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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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이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그런 상상을 한다. 그 역사의 순간 만약 그렇게 되지 않고 다르게 되었다면... 하고 말이다. 그랬다면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이상이 이루어졌을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만약에... 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학 농민 운동이라는 잘 알려진 소재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접목시켜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픽션과 논픽션이 어울어진 있는 구성이다. "녹두 장군 전봉준이 김경천의 밀고로 관군에 붙잡혀 처형되었다." 는 역사적 사실에서 만약에 그렇다면 전봉준이 김경천의 밀고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짐으로써 이 이야기는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13살의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는 나는, 그때 당시 보부상인 아버지는 노스님이 전해준 서찰을 전라도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다." 고 말한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에게 조차 보여주지 않으며, 자신들의 목숨까지 걸린 셈이니 절대 아무에게도 보여서도, 빼앗겨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전라도로 가던 도중 아버지는 주막에서 갑작스레 죽게 되고, 어린 나는 아버지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말한 서찰을 전해야 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리고 동학으로 혼란스러운 조선 땅에서 전라도로 갈 길을 물어 물어 점차 이동한다. 그와 동시에 이 서찰을 누구에게 전해야 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 서찰에 쓰여진 한자의 뜻을 알아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책장수 노인, 허름한 차림의 양반, 약방 주인, 양반집 도령 등을 통해서 그 글자를 하나 하나 알아가게 된다. 하지만 한자를 풀어갈수록 뜻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사이 동학 농민군을 제압하려고 조정에서 끌어들인 청나라 군사가 조선을 혼자 차지할 것을 두려워한 일본이 가세하고, 일본이 청과의 전쟁에서 이기자 이번에는 동학 농민군을 잡아들이고 있는 혼란한 시국이였다.

 

嗚 呼 避 老 里 敬 川 賣 綠 豆

총 10자인 서찰의 뜻은 몰랐지만 경천이라는 사람 이름과 판다는 뜻과 같은 여럿의 단어는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서찰에서 나온 피노리라는 곳으로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곳으로 움직이던 나는 잠을 자기 위해 들렀던 주막에서 동학 농민 운동의 현 상황을 듣던 중 녹두 장군 전봉준에 대해서 듣고 드디어 서찰의 전체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슬프도다. 피노리에 사는 경천이 녹두 장군을 파는구나.

 

그리고 얼마전 만났던 경천이라는 사람이 서찰 속의 그 사람임을 눈치채고 녹두장군을 만나러 간다. 그러다 산속에서 굴러 사찰에서 다시 깨어났을 때 정말 기막히게도 그곳에 녹두 장군 전봉준이 피신해 있음을 알게 되고 드디어 서찰을 전하게 된다.

 

나는 드디어 녹두 장군 전봉준이 죽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고, 이왕 온 김에 피노리를 가보자고 생각하고 피노리를 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것은 일본군에 잡혀 들것에 실려가는 전봉준과 관에서 도망치듯 나오는 경천이라는 자다.

 

서찰을 받았음에도 동료를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전봉준은 그렇게 잡혀가 다른 동학 농민 운동가들과 함께 처형을 당하고 만다.  

 

모두가 평등하게, 인간답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내놓았던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결국 역사는 그대로 진행될 뿐이였던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랬던 다른 역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모두가 알고 있던 동학 농민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 본 데에 그 의미가 있겠다. 결국은 역사의 진실대로 이루어졌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하는 그런 바람을 사실감있게 썼다는 흥미로웠던 책읽기 시간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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