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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를 너에게
사노 요코 지음, 히로세 겐 그림, 김난주 옮김 / 샘터사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세이스트로 친숙한 사노 요코의 일러스트가 가미된 소설을 만났다. 어떻게 보면 어린이를 위한그림책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요즘 한 테마로 자리잡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기도 한 책, 『나의 새를 너에게』.
개인적으로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 작품을 만난게 다여서 소설은 어떨까 싶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히로세 겐이 그녀의 아들이자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은 모자(母子)가 합작한 창작물인 셈이다.
이야기는 하나의 우표에서 시작된다. 한 병원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의 이마에 우표가 붙어 있었던 것. 이 기묘한 관경에 의사이자 과학자인 의사는 이 새로운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이 우표를 떼어내 몰래 숨긴다.
우표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함께 쓰여진 글씨 역시 모르는 글이다. 의사가 한참 우표에 빠져 있을 때 그의 아내가 나타나고 의사를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는 우표를 빼앗가 간다. 아내는 이 우표로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다. 아마도 이전까지 이런 경험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가 탐정을 찾으러 가는 사이 도둑이 이 우표를 훔치고 도둑은 다시 도서관에 들러 글자를 배울 책을 빌려오기 전 이 우표를 책 속에 끼워두고 나온다. 이후 책을 빌린 남자가 우표를 발견하고 남자의 하숙집 여주인은 방세를 내지 못하는 그를 힐난하며 우표를 가져간다. 그리고 여주인은 남편은 아내가 이 우표를 두고 간 사이 술값을 대신하고자 우표를 가지고 술집으로 가는데...
이후 우표는 선원에게서 먼 이국 땅의 숙박업소 청소하는 처녀에게, 그녀의 참전하는 연인에게, 그리고 그 청년과 마주한 적군의 병사에게까지 흘러간다.
너무나 아름다운 우표, 그러나 그 의미도 뜻도 알 수 없는 우표는 그렇게 적군이였던 병사의 아내에게까지 가고 군인에서 이제는 목수가 된 그 병사는 액자를 만들어 우표를 보관한다. 이후 그들의 하나 밖에 없는 딸이 도시로 갈때 이 우표가 건내지는데...
딸은 어릴 때부터 욕심이 많았다. 목수인 아버지가 만들어 준 그네를 실컷 타고서도 친구들에게 한번도 양보하지 않았던 그녀. 이후 성공하겠다고 도시로 와 레스토랑의 종업원으로 일하며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보다 못한 점을 찾기 시작하며 불평불만을 속으로 읊어댄다.
그러다 허름한 옷차림의 한 청년이 들어오고 역시나 겉모습을 보고 그녀는 그를 무시해버리고 마는데.. 하지만 훗날 갤러리에서 새 그림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그 청년이라는 것과 부모님이 자신에게 건냈던 그 새 그림이 그려진 우표를 떠올리게 되는데...
욕심 가득했던 소녀는 어느새 자랐으나 여전히 그 성품을 그대로 지녔다.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새 그림을 통해 점차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이후 그 새 우표의 진짜 주인은 새 그림을 그린 청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하나의 우표가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진짜 주인에게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다.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그 청년에게 있어서 새 그림은 자신이 모르고 있었을 뿐 어쩌면 운명 같은 존재가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과 함께 어릴 적 욕심 많았던 소녀의 변화가 인상적으로 글져졌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