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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글쓰기 수업
배학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퇴근길 글쓰기 수업
-형식과 글 그리고 자기검열.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두어 권 신청했다. 그 중 한권이 ‘퇴근길 글쓰기 수업’이다.
이를테면 살아가는데 있어 중간점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을 생각하고 만들고 창작하는 행위에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이 ‘자기검열’이라고 했다. 타인에 의한 비판보다도 더 냉혹한 비판은 자기 자신에게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왔다. 불행하게도 아니 솔직하게도 나는 늘 그 자기검열에서 패배하곤 했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쓰는 것을 즐기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자기검열에서 느슨해지는 감을 느끼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를 즐기면서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자기검열의 끈을 다시금 팽팽히 조여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은가 고민에 빠진다.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잘 쓴 글과 좋은 글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 차이를 나는 교수님들한테 ‘감동의 유무’라고 배웠다. 형식에 맞게 쓰여진 좋은 글이 감동의 요소까지 함께 갖고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형식과 감동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과감하게 감동의 요소를 선택할 의지가 있다. 형식에는 다소 맞지 않는다하더라도, 무언가 아련하고 깊게 와닿는 글이 더 좋은 글이라는 선택을 다시한번 똑같이 고수할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문학작품만을 텍스트로 삼아 공부하던 개인의 낡은 신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책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퇴근길 글쓰기 수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을까. 우선 저자는 자기만의 글쓰기 방법을 독자들에게 열심히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글의 구성과 형식, 그리고 현실감 있는 표현들을 이용해 각각의 글을 각각의 형식에 맞게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독자들에게 잘 쓴 글을 구분해서 바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가 정성스럽게 편집한 예시문장들은 집중해서 읽어볼만하다. 어쩌면 이 책은 다양한 예시문장을 통해 부연설명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독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더불어 책의 가치를 끌어올린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예시 글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는 우선 좋은 글의 기본이 되는 ‘좋은 문장과 문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장과 문단을 단단히 다듬어가면서 우리의 시선을 다음단계로 이끄는데, 바로 방대한 에세이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 그 부분이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에세이의 종류는 말 그대로 다양하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에세이는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일반적인 에세이의 개념으로만 생각하면서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저자는 설명문 역시 에세이에 포함시키고 있었고, 설득하는 글, 비평문 등. 우리가 표현하는 다양한 장르의 서식을 포함한 글을 모두 에세이라 총칭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스토리를 강조하는 글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책을 읽으면서 힘들었던 이유를 생각해보자. 우선 긍정적 시각에서 보았던 저자의 개성 넘치는 표현에 속상하게도 정말 익숙해지기 어려웠던 것을 고백한다. ‘낚시바늘 문장’과 같은 표현이라든지, ‘훅 문장’ 같은 표현이 거슬렸던 것은 분명 사실이다. 무엇보다 책이 갖는 문제점은 너무 조직적이고 너무 세밀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각각의 문장마다 쓰는 방법을 논함에 있어 저자는 늘 순서를 정하고 도식화해서 설명한다. 어떤 글을 쓰기 위한 요소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 둘째, 셋째 이런 식이다. 문제는 이런 도식화에 의한 설명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데 있다. 설명문, 비평문, 혹은 논설문? 영화 비평문, 무용 비평문.... 에세이의 영역에 이렇게나 많은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는 글들이 포함되고 있는데, 각각의 글들마다 써야 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나열하다보니 자꾸만 반복이 되고, 중복이 되는 것 같아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정한 글은 모든 것들을 도식화 내지는 구조화해서 쓰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 부분에서는 저자와 생각이 좀 다른 듯하다.
구성면에서도 한가지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다른 주제가 튀어나와서 글의 전개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어쩐지 전체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뭐랄까. 책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다 이야기하다보니, 글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각각의 파트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가 많이 존재한다. 사람의 생각은 다양하다. 더욱이 앞에서도 언급한바 저자가 보여주고 있는 예시문은 그 글 자체로 읽는 재미와 가치가 있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라고 한다면 나는 조금 비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을 간과하지는 말자.
블로그 활동을 하는 지인이 글쓰기 강의를 하며 구체적으로 소설 강의계획서와 그 내용을 블로그에 공유를 했었다. 그때 우스갯소리로 농담을 주워섬기며 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예전에는 과제로 했었는데 이젠 감이 떨어졌어요... 이제는 그저.. 이렇게 그냥저냥 살아요... 지금은 하늘에서 그냥 수북하게 감이라도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라고.
그런데 감은커녕 작은 땡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게 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