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인문 산책 - 역사와 예술, 대자연을 품은
홍민정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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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인문 산책

    

 

북유럽으로 바로 직항한다는 항공사의 광고 한편이 생각난다. 북유럽하면 어쩐지 더 신비롭고 오묘한 느낌이다. 빼곡하게 들어찬 푸르고 깊은 침엽수림과 하얗게 뒤덮인 눈의 냉기가 제일먼저 떠오르는 동시에, 이 차가운 얼어붙은 눈이 만들어내는 언덕과 계곡들의 설경이 눈앞에 빠르게 번져가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게 북유럽의 이미지는 붉은 색으로 점철된다. 붉은 벽돌의 건물들과 굴뚝.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배불뚝이의 성격 좋아보이는 산타클로스의 붉은 옷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려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한곳이 북유럽 중에서도 핀란드였다. 사람들은 핀란드와 폴란드를 자주 혼돈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산타마을이 있는 나라는 핀란드뿐이라고 빽빽거렸던 기억이 있다.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린다. 간접 경험으로 책만큼 미더운 게 또 어디 있을까. 직접 찾아가는 방법이 제일 좋겠지만 우리에게는 차선책이 있음에 위안을 삼는다. 홍민정이 쓴 이번 책은 비슷한 류의 책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사전적 정보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조금은 더 사변적인 경향이 강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와 기차와 자동차, 페리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가 사진으로 남기며, 스스로의 생각을 진솔하게 기록한 이번 책이, 눈에 보이는 것만 추구하는 어느 누군가에게 혹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을 어려워하는 누군가에게, 차분하게 감성과 진정성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홍민정은 4년간 스웨덴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그녀는 두 딸과 남편과 함께 스웨덴을 비롯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와 아이슬란드를 두루 여행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책은 단순한 보여주기 식의 여행정보 서적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각국의 문화와 풍경과 역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이들 나라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설명한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는 가까이 인접한 나라로 이들의 조상,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유사성을 살펴볼 대 조상의 뿌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각국의 역사를 들여다 볼 때 ‘칼마르 동맹’과 ‘한자동맹’에 주력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나라의 초기 관계에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덴마크의 통치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독일이라는 막 부강한 신흥 세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저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들의 동맹은 완벽하지 않았다.

    

 

영원한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동맹이란 정치적 입장에 의한 애매한 결과물이다. 현대사회도 비슷하겠지만 동맹은 깨지기 위해 형성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면 지나친 판단일까. ‘칼마르 동맹’에 의해 합쳐졌으나 스웨덴은 이 동맹을 유지하면서 독립된 왕권을 원하기에 이른다. 어딘지 모르게 모순적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유지하되, 또다시 자신들이 원하는 것까지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이는 많은 강대국 속에서 자신의 국가를 지켜왔던 약소국들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각설하고 책은 ‘칼마르 동맹’으로 엮인 세 나라와 함께 핀란드와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각 나라를 대표할만한 인물과 관광지, 박물관, 아름다운 국립공원, 미술관, 교회, 도서관과 서점 그리고 딴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곳까지. 의미와 가치가 있는 곳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저자의 섬세한 시선이 고맙기까지 하다. 구스타브 2세 아돌프에 의해 만들어진 전함 ‘바사르’의 이야기와 그 웅장한 모습을 비롯해 말괄량이 삐삐를 대표하는 스웨덴의 동화 이야기. 그리고 핀란드의 무민에 대한 이야기는 풋풋했던 유년의 시간을 소환시켜주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북부와 러시아 일부까지 이어지는 최북단 북극권 지역을 소개하는 ‘라플란드’의 얼음호텔, 거리의 순록들과 밤하늘의 너울거리는 오로라.

산타마을의 산타클로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동상과 인어공주를 탄생시킨 덴마크의 전설이야기. 다양한 신화와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도 등장했던 트롤과 솔베이지의 노래에 대한 그리그의 이야기까지. 책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수많은 감탄과 짙은 감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와 다시 만나서 더욱 반가웠던 것들로 충만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핀란드의 역사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핀란드 국민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일까. ‘떠나고 싶다면, 북유럽으로!’ 짧은 문구 하나를 적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틈틈이 구석구석 다리품을 팔아가며 상업주의에 의한 시선이 아닌, 평범한 여느 여행자의 시선으로 풀어간 이번 책은 때묻지 않는 저자의 맑은 시선이 강점으로 작용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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