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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외삼촌 - 한국전쟁 속 재일교포 가족의 감동과 기적의 이야기
이주인 시즈카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자식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은 이해불가일 때가 간혹 있다. 나라면 저렇게 살지 않을 텐데.... 왜 저렇게 사는 걸까하는 그런 생각이 들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뚜렷한 애정관계였던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와는 그렇지 못한 상대이다. 어릴 적 아버지는 자신이 이룩한 모든 사업체를 이어줄 아들이 필요했고, 그 아들인 자신의 탄생은 집안의 경사였다.
그런 자신이 아버지의 기대와 바람을 저버리고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근현대사에 맞춰 저자 자신의 가족사를 비교적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 가고 있다.
어릴적 자신의 집을 찾아 온 외삼촌의 등장은 소년이였던 저자에겐 새로운 지향점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상당히 인상깊은 만남이였다. 강인하고 남자답지만 그다지 존경할만한 모습을 아니라고 여기던 아버지와는 달리 소년의 눈에 비친 외삼촌의 모습은 소년에겐 롤모델 같았기 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짧은 만남 뒤의 긴 이별 뒤, 외삼촌의 잔상도 잊혀져 갈 무렵 고향을 찾은 그는 외삼촌의 부고 소식과 함께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가족사에 대해 어렴풋이 듣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집안을 돌봐주던 집자격인 겐조 아저씨를 찾아가서 자신들의 가족사를 어쭙게 되는데...
어머니를 놔두고도 외도를 했던 아버지의 모습과는 달리 자신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짐도 마다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과 함께 어릴적 자신의 이상향과도 같았던 외삼촌이 지녔던 아픔도 듣게 된다.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과 한국전쟁의 배경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고군분투했던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넘어서서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보통의 모든 가장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버지는 자신이 사랑했던 가족, 소년의 어머니의 부탁으로 생사를 알 수 없는 외삼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사를 넘나드는 희생과 헌신을 보여준다.
감히 그 위대한 모습 속에서 누가, 어떻게 이념을 따지며, 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개인의 삶이 시대의 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과 그러한 결연한 모습 속에서 아버지 자신 나름대로의 가족에 대한 헌신, 희생,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극히 시대적인 소설이기는 하나,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는 한 가족사에 놀라움과 감동을 느낄 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