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
브루스 커밍스 지음, 조행복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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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전쟁. 민낯에 대한 .....

   

 

2019. 2. 28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됐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미국은 많은 생각을 갖은 나라이다. 많은 경우의 수를 읽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답답했다. 그게 솔직한 심정인 것 같다. 전쟁이란 이렇게 비극적이고 이렇게 슬픈 일이다. 한국전쟁은 내가 태어나기 이십여년 전에 정전을 했다. 살다보니 십년 혹은 이십년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 나는 다행스럽게도 전쟁의 소용돌이를 용케도 비켜 세상에 나왔다는 다소 비굴한 안도감에 빠져 있다.

    

 

한국전쟁에 관한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십년 전쯤이었다. 그때 내가 선택한 텍스트는 박태균의 한국전쟁이었다. 읽은 시기가 오래된 까닭에 내용이 상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에 읽은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과는 좀 다른 시각이었다는 것은 기억한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몇가지 느낌들을 요약하자면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닐까. 당혹스러움. 벌거벗은 민낯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늘 그렇듯 비판하고 딴지걸기 좋아하는 내가 잘 하는 그런데 왜, 라는 불만투성의 의문들과 분노감.

    

 

 

진실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지나간 시절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온다. 그런데 때때로 그 향수가 상처로 남는다면 매번 처연한 자세로 향수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이 진실인가, 를 생각했었다. 그리고 분노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들었던 생각은 이상하게도 조금 냉정해지더란 말이다.

저자는 좀 뭐랄까.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위해 다소 편파적인 생각에 빠지고 있어 보이는 건 개인의 생각일까. 칼 포퍼의 모든 사상과 결과는 완벽하지 않다, 는 것을 생각했었다.

    

 

브루스의 한국전쟁 이야기는 분명 우리가 모르고 있던 것들을 들추어내고 있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감추고 있었던 것들을 풀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판단을 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가 정이라면, 그 외의 것들은 반이 된다. 즉 반대의 시각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사상은 정. 반 그리고 이 양날의 것들을 어우르면서 합을 도출해내야 하는 법인데. 브루스 커밍스는 이러한 과정을 한국인들에게 숙제로 안기고 본인은 홀연히 자리를 뜬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전쟁사를 이야기하는 외국인 브루스 커밍스. 그는 중립적인가. 그는 아마도 말할 것이다. 나는 중립을 논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또 생각할 것이다. 이 외국인의 정치적 사상을 분해할 것이고 양분하려 들 것이다. 책은 그래서 다소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이야기한다. 그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무엇에 비판적일까. 지금까지 알려져왔던 사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다. 나는 여기에서 비난이라는 표현을 적어둔다. 그 까닭은 브루스 커밍스의 책을 읽다보면 충분히 이해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당시 미국의 처세와 전쟁 중에 있었던 미군정의 일들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었다.

한국전쟁은 사실 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도에 따른 복잡한 전쟁의 과정을 거쳐야했다. 당시 미국의 정치와 경제 상황이 어떠했는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은 단순히 한국전쟁과 이에 참전한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더 깊이 들어가 수많은 이해관계를 면밀히 소개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이건 간에 정치는 단순하지 않는 면면들이 많다. 미국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에 참전하기까지 밀고 당기는 힘의 논리는 미국 안에서도 시끄러웠던 것은 분명해보인다. 다시 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미국이 가지고 있었던 이 힘의 논리는 어느 면에서보면 짧게 끝날 수 있었던 한국전쟁을 3년 가까이 끌어가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휴전을 하는 것도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에 의한 결정이었다는 것 또한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미묘한 이 힘의 논리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은거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시작을 단순히 50년으로 보지 않는다. 30년대 일본과 대치하면서 중국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진행해왔던 시기를 한국전쟁의 시초라고 보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 일본과 대항하며 전투를 하던 인물들 중에는 김일성이 포함된다.

또한 한국전의 시작은 남한인가, 북한인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보수단체에서 들으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날뛸만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브루스 커밍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50년 이전부터 38선을 기준으로 크고 작은 교전이 있어왔음을 알 수 있다. 직접적인 교전의 빌미가 되었던 것은 남한이 제공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저자는 보다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지 못한다. 여러 자료와 인터뷰 관련 내용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는 ‘모 아니면 도,’를 원하는 한국식 사고판단 앞에서 자주 뒤로 물러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런 가능성이 매우 많지만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는 식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잘한 교전에 대한 결과로 한국전이 발생했고, 50년 6월에 시작된 전쟁은 북에서 내려왔다는 설을 기록한다.

    

 

중반으로 들어갈수록 책은 전쟁 중 미군정과 남한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흑백 사진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되어 책에 실렸다.

당시 이승만의 이기적이고 무모했던 결정, 미군정의 의도적인 방관, 미군정을 뒷배로 한 남한 경찰의 맹목적인 민간인 학살, 북한군의 우익관련자들의 학살과 같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저자는 잊혀진 한국전쟁을, 잊혀지기 원했던 진실을 다시 알리고 싶어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화해, 라는 소제목으로 여러 이야기를 싣고 있다

    

 

사실 저자는 이 기나긴 한국전쟁사를 이야기 할 때 조금은 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책 전반에 걸쳐 한국인의 정서, 한에 대해 조금씩 언급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시선이라는 한계는 분명 존재했다.

전쟁은 인간을 지극히 인간다움에서 철저하게 외면해버린다. 인간다움이라고 했나? 그것은 너무 고귀한 표현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엉뚱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니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문제. 전쟁은 이성보다는 본능을 자극하는 아픈 시간이다. 이 시기에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정상일 수 없다. 분노와 슬픔 그리고 복수. 헐벗음과 배고픔 좌절 눈물 그리고 마지막에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만 있을 뿐이다.

    

 

전쟁 한 가운데서 살아남아야 했던 한국인과 먼 시간이 흘러 다시 그 상황을 소집해서 판단하는 제 삼자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나는 저자의 입장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야 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시작과 중간과정 그리고 정전과 그 이후의 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냉정한 듯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때때로는 그 중립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뭐라고 할 까. 내 시선에서는 그의 그런 변화가 당당하지 않았다, 라는 생각을 갖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조금씩 미묘하게 흔들리는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그가 말했듯이 한국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념의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누군가는 길고 장황하게 쓰기도 했고, 누군가는 감정이 담긴 어투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제와서 나는 다시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되어있었던가. 바로 볼 수 있고 판단과 결정을 내릴만한 이해정도를 갖춘 사람인가.

적어도 나는 책으로 텍스트의 성격으로만 읽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생각에 합당한 글을 썼는지 잘 모르겠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도서관에서 한국전쟁과 관련한 책을 열람해야만 했다.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답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쟁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정답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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