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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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는 맛이 나는 것 같다. 책을 읽기에도, 글로 기록을 남기기에도 부담이 없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인지, 때때로 쉬어가고자 하는 욕심이 들 때 그의 작품을 읽게 되는 것 같다.

쉬어가자. 그런데 이게 쉬어가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책을 잡아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아지지가 않는다. 밤 또는 새벽까지 책을 잡고 있게 되는데, 덕분에 아이들이 방학을 한 이후 입술물집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저자와의 두뇌싸움일지도 모른다. 소설이 품고 있는 딴은 고약하면서도 기특한 묘미는 다양한 사건의 추리와 해결일 것이다. 결말과 범인에 대한 추리가 우선이다. 또 저자와 나란히 보폭을 맞추어 걸어가면서 확장해가는 생각이, 작가가 감추어놓은 함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중요한 트릭을 발견하기도 하는 그 묘미가 추리소설에 절대적으로 끌리는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십자가 저택의 피에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여느 소설처럼 반전이 있는 소설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로 경찰이나 탐정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경찰은 형식적으로 등장하지만 늘 사건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놓치게 된다. 대신 실질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저택에 모인 등장인물 안에 존재한다.

소설은 십자가 모양을 한 대 저택에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 중에 모두 세 명이 시간의 간격을 두고 살해된다. 물론 범인 또한 이들 안에 있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으레 그렇듯이 트릭이 존재한다.

특이한 것은 소설에서 피에로 인형이 등장하는데, 이 인형의 시선에서 작품의 중요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형은 사건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소품이자 동시에 중요한 오브제로 사용된다. 더욱이 인형의 시점으로 쓰인 서사를 만나면서 소설은 스토리에 가속도가 붙는다.

 

보통 추리물들이 사건이 벌어지고, 누군가가 죽게 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건(살인사건)이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구성을 보이는데 그 점에서 이번 소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처음 소설을 읽으면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연상되기도 했었다. 오리엔트 특급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스포일러는 아니다. 사실 비슷한 듯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구성이었으니 말이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볼만한 인물은 사실 세 명 정도일 듯싶다. 이를테면 사건을 해결하는 두 사람과 그리고 범인이다. 물론 이번 소설에서도 가짜 범인과 진짜 범인이 등장한다. 이쯤에서 작가와 독자의 진짜 두뇌싸움이 한판 벌어지는 것이다. 아. 그런데 여기에서는 진짜든 가짜든 범인이 누구인지는 함구하는 게 좋겠다.

어쩐지 일본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가 생각나는 결말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하면 좋을까. 작품 전체로 볼 때 비교적 평범한 추리소설의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설이다. 범행의 동기라든지 또는 반전으로 드러나는 진짜 범인을 두고 혹여라도 독자들이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식상함을 생각해본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 강력한 자극일까. 더 완벽한 구성과 스토리일까. 그도 아니면 추리 안에서 발견하는 감동적인 요소일까.

일종의 중독과 같은 소설읽기인 듯하다. 다행인 것은 아직 이 중독에서 조금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히가시노 그의 추리소설 몇 권이 더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십자 저택의 피에로를 읽다보면 멀리 달아난 잠을 다시 붙잡을 수야 없겠지만 유난히 이른 미명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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