된 고전이긴 하지만 양들의 침묵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학생시절 교수는 양들의 침묵을 분석하는 수업을 진행했었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질문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우스갯소리지만 나는 당시 교수한테 모나게 들이대던 착하지 않았던 학생 중 하나였다. 교수의 생각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서 나온 근거 없는 당찬 고집인지 모르겠다. 시작부터 학생들 의견과 자존심을 무시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 같은 그녀의 아집과 소통불가의 수업 분위기가 싫었던가보다. 작품 속 한니발의 심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을 이야기했지만 그녀에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그리고는 뒷 번호의 학생들을 호명하다가 결국은 나올 것은 다 나왔다, 는 말로 프로이드의 이론과 콤플렉스의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꽈배기처럼 꼬여서 들이대기 좋아했던 나는 이미 미운털이 박힌 학생이었던가 보다.

 

당시 양들의 침묵은 꽤나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분석과정을 통해 작품을 들여다보다보면 평소에 잘 보이지 않는 미묘한 차이나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구도와 흐름을 알 수가 있는데 매번 그렇게 시험보듯 볼 수는 없겠지만 스릴러 작품이나 미스터리 작품을 읽어낼 때는 어느정도 깐깐한 시험감독과 같은 분석적인 시선이 필요할 때도 있어 보인다

 

마이클 코넬리의 허수아비-사막의 망자들은 어떤가. 생각했던 것보다 부드러운 작품이었다. 물론 개인의 소견이다. 하나의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 않은가. 비교적 작품 초기부터 범인을 알려주는 이번 작품은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중심을 이룬다. 기본적으로 살인이 일어나고, 범인이 잡혔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으레 그렇듯이 엉뚱한 범인이 잡힌 것을 시작으로 진실을 파헤쳐가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는 신문사 기자로 잭 매커보이가 등장하고 있으며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로서 FBI 신분의 레이철이 등장한다. 신문사 기자로 나오지만 곧 쫒겨날 신세로 후배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 잭 매커보이는 형식적으로 넘겨버렸던 하나의 사건을 다시 접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보면 된다.

 

작품에서 범인은 개인정보의 모든 것을 관할하는 인터넷 전산망을 활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신용카드 정지라든지, 개인 메일을 삭제하거나 개인의 통장잔고를 0원으로 바꿔버리는 식의 행위가 그것인데 이는 소설을 빠져나와 현실세계에서도 고스란히 심각한 무게감을 안겨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해커의 이미지라든지, 해킹이라고 일컫는 일련의 일들이 작품 속에서 빠져나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으로 굵고 복잡한 선들을 타고 들어갈 것만 같은 상상이 이어지곤 했었다. 작품은 현대 사회를 상징하고 있는 고도로 발단된 네트워크 통신을 소재로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서, 더 나아가 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범인들이 늘 어디에서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는 설정은 상당히 섬뜩하다. 딴은 어디든 안전한 곳이 있을까. 가장 안정한 행동은 컴퓨터를 켜지 않는 일이라는 역설적인 생각이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작품은 어찌보면 탄탄한 구성과 서사를 가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범인이 왜 그런 연쇄살인에 집착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미약해보인다. 물론 이 부분은 독자가 풀어가야 할 숙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유년시절의 범인이 처했던 환경만으로 성인이 되어서 연쇄살인범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하기에는, 그 설정이 조금은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은 뭐라고 할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래전 수업시간에 이야기했듯이 개인의 성장환경과 조건이라는 거대 틀에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과 오이디푸스와 엘락트라 콤플렉스와 같은 심리학의 기저이론을 포함하며 출발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범인의 유년시기에는 부친의 부재가 등장한다. 부친의 부재는 실질적인 폭력과 같은 조건이다. 가족을 부양할 사람의 부재는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또다른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어떤 특정한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소설은 보여준다.

