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병아리
한해숙 글, 장호 그림 / 한림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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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학교 교문 근처에서 파는 병아리를 보게 된 솔이.  


노란 개나리보다 더 샛노란 병아리가 너무 예뻐서 다음날 돼지 저금통에서 몰래 돈을 꺼내와서 병아리 한마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 온다.


빈 라면 상자에 구멍을 내고, 창문과 분홍색 커튼까지 그려 넣고, 대문을 그린 다음 '삐악이네 집' 이라고 이름을 써준다.
몰래 저금통에서 돈을 빼내간 것에 대해 혼이나면서도 삐악이를 자신이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엔 온통 병아리 생각 뿐이다.
 


하지만 집 밖으로 도망갔던 삐악이를 겨우 데려와 더러워진 몸을 깨끗하게 씻긴 다음 날 삐악이는 영영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솔이네 가족은 마당 한 켠 개나리 울타리 밑에 삐악이를 묻어 준다.
솔이는 삐악이가 내년 봄 노란 개나리로 다시 태어날 것임을 믿는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수업이 끝날 때가 되면 교문 앞에는 여러 종류의 노점상이 생겼었다.

여러가지의 군것질 거리, 장난감들, 그리고 따뜻한 봄에서 초여름이 되기 전에 꼭 나타나는 병아리 장수까지.
장난감도 많지 않던 시절, 학원도 거의 다니지 않던 그 시절 병아리는 정말 특이하면서도 소중한 존재였다.
백원짜리 동전 몇개로 병아리를 사고 모이까지 얻어 와서 꼭 라면 박스였던 곳에 키웠던 기억이 난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어주고, 집을 마련해주고, 물과 모이까지 챙겨주면서 병아리와 대화를 하던 모습, 그때의 추억이 이 책을 통해서 고스란히 살아 났다.
하지만 '병아리가 커서 큰 닭이 되면 어떤 곳으로 옮겨야 하나?' 생각하던 내 바람과 달리 병아리는 채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그냥 죽었었다.
그 뒤로도 병아리가 보였다하면 몇 번인가를 더 사가지고 집으로 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버리자 그 뒤론 병아리를 사가지고 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도 좋아하던 존재와 헤어진다는 것이 못내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였을까?
아무튼 그 뒤에 뉴스에선가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는 병들어서 닭이 되지 못할 것들만 판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아마도 뉴스와 함께 내 유년시절의 동심이 더 이상 동화적이지 못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이 책을 보고선 너무 좋아한다.
한창 동물들을 좋아할 나이여서 그런지 자기도 병아리를 키우겠다고 난리다.
당분간은 그냥 책으로만 좋아하자 그랬는데, 아마 아들도 학교 앞 병아리를 보게 된다면 사들고 올 것이다.
그리곤 병아리와의 헤어짐에서 작고 여린 마음을 다치기도 하면서 크게 될 것이고...
책의 내용이 목욕을 시킨 다음날 갑자기 죽는 것으로 끝나 버려서 이야기의 맥이 뚝 끊기는 감도 없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추억의 한장을 들춰 보게 해주는 앨범 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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