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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
브루스 커밍스 지음, 조행복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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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전쟁. 민낯에 대한 .....

   

 

2019. 2. 28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됐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미국은 많은 생각을 갖은 나라이다. 많은 경우의 수를 읽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답답했다. 그게 솔직한 심정인 것 같다. 전쟁이란 이렇게 비극적이고 이렇게 슬픈 일이다. 한국전쟁은 내가 태어나기 이십여년 전에 정전을 했다. 살다보니 십년 혹은 이십년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 나는 다행스럽게도 전쟁의 소용돌이를 용케도 비켜 세상에 나왔다는 다소 비굴한 안도감에 빠져 있다.

    

 

한국전쟁에 관한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십년 전쯤이었다. 그때 내가 선택한 텍스트는 박태균의 한국전쟁이었다. 읽은 시기가 오래된 까닭에 내용이 상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에 읽은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과는 좀 다른 시각이었다는 것은 기억한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몇가지 느낌들을 요약하자면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닐까. 당혹스러움. 벌거벗은 민낯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늘 그렇듯 비판하고 딴지걸기 좋아하는 내가 잘 하는 그런데 왜, 라는 불만투성의 의문들과 분노감.

    

 

 

진실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지나간 시절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온다. 그런데 때때로 그 향수가 상처로 남는다면 매번 처연한 자세로 향수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이 진실인가, 를 생각했었다. 그리고 분노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들었던 생각은 이상하게도 조금 냉정해지더란 말이다.

저자는 좀 뭐랄까.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위해 다소 편파적인 생각에 빠지고 있어 보이는 건 개인의 생각일까. 칼 포퍼의 모든 사상과 결과는 완벽하지 않다, 는 것을 생각했었다.

    

 

브루스의 한국전쟁 이야기는 분명 우리가 모르고 있던 것들을 들추어내고 있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감추고 있었던 것들을 풀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판단을 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가 정이라면, 그 외의 것들은 반이 된다. 즉 반대의 시각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사상은 정. 반 그리고 이 양날의 것들을 어우르면서 합을 도출해내야 하는 법인데. 브루스 커밍스는 이러한 과정을 한국인들에게 숙제로 안기고 본인은 홀연히 자리를 뜬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전쟁사를 이야기하는 외국인 브루스 커밍스. 그는 중립적인가. 그는 아마도 말할 것이다. 나는 중립을 논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또 생각할 것이다. 이 외국인의 정치적 사상을 분해할 것이고 양분하려 들 것이다. 책은 그래서 다소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이야기한다. 그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무엇에 비판적일까. 지금까지 알려져왔던 사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다. 나는 여기에서 비난이라는 표현을 적어둔다. 그 까닭은 브루스 커밍스의 책을 읽다보면 충분히 이해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당시 미국의 처세와 전쟁 중에 있었던 미군정의 일들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었다.

한국전쟁은 사실 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도에 따른 복잡한 전쟁의 과정을 거쳐야했다. 당시 미국의 정치와 경제 상황이 어떠했는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은 단순히 한국전쟁과 이에 참전한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더 깊이 들어가 수많은 이해관계를 면밀히 소개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이건 간에 정치는 단순하지 않는 면면들이 많다. 미국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에 참전하기까지 밀고 당기는 힘의 논리는 미국 안에서도 시끄러웠던 것은 분명해보인다. 다시 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미국이 가지고 있었던 이 힘의 논리는 어느 면에서보면 짧게 끝날 수 있었던 한국전쟁을 3년 가까이 끌어가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휴전을 하는 것도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에 의한 결정이었다는 것 또한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미묘한 이 힘의 논리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은거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시작을 단순히 50년으로 보지 않는다. 30년대 일본과 대치하면서 중국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진행해왔던 시기를 한국전쟁의 시초라고 보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 일본과 대항하며 전투를 하던 인물들 중에는 김일성이 포함된다.

또한 한국전의 시작은 남한인가, 북한인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보수단체에서 들으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날뛸만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브루스 커밍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50년 이전부터 38선을 기준으로 크고 작은 교전이 있어왔음을 알 수 있다. 직접적인 교전의 빌미가 되었던 것은 남한이 제공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저자는 보다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지 못한다. 여러 자료와 인터뷰 관련 내용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는 ‘모 아니면 도,’를 원하는 한국식 사고판단 앞에서 자주 뒤로 물러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런 가능성이 매우 많지만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는 식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잘한 교전에 대한 결과로 한국전이 발생했고, 50년 6월에 시작된 전쟁은 북에서 내려왔다는 설을 기록한다.

