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찾습니다
사쿠라 토모코 지음, 이정원 옮김, 이모토 요코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동화 속 늑대는 어떤 모습일까?
<양치기 소년> <아기 돼지 삼형제> , <빨간 모자>,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등등.
대부분의 동화 속 늑대는 악역 전문 캐릭터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정말 늑대는 나쁘기만 할까?
늑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억울해하진 않을까?
<개미와 베짱이> 라는 책 한편으로 우리의 베짱이는 천하의 게으름뱅이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베짱이 = 게으름뱅이" 라는 수식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늑대도 나쁜 동물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그저 동화한편에 뭘 그렇게 과민반응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가치관이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아이에게 성실성, 근면함, 정직함, 형제간의 우애 등등을 가르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늑대를 나쁜 캐릭터화 시킨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되진 않을까?
아이들은 자연스레 이런 책들을 통해서 이야기의 교훈 뿐만 아니라 그 동물의 특성들도 알게 모르게 머릿속에 인식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짓고 읽어 주고, 이야기 해주던 동화들이 실제론 아이에게 외모에서 풍기는 편견과 소수의 개체가 마치 그 전부를 대변하는 것에 대한 오류를 이 책은 직시하고 있다.
실로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발상이다.
모든 관계에서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야기는 분명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여러 동화 속에 나온 늑대들은 분명 그다지 착한 캐릭터는 없다.
말 그대로 동화계의 악역 지존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수일 뿐이라는 것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
실제로 <친구를 찾습니다> 에 나오는 아기 늑대는 다른 동화속의 고정화된 캐릭터로 인해서 친구가 없는 외톨이다.
친구랑 재밌게 놀고 싶지만 동화 속에서 만들어진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숲속에서 아기 늑대는 친구 사귀기 위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노랫소리를 듣고 다른 동물 친구들이 올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랑 같이 놀 친구, 여기 붙어라! 여기 붙어라!"
실제로 늑대의 노랫소리를 듣고 토끼, 돼지, 여우, 너구리가 나타난다.
하지만 숨어 있는 늑대가 자신의 외모를 하나 하나 말하자, 처음엔 자신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여기며 기뻐하던 친구들은 그 모습이 결국은 늑대라는 걸 알고 놀라게 된다.
늑대는 친구들이 여전히 기뻐하는 줄 알고 나오지만 다른 동물들은 늑대가 무서워 거짓으로 아프다고, 다쳤다고, 목이 마르다고 말한다.
늑대는 정말 걱정되는 마음에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이 틈에 다른 동물들은 다행이라 여긴다.
하지만 다시 나타난 늑대가 물을 가져오고, 나뭇가지로 바람을 만들어 주고, 나무로 목발을 만들어 주자 처음엔 두렵고 어떨떨해 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자 늑대가 정말 자신들을 걱정해서 그런 것이라 알고 늑대에게 가졌던 편견을 벗어 버리게 된다.
그리고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늑대와 친구가 되어 같이 놀게 된다.
늑대는 너무 기뻐서 울음을 터뜨리고 친구들이 다독여 주며 같이 신나게 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우리의 머릿속에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있던 늑대의 이미지 때문에 늑대는 오히려 상처받고 외톨이가 되었다.
작가는 이런 모순적인 모습을 정확하게 꼬집고, 이를 통해 누구든지 다른 이들로 인해서 정형화된 이미지를 통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한다.
아이들에게도 늑대가 나쁜 동물이라고만 말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식의 좋은 면도 있다는 것을 알려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해받고 관계에서 배척된다는 것은 상처가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양치기 소년> <아기 돼지 삼형제> , <빨간 모자>,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등등과 함께 <친구를 찾습니다> 도 읽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연히 보게 된 책이지만 그 가치는 훌륭한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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