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전상국 지음 / 민음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난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도 아니고, 경험한 세대는 더더욱 아니다.
내게 남이섬은 욘사마와 지우히메 덕분에 알게된 한번 가보고픈 섬이다.
처음 내가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만 해도 남이섬과 관련된 뭔가 낭만적이고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했었다.
책 표지를 봐도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가 쓴 5편의 단편 소설을 한권으로 묶은 책이다.

소설 <남이섬>을 먼저 말하자면 나미 라는 여인과 관련된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한 여인에 대해 너무나 상반된 두 사람의 증언을 통해서 하나의 공통된 대상도 그를 기억하는, 추억하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하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나미라는 여성은 과연 실존했는가, 아니면 그저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만들어낸 환상같은 존재인가 하는 의문도 생기게 한다.
동시에 소설 속 내 후배의 카페를 찾아 왔던 그녀가 마치 내가 찾던 그 나미와 동일 인물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처음 나왔던 <꾀꼬리 편지>는 상당히 묘사가 인상적이다. 글로써 그림을 그렸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주변 풍경 하나하나, 자연의 모습, 등장 인물들에 대한 감정과 모습까지도 그 묘사가 정말 기막히다.
너무나 섬세한 묘사이기에 오히려 한편으로는 난해한 구석과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꾀꼬리 편지는 거위벌레 성충이 낳은 알이 부화하기 전까지의 집이며 먹이이다. 이처럼 작가는 이런 사소하고, 평범한 모습에서 시적이고, 문학적인 모습을 끌어내는 놀라운 표현을 보이는 것이다.
<꾀꼬리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머릿속으로 한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다.

<춘심이 발동하야>는 안병신이란 인물의 뭔가 어리석음과 억울함 등을 그 주변인들을 통해서 나타내면서 독자로 하여금 연민과 동시에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모습이다.
안병신이라는 이름은 그의 전반적인 성격과 모습을 나타내 주려는 작가의 의도된 작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어느 날 그가 주변에 허세를 부리며 떠난 뒤로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하는 생각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기는 작가의 배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지뢰밭>은 직접 6.25를 겪은 세대들의 이야기이다.
남과 북의 입장에서 때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바가 달랐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고, 어느 한쪽의 잘못을 탓하지 않으면서 그 상황에 놓여 있었던 인물들에 대한 양쪽의 입장을 듣고 있다고 해도 되겠다.
자신의 기억 속 사건들이 많은 시간이 흐른뒤 현식 속에서 다시 되살아 나면서 이후의 삶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모습은 여운을 남겼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서로의 다른 입장에 대한 솔직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드라마 게임>은 개인적으로 나미와 함께 조금 독특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소설이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것이 전적으로 누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굴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연 그 굴은 아버지에겐 어떤 의미였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피난처, 휴식처, 아니면 분노와 공포를 땅속 깊은 곳에 숨겨두기 위한 장소였을까.
결국 고모의 죽음 통해서 아버지의 굴파기는 끝이 난다.
아버지의 마지막 굴은 고모의 무덤이다.
그 누구도 아닌 직접 그 무덤을 파면서 아버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야기와 그 끝까지 독특하고 묘한 느낌을 잃지 않는 소설이다.

5가지의 소설이 각각의 묘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만의 의미로 작가에게 여운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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