 

그런 까닭에 작품은 고전적 스릴러작품이 갖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스토리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시대적 양상에서 볼 수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기자라는 신분으로서 마이클 코넬리가 겪어왔던 경험들이 작품의 스토리를 잘 받쳐주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주는 안정감으로 작용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정한 타이틀 제목 ‘허수아비’가 지니는 여러 가지 상징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은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같다. 책에서 허수아비는 범인을 상징한다. 새를 쫒고 벌레를 쫒는 허수아비는 작품에서 네트워크의 복잡한 전산망의 구축을 산업화하는 체계에서 불필요한 접근을 막고 안정하게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는 보초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그려진다. 또한 범인 역시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은 채 드러내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한편으로 조금 바꿔 생각해보면 어떨까. 허수아비는 드넓은 벌판에서 유난히도 눈에 잘 띄는 존재감을 지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허수아비가 갖는 또다른 상징성의 매력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일절하고 간만에 몰입해서 속도감 있게 읽어낸 책이어서인지 애정의 시선으로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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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왜 우주에서 미래를 찾는가
크리스천 데이븐포트 지음, 한정훈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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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꿈꾸어야 할 이유에 대하여

   

 

꿈은 이루어진다. 나는 그 말을 좋아한다. 물론 내가 바라던 꿈은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 문구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꿈은 이루어졌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꿈을 늘 곁에 두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기는지도 모른다.

여기 꿈을 꾸고 꿈을 쫒아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타이탄. 토성의 거대 위성의 하나이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탄(타이탄의 그리스어식 발음)족을 일컫는 이 말은, 무언지 모를 신비감과 알 수 없는 선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던져주고 있었다. 사실적으로 타이탄은 미국 공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개발되었다가 우주선 발사용 로켓으로 개조되었다는 발사체를 발하는게 분명하다.  그런데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타이탄은 우리가 아는 정보보다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하늘을 올려다 볼 때면 먼저 떠오르는 표현이 있다. 광활함이다. 드넓게 펼쳐진 평원과 초원 그리고 건조한 사막과 바다를 다 차치하고 해가 밀려난 자리를 차지한 어둠 속에 드러나는 우주의 맨 얼굴을 볼 때마다, 나는 이 ‘광활하다’,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자꾸만 작아지는 존재를 확인하곤 한다. 작아지는 존재는 인간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번 크리스천 데이본포트의 ‘타이탄’을 읽은 후에, 작아지는 인간 존재라는 개념에 수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인간은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었다.

   

 

우리가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었던 우주의 대한 생각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책은 우주로 향하는 인간의 순수한 열정과 욕망을 항공우주 과학과 로켓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타이탄은 로켓의 실용화와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발해온 이들의 영광의 기록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아마존 서점으로 알려진 제프 비조스의 블루 오리진, 테슬라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에서 자주 언급된 스페이스X를 만들어낸 일론 머스크, 버진 갤럭틱을 운영하며 스페이스십을 만들어낸 리처드 브랜슨, 폴 앨런의 에어로스페이스와 버트 루탄, 앤디 빌과 같은 많은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이들의 꿈은 환상처럼 거대하고 빛나는 이상과 같은 것이었지만, 이들은 그 꿈을 현실 세계로 가지고 와 실제로 만들어간다. 정치적 입장과 함께 치열한 경쟁과 입찰에서의 문제, 법적인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며, 서로에 대해 신뢰를 잃어가면서도 결국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훌륭한 경쟁과 도약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으로 과거의 영광에서 멈추어버린 NASA가 처한 상황과 민간기업의 항공우주 개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우주개발산업의 실행을 목표로 하며, PSF(Personal Spaceflight Federa-tion 개인우주비행 연합)를 언급함으로써 로켓엔진의 재사용으로 현재 비행기의 기능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저자 크리스천 데이븐포트의 시선은 이들 경영진들의 열정과 엔지니어들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섬세함으로 담백하게 담아내는데 성공하고 있으며, 저자 스스로의 의견을 배제하고 객관적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는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려는 이들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환희, 기쁨의 순간순간을 인간적인 시선과 건조하지 않은 문체로 적어내고 있었다.

