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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논산일기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평점 :
모 일간지에서 그가 집을 떠나 고향 논산으로 향하는 길을 동행취재한 기사를 읽었다. 연어가 먼 바다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듯 그는 그렇게 논산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박범신 작가가 논산으로 돌아오기 전과 그 이후 2011년 겨울을 지난 올해 최근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논산일기 2011 겨울"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이 책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그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추억이 함께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논산의 연무읍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청소년기를 강경에서 보냈단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강경으로 이사를 갔다고 하니 작가는 진정 논산 사람이 아닌가 싶다. 어릴적 부유함 넘쳐 흐르는 논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빈곤을 경험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특별할 것 없는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간혹 가족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작가의 아내 이야기는 책의 초반에 등장하는데 그의 방랑자같은 삶을 눈물을 훔치면서도 막지 않았던 아내의 모습이 한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멀쩡한 집을 놔두고 고향 논산으로 내려가겠다고 했을때도 아내는 그의 이불 보따리를 쌌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작품들의 그런 아내의 이해와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논산 이곳 저곳의 풍경들을 간간히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논산과 작가 박범신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의 소설에서 보여준 사회고발적인 내용들이 담긴 책이 아니다. 오히려 초로의 작가가 그의 일상들을 적어낸 지극히 개인적인 고백이자 독백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잔잔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의 이야기와 그 작품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흔히들 박범신 작가를 논산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는 것 같다.
책의 곳곳에 담긴 논산 이야기와 그가 책에서 표현한 그의 이야기는 그가 논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그곳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지 간에 누구라도 추억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박범신 작가의 글 속에 나오는 논산과 예전의 모습은 보통의 평범한 우리네 모습같기도 한 점이 많기에 이 책 속의 글들이 와닿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은 아마도 그의 논산 이야기와 작품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읽은 이 책은 마치 작가 박범신이 그동안 살아온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