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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폴 오스터, 『바움가트너』는 그의 사후 1주기에 맞춰서 출간된 최후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표지를 자세히 보면 한 사람의 얼굴 안에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는데 이는 제목이 ‘정원사’라는 의미를 가진 ‘바움가트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원사라는 의미인 동시에 자신의 성씨이기도 한 ‘바움가트너’는 어딘가 모르게 소설과 실제를 살짝 섞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자신의 40년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마치 삶을 회고하는 동시에 정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속 사이 바움가트너는 은퇴를 목전에 둔 한 노교수로 그려지는데 자신의 지난 인생에서 마주했던 사람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동시에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 싶게 하는 글쓰기에 대한 고뇌를 담아내기도 한다.
은퇴를 앞둔 그에게 있어서 10년 전 아내와의 사별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순간이며 그때의 아픔과 상실감은 지금도 그를 괴롭힌다. 그런 아내에 대한 기억이 결국 지난 시간들, 기억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면서 이상했던 그날을 떠올리며 아내와 자신이 쓴 글들이 엇갈리며 그는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직시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다는 것은 남겨진 이들에겐 또다른 고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바움가트너에게 있어서 아내와의 사별은 익숙한 일상 속 낯선 홀로서기일지도 모른다. 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행동들이 그를 지난 기억 속으로 자신을 소환한 것도 어떻게 보면 우연한 사건의 발생이 가져 온 의도치 않은 일일 것이다.
바움가트너에게 있어서 과거로의 회상이 가능하게 한 트리거는 냄비를 태워버린 사건이고 뒤이어 발생하는 검침원의 방문 등이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생각은 결국 바움가트너의 내밀한 삶과 생각으로 이어지고 이는 그의 아내가 발표하지 않았던 글들을 통해서도 전해진다는 점이 의미있겠다.
그의 지난 삶이 여전히 아내를 잃은 고통 속이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은 소중한 이를 잃어 본 이들에겐 공감하는 대목도 있을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시 앞으로의 생으로 나아가고자 의지가 아내의 미발표 원고에 대한 결심이라는 점은 결국 어떤 면에서 보자면 자신과 아내 두 사람의 긴 인생의 여정을 잘 마무리하는 의지인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