책은 당시 중요한 인물들의 다양한 인터뷰와 상황을 재구성해 보여주고 있어 책을 읽는 이에게 현실감 있게 쉽게 다가온다. 한편의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주를 향한 인간의 욕망이 맹목적으로 과한 욕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현실이 되어 인간 앞에 다가올 순간이자 현실이 될 순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화성을 식민지화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나, 화성보다는 지구를 더 지켜내고 싶어하는 제프 비조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만한 여유와 관심이 생겨난 까닭은 무엇일까. 문득 나는 머스크와 제프와 많은 이들의 이야기에 무한적으로 설득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우주는 얼마나 위대한가. 그렇게 쉽지도 않고 만만하지도 않은 것이 우주라고 하였지만 역시나 우주는 지구의 인간이 가슴에 품어볼 만한 거대한 미지의 세상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과거의 우주로 떠났던 우주인들과 미래의 우주인들, 우주인의 신분이 아닌 민간이의 신분으로 우주로 향하는 많은 이들의 시간에 타이탄의 이미지는 멀리 있는 토성의 위성이 아닌, 가까이에서 바로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우주를 상징한다. 지금도 타이탄은 더욱더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향하는 그날을 위해서 누군가는 계속 꿈을 꾸어야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쉬지 않고 말이다. 토끼처럼 앞으로 뛰어가든지, 거북이처럼 느리게 천천히 걸어가든지 그 선택은 중요하지 않다.

   

 

-제 관점에서 보자면 승자가 많을수록 인류에게 더욱 바람직합니다. 저는 버진 갤럭틱이 성공하길 바랍니다. 또한 스페이스X가 성공하길, ULA이 성공하길, 아리안스페이스가 성공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물론 블루 오리진의 성공도 바라고요. 나는 이 회사들이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P409-


-담대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세워라. 포기하지 마라. 앞만 바라보며 헤치고 나아가라. 그게 바로 스페이스 X다.P428-


-거북이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느림은 부드럽고 부드러움은 빠르다.P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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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인문 산책 - 역사와 예술, 대자연을 품은
홍민정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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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인문 산책

    

 

북유럽으로 바로 직항한다는 항공사의 광고 한편이 생각난다. 북유럽하면 어쩐지 더 신비롭고 오묘한 느낌이다. 빼곡하게 들어찬 푸르고 깊은 침엽수림과 하얗게 뒤덮인 눈의 냉기가 제일먼저 떠오르는 동시에, 이 차가운 얼어붙은 눈이 만들어내는 언덕과 계곡들의 설경이 눈앞에 빠르게 번져가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게 북유럽의 이미지는 붉은 색으로 점철된다. 붉은 벽돌의 건물들과 굴뚝.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배불뚝이의 성격 좋아보이는 산타클로스의 붉은 옷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려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한곳이 북유럽 중에서도 핀란드였다. 사람들은 핀란드와 폴란드를 자주 혼돈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산타마을이 있는 나라는 핀란드뿐이라고 빽빽거렸던 기억이 있다.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린다. 간접 경험으로 책만큼 미더운 게 또 어디 있을까. 직접 찾아가는 방법이 제일 좋겠지만 우리에게는 차선책이 있음에 위안을 삼는다. 홍민정이 쓴 이번 책은 비슷한 류의 책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사전적 정보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조금은 더 사변적인 경향이 강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와 기차와 자동차, 페리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가 사진으로 남기며, 스스로의 생각을 진솔하게 기록한 이번 책이, 눈에 보이는 것만 추구하는 어느 누군가에게 혹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을 어려워하는 누군가에게, 차분하게 감성과 진정성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홍민정은 4년간 스웨덴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그녀는 두 딸과 남편과 함께 스웨덴을 비롯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와 아이슬란드를 두루 여행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책은 단순한 보여주기 식의 여행정보 서적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각국의 문화와 풍경과 역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이들 나라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설명한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는 가까이 인접한 나라로 이들의 조상,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유사성을 살펴볼 대 조상의 뿌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각국의 역사를 들여다 볼 때 ‘칼마르 동맹’과 ‘한자동맹’에 주력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나라의 초기 관계에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덴마크의 통치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독일이라는 막 부강한 신흥 세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저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들의 동맹은 완벽하지 않았다.

