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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나무의 모험
-겸손하며 진중한...
책은 두 가지 시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나는 저자를 포함한 우리 인간이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이이고, 다른 하나는 나무의 입장이 되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책은 인간이 주체가 되어 나무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보통의 시선으로 대부분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무의 시선을 논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굳이 이유를 들자면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나무와 숲이 지닌 능동적 생존법칙과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답을 해야 할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나무는, 뇌를 소유한 인간의 지적 능력과 비교할만한 지식적인 측면의 생명체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을 위한 규칙과 자연계의 법칙을 지키며 오래도록 생존해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나무와 숲은 인간과 함께 숨쉬고 세월을 엮어가는 진짜 살아있는 존재들이었다. 책은 그들이 조용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인간을 위해 많은 것들을 양보하면서 말이다. 인간의 시간처럼 나무들의 시간도 달라지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들의 시선은 처음부터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기까지하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책 ‘나무의 모험’은 나무를 관찰하고 숲을 탐험하면서 다양한 나무와 그 나무들을 품고 있는 숲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약간의 숲을 구입하고, 집을 지으며 숲속 사람의 삶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주목받는 까닭은 그가 바라보는 대자연의 모습이 겸허와 겸손의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무와 숲을 끌어안은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성경의 어느 구절처럼 교만하지 않고, 성내지 아니하며 늘 그 자리에서 말없이 기다려주고, 위로와 안위의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마치 나무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듯, 나무에게 속삭이며 자신을 향해 둘러싼 나무와 숲을 향해 눈으로 손길로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 듯하다. 그의 시선은 과학자로서의 꼼꼼한 관찰자의 시선을 지닌 동시에, 숲 사람의 따뜻한 온기와 너그러움이 더해진 인간미를 넉넉하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 맥스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마다, 그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나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나뭇가지를 가볍게 흔들어 솔향을 퍼뜨리고 새롭게 움트는 기운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이를테면 책은 넓은 숲속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햇빛이 알맞게 쏟아지고, 흙은 적당하게 물을 머금어 나무의 생기를 한층 돋구어주는 순간에 저자와 독자가 한 공간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순간 저자는 우리 주위의 가까이 있는 나무를 하나씩 천천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좋겠다. 참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마가목과 사과나무, 주목나무 유럽소나무, 그리고 우리에게 혹부리 영감으로 잘 알려진 개암나무와 산사나무,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된 호랑가시나무와 느릅나무, 물푸레나무 이외 많은 나무들까지.
각각의 나무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 쓰임이나 용도, 자연 생태적으로의 나무의 종마다 지니는 가치와 의미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나무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나무의 생존과 번영에 관한 미스테리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보통의 우리는 그런 세부적인 지식을 중얼거리기보다는, 하늘로 높게 솟구치며 혹은 좌우로 넓게 뻗어가는 근엄하고 울창한 나무와 숲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 줄곧 감상적인 시선으로 감흥에 젖어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책은 ‘나무 이야기’라는 구성으로 한 종의 나무를 선정해 자세한 설명과 이력을 설명한다. 나뭇잎과 꽃씨, 도토리 등의 세밀화를 함께 실어주고 있는데, 딴은 개인적으로 성에 차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검색을 하고 이미지를 찾아보고 비교를 하면서, 참나무를 들여다보고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를 비교해보지만 다 비슷비슷하게만 보였던 것 같다. 불행하게도 나무를 구별할 줄 아는 기특한 재주가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무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이 나무와 나무를 구별하기란 쉬운 일은 아닌가보다. 혹시 같은 이유로 낙담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속상해하지는 말기로 하자. 잎을 구별하지 못하고 그 나무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해서, 나무가 우리를 탓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세부적으로는 나무마다 성장시기와 속도가 다른 것과, 부모나무와 어린나무와의 관계와 번식의 방법을 비롯해, 넓게는 나무와 인간의 오래되고 끈끈한 인연의 장대란 역사를 이야기한다. 또한 씨앗과 발아, 가시와 껍질이 지니는 의미. 그리고 나무가 더욱 인간의 삶으로 들어와 어떻게 적용되는지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활과 화살, 인류의 조상이 사용했을 법한 날렵한 나무배와 움집의 기둥이 되었던 나무와 목기들. 혹은 인간의 마지막 순간을 같이 하는 공간으로써의 나무로 된 관까지 기능적 힘을 공유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했던 다양한 나무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무가 산소를 만들어 배출하는 과정에서 화학작용을 설명하는 것과 함께, 숯에 관한 저자의 깊이감이 가미된 소양이 더 진지하고 견고하게 다가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 이 책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자. 공생이란 단어를 생각했던 것 같다. 공생이란 서로 도우며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는다. 책은 나무와 인간의 공생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나무는 인간에게 자연의 한 산물로 변화한 자신의 분신을 선물로 건네주고, 인간은 나무와 숲이 더 넓게 번창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공생의 의미다. 처음 시작은 작은 호기심이고, 그 다음 추진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관심과 관찰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숲의 삶’을 선택하고 숲으로 들어갔다. 계절마다 새로워지는 자연을 겸허하게 바라보고, 때마다 다양하게 생육하는 나무와 숲의 생명체들에게 애정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 눈인사를 나눈다.
보통의 인간이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나무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부드럽게 그러나 성급하지 않게 천천히 보여주는 이 책 ‘나무의 모험’은, 나무와 인간이 함께 하는 역사와 그들이 살아가는 생의 모험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일까. 서로에 대한 진중함이 가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