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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랑 이야기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의 이야기는 비르질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서 시작된다.
“나야, 클라라. 미안해. 하지만 여기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 그만 헤어져, 비르질. 당신을 떠나기로 했어.”
이순간부터 비르질은 혼란속으로 빠져든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클라라라는 여성을 떠올려 보려고 하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리곤 자신의 뇌가 문제가 생겨서 분명히 사귀었던 여자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뇌 촬영을 하기 위해 병원을 예약하게 되고, 그 상이 분명 자신은 뇌문제로 죽을 것이라 믿게 된 비르질은 전기회사에 연락해 계약을 해지하고, 집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신변정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병원 검사 결과 그는 지극히 정상으로 판별된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라 말인가... 그때부터 비르질은 클라라의 존재와 기억에 대해서 끊임없이 상기시켜 나간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자 해결이기도 한 클라라를 다시 만나기로 결심한다.
서커스단원이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여자와 인간관계, 나아가 인생에 대해서도 뭔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의 범주안에서만 머무는 듯 보였던 비르질은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고자 한 것이다.
"귀찮은 일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았어. 그 결과는 아주 엉망이지. 그러니 한 번 정도는 위험을 감수해봐도 되지 않겠어?"
자신의 기억속에 없는 클라라를 다시 찾겠다는 비르질의 다짐이다. 그런 비르질의 곁에서 아르멜은 정신적 조언자로 그의 새로운 삶을 응원한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승진기회조차도 삶의 변화를 꺼려해서 거부했던 비르질이 새로운 삶으로 당당하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이다. 모드의 파티에서 맨 처음 클라라를 만나서 대화를 했음을 기억한 비르질은 모드를 통해서 비르질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녀의 추적해 간다. 그리고 그 추적의 끝에서 모드의 남자친구이자 클라라의 오빠인 캉탱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넨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기대하며 말이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마치 처음인 것처럼, 한 번도 사귀어보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이책에선 끝까지 클라라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비르질과의 만남을 아껴둔 것처럼. 솔직히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도 못하겠다. 바로 이런점이 비르질에겐 이전까지 만났던 여성들과 클라라의 차이점일테고, 자신의 상상으로 그려낼 수 없다는 매력에 비르질이 더욱 그녀를 만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어떤 결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뭔가 특별한 사랑을 기대한 나로서는 솔직히 허무한 결말이기도 한 책이다. 비르질이 낯선 클라라에게 느끼는 그 감정이 "아마도 사랑"이 아닌가 싶기에, 그런 비르질의 이야기가 바로 "아마도 사랑 이야기"라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확실한 결말을 원했고, 비르질과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 나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클라라는 왜 자동응답기에 그런 메시지를 남겼는지 모르겠다. 비르질과 클라라의 친구들도 그들의 관계를 목격하지 못했고, 비르질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그 관계가 과연 존재하기나 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그런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