    

 

영원한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동맹이란 정치적 입장에 의한 애매한 결과물이다. 현대사회도 비슷하겠지만 동맹은 깨지기 위해 형성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면 지나친 판단일까. ‘칼마르 동맹’에 의해 합쳐졌으나 스웨덴은 이 동맹을 유지하면서 독립된 왕권을 원하기에 이른다. 어딘지 모르게 모순적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유지하되, 또다시 자신들이 원하는 것까지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이는 많은 강대국 속에서 자신의 국가를 지켜왔던 약소국들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각설하고 책은 ‘칼마르 동맹’으로 엮인 세 나라와 함께 핀란드와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각 나라를 대표할만한 인물과 관광지, 박물관, 아름다운 국립공원, 미술관, 교회, 도서관과 서점 그리고 딴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곳까지. 의미와 가치가 있는 곳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저자의 섬세한 시선이 고맙기까지 하다. 구스타브 2세 아돌프에 의해 만들어진 전함 ‘바사르’의 이야기와 그 웅장한 모습을 비롯해 말괄량이 삐삐를 대표하는 스웨덴의 동화 이야기. 그리고 핀란드의 무민에 대한 이야기는 풋풋했던 유년의 시간을 소환시켜주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북부와 러시아 일부까지 이어지는 최북단 북극권 지역을 소개하는 ‘라플란드’의 얼음호텔, 거리의 순록들과 밤하늘의 너울거리는 오로라.

산타마을의 산타클로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동상과 인어공주를 탄생시킨 덴마크의 전설이야기. 다양한 신화와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도 등장했던 트롤과 솔베이지의 노래에 대한 그리그의 이야기까지. 책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수많은 감탄과 짙은 감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와 다시 만나서 더욱 반가웠던 것들로 충만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핀란드의 역사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핀란드 국민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일까. ‘떠나고 싶다면, 북유럽으로!’ 짧은 문구 하나를 적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틈틈이 구석구석 다리품을 팔아가며 상업주의에 의한 시선이 아닌, 평범한 여느 여행자의 시선으로 풀어간 이번 책은 때묻지 않는 저자의 맑은 시선이 강점으로 작용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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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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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겸손하며 진중한...

 

책은 두 가지 시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나는 저자를 포함한 우리 인간이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이이고, 다른 하나는 나무의 입장이 되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책은 인간이 주체가 되어 나무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보통의 시선으로 대부분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무의 시선을 논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굳이 이유를 들자면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나무와 숲이 지닌 능동적 생존법칙과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답을 해야 할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나무는, 뇌를 소유한 인간의 지적 능력과 비교할만한 지식적인 측면의 생명체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을 위한 규칙과 자연계의 법칙을 지키며 오래도록 생존해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나무와 숲은 인간과 함께 숨쉬고 세월을 엮어가는 진짜 살아있는 존재들이었다. 책은 그들이 조용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인간을 위해 많은 것들을 양보하면서 말이다. 인간의 시간처럼 나무들의 시간도 달라지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들의 시선은 처음부터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기까지하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책 ‘나무의 모험’은 나무를 관찰하고 숲을 탐험하면서 다양한 나무와 그 나무들을 품고 있는 숲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약간의 숲을 구입하고, 집을 지으며 숲속 사람의 삶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주목받는 까닭은 그가 바라보는 대자연의 모습이 겸허와 겸손의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무와 숲을 끌어안은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성경의 어느 구절처럼 교만하지 않고, 성내지 아니하며 늘 그 자리에서 말없이 기다려주고, 위로와 안위의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마치 나무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듯, 나무에게 속삭이며 자신을 향해 둘러싼 나무와 숲을 향해 눈으로 손길로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 듯하다. 그의 시선은 과학자로서의 꼼꼼한 관찰자의 시선을 지닌 동시에, 숲 사람의 따뜻한 온기와 너그러움이 더해진 인간미를 넉넉하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 맥스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마다, 그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나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나뭇가지를 가볍게 흔들어 솔향을 퍼뜨리고 새롭게 움트는 기운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이를테면 책은 넓은 숲속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햇빛이 알맞게 쏟아지고, 흙은 적당하게 물을 머금어 나무의 생기를 한층 돋구어주는 순간에 저자와 독자가 한 공간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순간 저자는 우리 주위의 가까이 있는 나무를 하나씩 천천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좋겠다. 참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마가목과 사과나무, 주목나무 유럽소나무, 그리고 우리에게 혹부리 영감으로 잘 알려진 개암나무와 산사나무,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된 호랑가시나무와 느릅나무, 물푸레나무 이외 많은 나무들까지.