    

 

중반으로 들어갈수록 책은 전쟁 중 미군정과 남한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흑백 사진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되어 책에 실렸다.

당시 이승만의 이기적이고 무모했던 결정, 미군정의 의도적인 방관, 미군정을 뒷배로 한 남한 경찰의 맹목적인 민간인 학살, 북한군의 우익관련자들의 학살과 같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저자는 잊혀진 한국전쟁을, 잊혀지기 원했던 진실을 다시 알리고 싶어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화해, 라는 소제목으로 여러 이야기를 싣고 있다

    

 

사실 저자는 이 기나긴 한국전쟁사를 이야기 할 때 조금은 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책 전반에 걸쳐 한국인의 정서, 한에 대해 조금씩 언급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시선이라는 한계는 분명 존재했다.

전쟁은 인간을 지극히 인간다움에서 철저하게 외면해버린다. 인간다움이라고 했나? 그것은 너무 고귀한 표현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엉뚱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니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문제. 전쟁은 이성보다는 본능을 자극하는 아픈 시간이다. 이 시기에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정상일 수 없다. 분노와 슬픔 그리고 복수. 헐벗음과 배고픔 좌절 눈물 그리고 마지막에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만 있을 뿐이다.

    

 

전쟁 한 가운데서 살아남아야 했던 한국인과 먼 시간이 흘러 다시 그 상황을 소집해서 판단하는 제 삼자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나는 저자의 입장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야 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시작과 중간과정 그리고 정전과 그 이후의 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냉정한 듯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때때로는 그 중립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뭐라고 할 까. 내 시선에서는 그의 그런 변화가 당당하지 않았다, 라는 생각을 갖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조금씩 미묘하게 흔들리는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그가 말했듯이 한국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념의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누군가는 길고 장황하게 쓰기도 했고, 누군가는 감정이 담긴 어투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제와서 나는 다시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되어있었던가. 바로 볼 수 있고 판단과 결정을 내릴만한 이해정도를 갖춘 사람인가.

적어도 나는 책으로 텍스트의 성격으로만 읽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생각에 합당한 글을 썼는지 잘 모르겠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도서관에서 한국전쟁과 관련한 책을 열람해야만 했다.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답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쟁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정답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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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월천예진 > 마음으로 읽는 사찰 이야기(절은 절하는 곳이다-정찬주)

8년 전에도 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쓰고 있었던가보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8년전 내가 지금보다
더 어른스러워보이는데

왜인지 모르겠군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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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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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는 맛이 나는 것 같다. 책을 읽기에도, 글로 기록을 남기기에도 부담이 없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인지, 때때로 쉬어가고자 하는 욕심이 들 때 그의 작품을 읽게 되는 것 같다.

쉬어가자. 그런데 이게 쉬어가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책을 잡아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아지지가 않는다. 밤 또는 새벽까지 책을 잡고 있게 되는데, 덕분에 아이들이 방학을 한 이후 입술물집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저자와의 두뇌싸움일지도 모른다. 소설이 품고 있는 딴은 고약하면서도 기특한 묘미는 다양한 사건의 추리와 해결일 것이다. 결말과 범인에 대한 추리가 우선이다. 또 저자와 나란히 보폭을 맞추어 걸어가면서 확장해가는 생각이, 작가가 감추어놓은 함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중요한 트릭을 발견하기도 하는 그 묘미가 추리소설에 절대적으로 끌리는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십자가 저택의 피에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여느 소설처럼 반전이 있는 소설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로 경찰이나 탐정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경찰은 형식적으로 등장하지만 늘 사건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놓치게 된다. 대신 실질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저택에 모인 등장인물 안에 존재한다.

소설은 십자가 모양을 한 대 저택에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 중에 모두 세 명이 시간의 간격을 두고 살해된다. 물론 범인 또한 이들 안에 있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으레 그렇듯이 트릭이 존재한다.

특이한 것은 소설에서 피에로 인형이 등장하는데, 이 인형의 시선에서 작품의 중요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형은 사건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소품이자 동시에 중요한 오브제로 사용된다. 더욱이 인형의 시점으로 쓰인 서사를 만나면서 소설은 스토리에 가속도가 붙는다.

