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버지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 시대와 배경은 전부 중국이지만, 그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넷째 삼촌의 부고를 전해 듣고 고향으로 내려 온 초로의 작가가 집안의 세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자신이 인생을 반추하면서 쓴 책이다.

 

첫번째 아버지는 바로 작가 옌롄커 자신의 아버지다.

중국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곳에서 4남매를 키우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셨던 아버지다.

자신의 살아 생전 자식들의 혼사와 앞날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과 삶을 내어주면서 기와집을 지으셨던 분이다.

지금처럼 집을 짓는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자식의 미래를 손수 마련하는 일련의 의식같은 그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두번째 아버지는 바로 큰아버지.

완전히 농사꾼이셨던 자신의 동생(작가의 아버지)과는 달리 농사와 장사 등을 병행하면서 자식과 조카들의 삶을 돌보고자 했던 아버지다. 힘든 세상 속에서도, 자식을 둘이나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우리 집이 재앙을 당했다 해서 남들에게도 이런 재앙을 함께 당학 하고 싶지는 않다."는 한없이 착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품으셨던 분이다.

 

세번째 아버지는 바로 작가의 넷째삼촌이다.

작가에게 넷째삼촌의 삶은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도시인의 행복한 삶의 전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넷째삼촌을 따라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엿본 넷째삼촌의 진정한 삶이란 이른바 '이터우천(一頭沈, 본뜻은 편들기란 뜻인데 허난 사투리로는 장기간 떨어져 사는 부부를 지칭하기도 한다.)이였다. 넷째삼촌은 시골사람들이 보기엔 도시인이지만 도시인들이 보기엔 시골사람일 뿐인 허공에 뜬 채 그 소속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넷째삼촌은 은퇴 이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도시에서 느꼈던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름의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근현대에 걸쳐서 도시를 빗겨난 시골 사람들의 삶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글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떠올리게 하면서, 궁핍했던 농촌의 삶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힘들고 고난스럽던 삶의 반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가족을 지키고, 가족을 사랑했던 3명의 아버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놓았던, 이 시대의 아버지와 다르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의 아버지들에 대한 숭고한 마음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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