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미술관 - 서양미술, 숨은 이야기 찾기
최연욱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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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미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우린 미술작품을 직접 감상하기 보다는 학교에서 미술사와 화풍, 작가와 작품을 연결짓는 시험을 위한 목적으로 미술을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미술과 관련한 전문적인 내용은 그 분야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독자들은 미술에 보다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이를 흥미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비밀의 미술관』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순수미술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전업화가로서 전시회와 공모전에 수차례 입상한 경력자로 '미술을 주변 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결심 이후 미술 초보자들과 함께 전시탐방을 하거나 국내외 300여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을 직접 견학하고 서양미술 역사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들을 '서양화가 최연욱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미술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한 편씩 소개하게 된다.

 

작품과 화가에 대한 전문가적인 내용도 분명 담겨져 있지만 이러한 내용 역시도 서양미술의 뒷이야기를 말하면서 필연적으로 곁들어지는 부분이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과 그들의 예술작품, 그 주변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다시 그 작품들을 보게 된다면 더욱 새로운 시각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그의 역작이자 세계미술사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인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가 소개된다.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수도 별관 식당에 그려져 있는 <최후의 만찬>의 경우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진 벽화인데 이 작품이 예수에 버금가는 수난을 받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다빈치가 작품을 완성한 이후 작품이 손상되었을 때 다빈치는 이를 보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수도승들조차 이 그림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가 되고 이들은 벽에 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예수의 발 부분에 구멍을 뚫었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복원작업을 맡은 미켈란젤로 벨로티의 실력이 부족해 작품을 오히려 망치게 되었고 나폴레옹이 밀라노에 쳐들어 왔을 때 병사들이 이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고 말똥으로 그 존재가 불분명했던 예수와 열두 제자의 얼굴에 말똥으로 맞추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이후로도 수난을 겪었던 벽화는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정부와 전 세계 미술관련 단체들의 복원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하니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지만 원복과는 색깔도 그린 방식도 달라졌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이 아니기도 한 아이러니함을 지닌 그림이 되었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인 <오필리아>에 얽힌 이야기는 왠지 그림의 가치를 높이는것 같다. 햄릿의 애인인 오필리아가 햄릿으로 인해 아버지가 죽자 강물에 몸을 던져 죽는데 이 그림의 모델이 바로 리지 시달이라고 한다.

 

그녀는 처음 모자를 팔던 사람으로 뛰어나 미모로 라파엘전파 화가 중 한 명이였던 월터 데버럴을 통해서 유명세를 얻게 되고 이후 전업 모델이 되어 <오필리아>의 모델이 된다. 밀레이는 그림을 실감나게 하기 위해서 실제 강가에서 배경을 그린 후 욕조에 물을 붓고 누워 포즈를 취한 리지 시달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몇 개월간 지속되 이 작업은 욕조 아래 램프를 켜서 온도를 유지했는데 어느 날 램프가 껴져서 시달은 몇 시간을 추운 욕조 속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죽은 포즈를 취하려다 진짜 죽을 뻔했던 그녀가 화가인 밀레이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최고의 모델이 되려는 나름의 직업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는 점점 더 유명해졌고 당시 최고의 화가이자 시인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를 만나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이른다. 그 즈음 단테는 리지 시달과 전속 모델 계약까지 맺었고 이후로 그녀는 다른 화가들의 그림에 등장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행복해보였던 두 사람의 결혼은 아이의 유산과 그녀의 약물중독에 의한 자살로 끝이 난다. 이러한 이야기는 단테가 그린 <축복받은 베아트리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오필리아로 유명세를 얻은 그녀가 실제 삶을 오필리아처럼 마감한 점이 오필리아를 더욱 유명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비밀의 미술관』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사실에 근거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들을 통해서 들려준다는 점에서 서양미술에 더욱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저자의 블로그에는 책에 넣지 못한 내용이 3배나 더 있다고 하니 더 많은 책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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