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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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내용을 무한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지는데 이는 제목에 시선이 닿으면 더욱 그렇다.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니 말이다. 그런데 원제는 확실히 직설적인데 『죽고 싶어 하는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고 놀러 다니는 이야기(死にたがりな少女の自殺を邪魔して、遊びにつれていく話)』라고 한다. 한국어판 제목이 개인적으로 은유적인것 같아 더 마음에 든다. 

 

작품의 시작은 한 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 대상이 나타나는데 놀랍게도 아직은 어린 소녀다. 소녀는 열차가 들어오는 순간 자살을 하려고 늘 계획을 세우지만 이 남자가 나타나 방해를 한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왜 소녀의 죽음을 저지하는 것일까? 자신과 무슨 상관이라고 말이다. 소녀는 불규칙적으로 나타나 죽음을 시도한다. 남자는 그래도 소녀의 자살을 저지한다. 아주 가끔은 그 순간이 아슬아슬하기도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남자가 혹시라도 소녀가 스스로 그 행동을 그만두고 살려고 하지는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감에서이다. 

 

죽고 싶어 역으로 오는 소녀 이치노세 쓰키미와 그녀의 죽음을 막으려는 남자 아이바 준의 이야기다. 사실 아이바는 자신에게 수명을 넘기라고 제안한 사신(死神)과의 거래를 통해서 3년 이후의 수명과 마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은시계를 교환했다. 

 


 

외톨이나 다름없었기에 딱히 자신의 미래나 삶에 대해 미련이 없던 그는 그 거래를 받이들이고 이후 뉴스를 통해서 바로 이 소녀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아이바 준은 소녀의 죽음을 끊임없이 방해하며 그녀를 살리고자 한다.

 

소녀를 보며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왜 죽으려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소녀가 앞으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교차하는 아이바 준의 모습은 언뜻 이해가 되기도 한다. 어차피 자신은 희망이 없을지라도 소녀만큼은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던게 아닐까? 자신과는 달리 인기도 있어 보이는 아이가 왜 죽으려고 하는지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하는 대목은 언뜻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사실은 소녀에게 자신이 주어진 삶이 충분히 멋질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스스로 살아갈 이유를 찾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계속해서 그녀의 죽음을 방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사이에 자리한 접점이 있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가정의 울타리에서 애정을 느끼지 못했던 두 사람은 그렇기에 삶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죽고자 하는 순간, 그리고 더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둘은 서로를 알게 되었고 서로가 죽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데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놓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각자의 삶에 놓여진 무게와 짐은 그 누구도 평가할 수 없을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이 책은 알려주는 것 같고 외롭고 의지할 곳 없던 두 사람이 가장 외롭고 절망적인 순간 서로를 만나 위로를 받는 부분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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