 

보통 추리물들이 사건이 벌어지고, 누군가가 죽게 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건(살인사건)이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구성을 보이는데 그 점에서 이번 소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처음 소설을 읽으면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연상되기도 했었다. 오리엔트 특급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스포일러는 아니다. 사실 비슷한 듯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구성이었으니 말이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볼만한 인물은 사실 세 명 정도일 듯싶다. 이를테면 사건을 해결하는 두 사람과 그리고 범인이다. 물론 이번 소설에서도 가짜 범인과 진짜 범인이 등장한다. 이쯤에서 작가와 독자의 진짜 두뇌싸움이 한판 벌어지는 것이다. 아. 그런데 여기에서는 진짜든 가짜든 범인이 누구인지는 함구하는 게 좋겠다.

어쩐지 일본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가 생각나는 결말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하면 좋을까. 작품 전체로 볼 때 비교적 평범한 추리소설의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설이다. 범행의 동기라든지 또는 반전으로 드러나는 진짜 범인을 두고 혹여라도 독자들이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식상함을 생각해본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 강력한 자극일까. 더 완벽한 구성과 스토리일까. 그도 아니면 추리 안에서 발견하는 감동적인 요소일까.

일종의 중독과 같은 소설읽기인 듯하다. 다행인 것은 아직 이 중독에서 조금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히가시노 그의 추리소설 몇 권이 더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십자 저택의 피에로를 읽다보면 멀리 달아난 잠을 다시 붙잡을 수야 없겠지만 유난히 이른 미명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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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설득의 기술 - 토론교육 전문기관 '리얼디베이트'와 서울대학교 '다담'이 만든
양현모 외 지음 / 리얼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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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설득의 기술

-토론? 어디까지 알고 있니

 

 

토론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책은 토론을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토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보면 많은 부분 참고할 수 있는 책일 듯싶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토론대회를 위한 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사실 보통 사람들은 토론이라는 어휘 보다는 그저 말, 혹은 대화, 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때는 말 잘 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물론 글 잘 쓰는 사람도 너무 부러웠다. 그런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또 말 잘하는 사람이 꼭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아 가는 것을 느낀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은 말 보다는 글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말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아싸(아웃사이더) 보다는 인싸(인사이더)가 되고 싶은 찌질한 욕망은 늘 존재한다. 무엇이 좋고 나쁘고 간에 이쪽 저쪽을 잘 오고가는 것 또한 능력이다. 그 능력의 기초가 되는 것을 헤아려볼 때 아마도 말을 시작으로 하는 소통, 더 나아가서는 토론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것들이 많은 것도 같다.

 

 

책을 선택한 까닭은 독서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토론은 단편적이며 소규모의 작은 형식을 위한 토론이었는데, 책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토론을 위한 기초적인 것부터 거론한다. 덕분에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다가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가장 먼저 토론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토론과 함께 자주 쓰이는 토의에 대해서도 토론이라는 언어와의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번 기회에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을 알게 된다면 혼돈해서 쓰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사실 토론이란 것을 접하게 되면서 알아가야 하는 많은 언어적 표현에 우리는 익숙하지 않다. 그냥 그런 표현들이 있는 건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지나갈지도 모른다.

토론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표현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그냥 하는 말과 대화와 조금씩은 다르다. 그렇다하더라도 토론을 위한 표현들을 몰라서 토론을 모른다고, 할 줄 모른다고, 토론은 재미없는 것이라고 미리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논거와 쟁점, 논제, 입론, 반론과 같은 말을 모른다고 부디 책을 멀리하지는 말자.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언어와 표현들을 배우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미리 기죽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책은 토론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점, 토론을 통해 긍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토론을 위해 필요한 요소 등 우리가 토론의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토론을 위해 갖추어야 하는 많은 것들을 단계적으로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다. 더불어 자칫 무거워지거나 딱딱해지기 쉬운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연하게 끌어가고 있었다.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고 있는 부분이, 바로 설명을 뒷받침해주는 적절한 예를 들어주고 있는 부분이었다. 예시들은 대부분 실제 토론대회에서 있었던 내용을 부분 발췌해서 서로 비교하며 내용에 맞게 분석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이가 글로만 되어있는 설명으로 인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 제시된 예를 통해 다시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형식을 갖췄다고 보여진다. 일종의 배려의 성격이겠지만, 사실 글로만 전달하는데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책 속에도 여러 번 반복이 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한권의 읽고 내리게 되는 결론은 이 한 줄이다. ‘토론은 설득의 문제다’. 거두절미하고 토론은 결국 설득의 성공여부에 따른 결과다, 라는 말을 하고 싶다. 상대편과 청중을 설득하는 것이 바로 토론이라는 말이 된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 중 설득의 3요소로 수사학에서 제시하는 세 가지를 적어본다. 바로 로고스,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이다. 로고스에 의한 설득은 논리적인 이해에 의해 설득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로고스적인 설득은 화자가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 그에 대한 근거로 사실, 자료 등을 제시하며 입증을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논증’이라고 한다. 107

