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교는 무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머니가 절에 다니셔서 몇 번인가 함께 간 적은
있으나 그렇다고해서 불교신자도 아니다. 그리고 어릴 때는 친구와 어울려 교회를 다니기도 했었다. 그 즈음에는 집에 성경책이 있기도 했는데 사실
끝까지 읽어 본 기억은 없는것 같다.
성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성경이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 무지하기 짝이 없지만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라는 책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던것 같다.
성경을 재해석한 책이라기 보다는 마치 소설과 같은 이야기 책으로 써놓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러셀은 어느 날 오후 잡지 <뉴요커New Yorker>의
만화가이자 'Too Much Coffee Man'의 창작자이기도 한 섀넌 휠러와 술을 마시다가 우연한 기회에 마크가 '나는
<욥기>를 세 단락으로 요약해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친구에게 들려주었다'(p.347)고 말하게 되는데 이를 듣고 있던
섀넌은 뜻밖에도 마크에게 "《성경》을 전부 그런 식으로 요약해보면 어때? 내가 만화를 그려줄 테니까."(p.347)라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해서 『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가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고 처음 한 서(書)를 세
단으로 쓰는 것이 얼마나 걸리겠나 싶었던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결국 저자는 2년 동안《성경》을 공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을 읽고 편집과 수정, 조언 등을 토대로 《성경》이야기 모음집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되 자신만의 언어와 알레고리로 《성경》을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겠고 의외로 그의 작업에 대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으나 오히려 정말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를 교회의 신자들에게 나눠주는
목사님에서부터 성경교실의 수업자료로 사용하는 수녀님도 있었다고 한다.
구약성경(모세5경 · 역사서 · 시가서 · 대예언서 · 소예언서)와 신약성경(복음서 · 바울의
활동과 편지 · 그 밖의 편지와 계시록)으로 나눠서 각각의 세부적인 서(書)들을 간략하게 표현해내고 있는데 마치 성경이라는 하나의 세상 속
이야기를 끊어짐없이 한 권의 책으로 연속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또 인물 관계를 파악하는데에도 참 좋았던 책이다.
《성경》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 이해 속에 진정함이 담길 수 있도록 (저자의
표현대로라면)거룩한 포장지를 모두 벗겨내고 싶었다는 말처럼 《성경》에 무지한 사람들조차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름성경학교 같은
곳이나 처음 《성경》을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을것 같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성경》을 이렇게도 표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