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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평점 :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자체에서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일정 금액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준다고 하지만 법적으로 강제성의 띈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반응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는데 무작정 대책도 없이 운전을 못하게도 할 수 없으니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운전 미숙이라는 이름으로 치부하기엔 간혹 교통사고의 피해가 너무 심각하고 때로는 운전 미숙 보다는 급발진을 주장하기도 해서 진짜 급발진 의심 사례의 교통사고 건에도 좋지 않을거라 생각하는데 대체적으로 고령 운전자의 사고에서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가해자보다 나이가 어릴 수 밖에 없고 심할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날 시리즈'로 유명한 정해연 작가가 이 소재로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고령의 가해 운전자와 나이가 어린 피해자(와 유가족)의 입장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던게 사실이다.
흥미롭게도 작품은 반을 나눠서 가해 운전자 노균탁과 그로 인해 중학생인 딸을 잃은 피해 유가족인 엄마 김혜정의 입장에서 써내려 간다.
어느 누구의 편을 들고자 함이 아닐 것이다. 다만, 각자의 사정이라는게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의 시작 혜정은 남편으로부터 딸 연희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딸의 시신을 확인한다. 그리고 연희를 죽인 교통사고 가해자가 70대 노인이라는 것을 알고 분노를 금치 못한다.
죽으려면 자신이 죽지 왜 미래가 창창한 자신이 딸이 죽느냐고....
균탁은 아내의 죽음 이후 딸 내외와 함께 살며 손자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다. 운전을 하는게 걱정스럽지만 새로 이사한 집과 학교가 멀어진 탓에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쉽지 않아 결국 조심해서 운전을 하려고 하지만 그날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여중생을 죽이고 만다.

뉴스는 70대 노인이 운전하는 차에 치여서 10대 청소년이 사망했다고 연일 보도하고 딸은 변호사를 만나 방어의 목적으로 운전미숙을 주장하며 공탁금을 걸자고까지 한다.
균탁은 자신이 죽을 죄를 지었고 그에 대한 합당한 댓가를 받고 싶지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딸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없다.
균탁을 옹호하고자 함이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딸과 함께 살지 않았다면,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게 후회되지만 딸을 잃은 부모 앞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고 심지어는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상황도 믿기지 않는다.
특히 변호사를 통해 고령에, 초범에, 운전미숙에, 반성을 하고 있고 공탁금까지 걸었다는 등의 조건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너무나 낮은 죄값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을 원망하듯 말하는 딸 내외의 부부싸움 등은 그를 더욱 견딜 수 없게 한다.
작품의 결말에 대해 의견이 갈릴 수 있을것 같다. 누군가는 비겁하다 할 것이고 누군가는 법이 왜 이 모양이냐고 할 것이다. 작가 역시 어느 누구의 편을 들지 않으며 혜정과 균탁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그 사이에 해당하는 책의 중간 즈음 작가의 말을 담고 있다. 읽고 나서도 이게 정답인가 싶은 생각, 이야기는 끝났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겐 이게 끝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다소 극적인 장면을 있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설정에 한편으로는 가슴 답답해지기도 했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