-파토스는 청자들이 갖는 감정,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파토스를 활용한 설득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으로, 화자의 주장에 청자가 공감, 즉 마음을 함께하는 만드는 것이다. 110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이 가진 인격이나 지위, 전문성 같은 그 사람의 고유한 성질로서 신뢰를 주어 설득을 이끌어 내는 요소를 말한다. 에토스를 활용한 설득이란 화자와 화자가 제시한 근거의 출처에 대한 신뢰로 인해 청자가 설득되는 것을 말한다. 113

 

 

책 속에는 각각의 요소들이 갖는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내용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어느 한 요소만 크게 부각이 되어서는 안 되며 3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를 ‘칵테일 요법’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느 요소에 더 잘 적응하는 인간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권위와 사회적 입지에 쉽게 설득당하는 면면들이 있다고 본다면 에토스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은 자주 파토스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더란 말이다. 감정에의 호소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내적인 것까지 들여다보며 설득하는 것이 더 좋아보이는 것까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에서 나오는 의지가 아닐까.

 

 

한 가지 아쉬움 점을 이야기해보자. 책은 여섯 명의 저자가 함께 지필했다. 각각의 파트별로 구분하여 쓴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드러나보인다. 바로 내용의 중복이다. 같은 내용 혹은 비슷한 내용을 여러 명의 저자가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4부는 실전 토론 노하우라는 제목으로 실린 파트인데, 유독 이 부분만 편집에 색을 넣어 달리한 것도 그렇고 마치 부록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4부의 내용은 말 그대로 노하우다. 토론 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모아 엮은 글인데, 그 내용이 이미 앞 장에서 충분히 설명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서 중복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복습차원에서 보면 좋지 않은가, 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명의 저자가 글을 쓸 때는 서로간에 약간의 조율이 필요하지 않은가, 라는 개인의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설명을 위해 들었던 예시문까지 반복해서 같은 예로 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책이 한명의 저자가 아니라 복수의 저자가 글을 썼다는 사소한 증거와 실수로 증명이 되는 셈이기도 하다.

반면 토론을 위한 안목을 위한 생생한 경험을 위해 실은 5부 대선 토론으로 ‘토론을 보는 눈’ 기르기에 대한 이야기는 주제와 또 제목에 적합했던 텍스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대선 후보의 연설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마무리가 조금 성급?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역시나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토론에 대한 책을 이렇게 세밀하게 열공 분위기?로 읽어 본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덕분에 토론문화에 문외한으로 있다가, 그 문화 속으로 살짝 문턱을 넘어왔다는 스스로의 안도감에 젖어 있는지도 모른다. 우습게도 책의 영향으로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나 다소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점이다. 일절하고 이 또한 책의 무한 긍정의 힘으로 믿고 싶다. 말과 생각 그리고 일상의 중용을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소설책을 집어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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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이나 지치는 일들이 생길 때마다

숨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가서 투정을 부리거나, 떼를 쓰거나, 울거나, 화풀이를 하거나

그리고나면 감정의 정화가 좀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자꾸만 일이 꼬이는지... 청소기를 돌리며 생각한다

끝이 없구나.... 청소든... 일이든.. 삶이든... 모든..

 

하나 남은 크림빵을 뜯는다

별 맛도 모르고, 단 맛도 모르고 그냥 조금씩 뜯어먹는다

아이들한테 주었다면 좋아했을텐데...

그냥 혼자 먹는다

크림빵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는데 느낌이 없다.

속이 좀 느끼해지는 것뿐...

 

부모가 된다는 건.... 성숙한 부모가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처럼

부모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와 같이 성장해간다

 

힘든 일.. 슬픈 일.. 괴로운 일.. 화가 나는 일...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승화하고.. 그리고 덤덤해지기까지.

난 충분히 준비가 된 부모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늘... 부족한 부모였던가보다.

흔들리고 다시 일어나고 또... 다시 흔들리고...

 

우리 먼 훗날에...는

그냥... 웃을 수 있을까.

내가 더 늙어 어느 시간 즈음에

너도 나처럼 부모가 되었을 어느 시간 즈음에

우리 같이 마주 앉아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부모 되기란 참 어려운 건가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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