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전작 『다이브』를 통해서 문윤성SF문학상 대상과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한 단요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이 바로 『피와 기름』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신학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인데 종교적/신학적 관점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그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작품 속 주인공인 우혁은 성실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미 청소년기 때부터 도박에 빠져 있는 상태였는데 그런 우혁에겐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다.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던 우혁은 한 소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지만 그때 말로는 설명할 수 있는 경험, 일종의 임사 체험을 했던 것이고 이것이 그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때의 경험이 평범한 삶에서 우혁을 벗어나게 했지만 천만다행으로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잘 살아보려고 하지만 어느 날 그런 우혁 앞에 자신의 특별한 경험 속 존재했던 소년이 나타난다. 그것도 나이가 든 자신과는 달리 그 당시 기억 속 모습을 담은 채로 말이다. 그리고 소년을 통해 우혁은 그의 놀라운 과거에 대해 듣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과거 종말론과 관련해서 신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사이비 종교의 교주 노릇을 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그는 어떻게 교주가 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사이비 종교라해도 말이다. 교주 이도유는 아주 특별한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어떻게 보면 우혁 역시 도유의 치유 능력을 경험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20년 가량 넘는 시간 동안에도 도유만은 소년의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인데... 기묘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여전히 도유를 추종하는 인물이 있으며 그를 재림 예수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작품은 이렇게 세계의 종말이라던 시점에서 수십 명의 신도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소년 교주 이도유를 비롯해 이도유가 살렸던 우혁, 그리고 도유를 추격하는 조강현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서 비단 한 사이비 종교 단체와 소년 교주의 이야기를 넘어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면모,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저 사이비 종교를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라 하기엔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인물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보면 그들 스스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문제적 인물들로 그려지지만 그들 중에서도 더 나쁜 놈은 분명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21세기, 최첨단 과학의 시대,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고 우주 여행까지 가능한 시대 여전히 인간 세상에 사이비 종교 단체가 존재하고 그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참 신기한데 이는 결국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는 인간의 본질에 기인한 문제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단순한 듯 보이는 신학적 요소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선 촘촘하게 잘 짜여진 스토리를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