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니, 제목만 보면 무슨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 아닐까 싶지만
사실은 소설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를 아내들의 현실을 담아낸 이야기다. 시대가 변해서 여성의 권익에 대한 부분도 상당부분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성평등의 수치는 저조하고 현실에서 느끼는 불평등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사실 이런 말을 하면 남자들도 힘들다에서부터 시작해 군대 이야기까지 다양한 말들이 나올텐데
이럴 때마다 생각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는 내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그 상대가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아내라면, 그 아내가 힘들다고 했을때 '당신만
힘든 줄 알아, 나도 힘들어.'라고 말하기 보다는 공감하려고 하고 그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려는 자세가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사실 결혼 이후
여성에게 당연하다시피 주어지는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역할이 여성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힘듦을 수반하는게 현실이다.
요즘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서 맞벌이는 필수가 되었고 아이도 아예 낳지 않은 부부도 많고
심지어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은 결혼이라는 현실을 아내의 입장에서 어쩌면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한 여성의 입장에서라면 무릎을 치며 공감할지도 모르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들은 결혼이 더 싫어질지도 모르겠다.
여자이기 때문에 결혼 후 가장 힘들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임신과 출산, 육아일 것이다.
모성애가 여자라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졌지만 여자는 지금까지, 지금도, 어쩌면 미래까지도 소위 독박 육아에 힘들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키운다는 인식이 강한 가운데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전업주부가 되었든, 여러 이유로
맞벌이를 선택했든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을텐데 이때 남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내는 물론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는 14인의 아내를 취재해 그녀들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녀들의 삶에서 남편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그런 가운데 제목처럼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비록 극단적으로 들릴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말이 아내 스스로가 외치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여자에게도 모든 것이 처음이며 그 가운데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힘들지만 현실에
마주하면 그 힘듦은 강도를 더하는게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을 담아내면서 사회학적으로 증명된 다양한 통계 자료를 보여주기 때문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마치 14인의 아내를 통한 사회 보고서처럼 느껴지게 쓰여졌다는 점이 의미있는것 같다.
일본 작가의 이야기임에도 우리나라의 작가가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공감대는 더욱
그러하며 해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이것이 비단 여성만이 느끼고 여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간의 이해와 공감을 통해 서로가 문제
인식을 해야 하고 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과 개선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책은 현실을 담아내고 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까지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제목에 발끈하기 보다는 내용에 귀기울여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