    

 

각각의 나무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 쓰임이나 용도, 자연 생태적으로의 나무의 종마다 지니는 가치와 의미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나무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나무의 생존과 번영에 관한 미스테리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보통의 우리는 그런 세부적인 지식을 중얼거리기보다는, 하늘로 높게 솟구치며 혹은 좌우로 넓게 뻗어가는 근엄하고 울창한 나무와 숲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 줄곧 감상적인 시선으로 감흥에 젖어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책은 ‘나무 이야기’라는 구성으로 한 종의 나무를 선정해 자세한 설명과 이력을 설명한다. 나뭇잎과 꽃씨, 도토리 등의 세밀화를 함께 실어주고 있는데, 딴은 개인적으로 성에 차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검색을 하고 이미지를 찾아보고 비교를 하면서, 참나무를 들여다보고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를 비교해보지만 다 비슷비슷하게만 보였던 것 같다. 불행하게도 나무를 구별할 줄 아는 기특한 재주가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무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이 나무와 나무를 구별하기란 쉬운 일은 아닌가보다. 혹시 같은 이유로 낙담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속상해하지는 말기로 하자. 잎을 구별하지 못하고 그 나무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해서, 나무가 우리를 탓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세부적으로는 나무마다 성장시기와 속도가 다른 것과, 부모나무와 어린나무와의 관계와 번식의 방법을 비롯해, 넓게는 나무와 인간의 오래되고 끈끈한 인연의 장대란 역사를 이야기한다. 또한 씨앗과 발아, 가시와 껍질이 지니는 의미. 그리고 나무가 더욱 인간의 삶으로 들어와 어떻게 적용되는지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활과 화살, 인류의 조상이 사용했을 법한 날렵한 나무배와 움집의 기둥이 되었던 나무와 목기들. 혹은 인간의 마지막 순간을 같이 하는 공간으로써의 나무로 된 관까지 기능적 힘을 공유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했던 다양한 나무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무가 산소를 만들어 배출하는 과정에서 화학작용을 설명하는 것과 함께, 숯에 관한 저자의 깊이감이 가미된 소양이 더 진지하고 견고하게 다가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 이 책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자. 공생이란 단어를 생각했던 것 같다. 공생이란 서로 도우며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는다. 책은 나무와 인간의 공생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나무는 인간에게 자연의 한 산물로 변화한 자신의 분신을 선물로 건네주고, 인간은 나무와 숲이 더 넓게 번창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공생의 의미다. 처음 시작은 작은 호기심이고, 그 다음 추진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관심과 관찰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숲의 삶’을 선택하고 숲으로 들어갔다. 계절마다 새로워지는 자연을 겸허하게 바라보고, 때마다 다양하게 생육하는 나무와 숲의 생명체들에게 애정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 눈인사를 나눈다.

 

 

보통의 인간이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나무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부드럽게 그러나 성급하지 않게 천천히 보여주는 이 책 ‘나무의 모험’은, 나무와 인간이 함께 하는 역사와 그들이 살아가는 생의 모험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일까. 서로에 대한 진중함이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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