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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혁명적인 글쓰기 방법론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8년 10월
평점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멈추지 말고 나아가기를...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 책은 2000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이다.
나는 이 책을 2000년 10월 15일 구입했었다. 책을 구입할 때마다 날짜를 기록하는 습관으로 인해 얻는 소소한 정보다. 그런데 흐릿한 그 기억으로는 아마 당시 책을 끝까지 완독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참 연애사업에 몰입했었으니 말이다. 한권의 책으로 인해 까마득히 지우고 살았던 시절들을 소환한다. 희망으로 부풀었던 기억과, 초라했던 기억과, 화사했던 기억과, 암흑같이 어두웠던 기억까지 이제는 덤덤하게 불러낼 수 있음에 감사한 일이다.
새로 글쓰기에 관련해 신청한 책 중 두 번째 책이 바로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이었다. 사실 낡은 책꽂이에 이 책이 있다는 걸 기억한 것은 책을 신청하고 난 이후였다. 서글픈 현실이다. 여기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책꽂이에 이중 삼중으로 올려진 책들을 밀어내고 오래전에 구입한 초판의 책을 끄집어냈다. 이런 일은 가끔 아니 어쩌면 그보다는 자주 일어나는가 싶다. 같은 책이 두 권.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개정 전후로 편집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글씨 크기라든지, 문장 표현이 조금 바뀐 부분도 있었다. 포장이 살짝 바뀌었을 뿐, 내용은 여전히 매력적인 끌림을 지니고 있었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는 더 깊이 생각하고, 몰입하며, 침잠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을 제안한다. 글을 쓰는 목적에만 휘둘리는 냉냉한 인간이 아닌, 따뜻한 가슴과 여유로움의 시선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시작하라고 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이 이웃들 속에는 글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작가와 독자, 그리고 비평가, 그들을 둘러싼 또 다른 다양한 이웃들까지.
작가는 챕터마다 짧은 주제로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시작과 마지막이 되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처음인 동시에 다시 끝이 될 수 있는 이 정점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기에서는 글을 마주하며 세상에 공존하는 수많은 작가 그리고 독자이 갖는 편견, 선입견, 다시 다잡아야 하는 초심으로의 마음가짐과 자신을 지켜주는 온갖 생각들이 한꺼번에 준비되어 있는 그 정점이다. 책은 이 정점을 온전하게 흡수하고 그 이상의 세계로 뛰어넘으라한다.
또한 그녀 나탈리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수없이 질문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녀는 그저 한 장의 그림지도를 보여줄 뿐이다. 지도를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그녀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글을 쓰는 일은 고된 작업이다, 라고 했던 나탈리의 말이 얕은 회환으로 거칠게 불거진 마음을 툭 건드린다. 꾹꾹 눌러 참았던 것들, 혼자 버티던 것들,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 순간 화르르 바닥으로 쏟아질 것만 같은 순간을 책을 읽으면서 이따금 대면하게 된다.
가능하면 객관적 시각을 지키며 냉정하게 책을 읽으려고 하는 내 의지가 살짝 바닥으로 기우는 순간이다. 그리나 이제는 모든 것으로부터 가만히 웃으며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나탈리는 절대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보라 했다. 어떻게든 쓰고 또 쓰도 계속 쓰라는 일침을 가한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도 하고, 딴은 시골집을 지키며 나와 우리를 기다리는 우직한 은행나무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힘을 내뿜는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때문에 늘 불안해하고 낙담하며 슬퍼하고 좌절한다. 인간이 완벽한 존재라면 어쩌면 문학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을 노래하는 글이란 것이 이토록 오래도록 개인의 거친 삶 곁에서 자리를 지켜주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흔들리기 때문에 불안한 모든 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스스로 깊은 내면의 얼굴에게 물어보게 된다.
한권의 책을 완독하고 얻은 결론은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이가 자신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겁하게 뒷걸음치지 말고, 깊은 곳에 숨은 자신의 내면과 조우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써라. 지치지 말고 써라...말하는 나탈리의 말을 기억하자.
이제 호명을 할 차례다.
글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들을
목숨을 바칠 용의가 있다, 호언하던 옛시절 동기들의 잊힌 이름들과 그 시린 가슴의 멍울을
또 시대의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젊은 문청인들의 이름들까지
글은 언제까지나 함께 해줄 것이다
그 열정일랑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오래도록 타들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 라고만 하자. 그저 많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 p33
-글쓰기는 재갈을 물리지 않은 야성이 숨 쉬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정해진 방향이 없으며 오직 그 순간 글 쓰는 사람과 다른 모든 것과의 연결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글쓰기 훈련으로 무장되어 있을 때 논리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게 된다. ......
..... 제발 어떤 기준에 맞춰 글을 조절하지는 말라. 무엇이 다가오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것을 잡아라. 손을 멈추지 말고 계속 쓰기만 하가. p35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p71
-듣는 것은 곧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신이 더 깊이 들으려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아무런 편견 없이 사물이 가는 길을 받아들일 때 그 사물에 대한 진실한 글이 태어난다. p103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우리 자신에게 이를 수 있는지 밝혀 주는 작품을 읽고 또 읽어라.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다정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거듭 체험하게 된다.p146
-글을 ‘잘’ 쓰는 것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말라. 그냥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니까.p184
-글쓰기에서도 커다란 들판이 필요하다. 너무 고삐를 세게 잡아당기지 말라. 스스로에게 방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허용하라. 아무 이름도 없는 곳에서 철저하게 길을 헤맨 다음에라야 당신은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p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