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무것도 없는, 너무 깨끗하고 지나치게 깔끔해서 마치 티끌하나마저도 커다란 오점으로 보일것 같은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다.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는 얼굴을 알 수 없는 한 여성, 과연 이 여성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책
속엔 과거의 에마와 현재의 제인이 등장한다. 두 여성의 이야기가 한 번씩 교차되어 진행되는데 마치 두 여성이 동 시간대를 사는 것마냥 구성되어
있어서 흥미롭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대목에서도 마치 독백 같은 구성은 독특하다.
이야기의 무대는 지나치게 완벽하다 못해 특이하기까지한 집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이다. 과거의 에마는
함께 살던 남자친구의 집에 그녀가 혼자 있는 동안 2인조 강도가 든 이후 그곳을 떠나 새로운 집을 얻으려고 부동산을 찾았고 현재의 제인은
불륜으로 만나던 남자와 헤어지고 (그 즈음 임신한 것을 안다) 혼자 아이를 키울 결심을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사산되자 새로운 삶을 찾아
이사를 위해 부동산을 찾은 경우이다.
그렇게 각기 다른 상처를 간직한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발을 들여다놓은 곳은 바로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너무나 독특한 집 구조와 내부 시스템과 인테리어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는 그 집에 매료된다. 그런데 독특한 매력의 집은 임대 계약이
너무 특이했는데 200가지가 넘는 계약 조건이 있었고 그러나 진짜 난관은 이후부터다.
바로 이 집을 지은 건축주가 마음에 들어야만 서류 심사를 통과할 수 있고 그가 어디에 있든 그가 정한
장소에 가서 면접을 통해 최종 임대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이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고 누가 면접까지 가는지 어떤 뚜렷한 패턴도 없다는
것이 부동산측의 답변이다.
그야말로 집주인 마음인 셈이다. 그런데 작성해야 할 서류의 질문도 예사롭지 않은 것이 집의 매력과는
별도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낳게 한다.
그렇게 두 여자는 면접까지 거쳐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에 살 자격을 얻게 된다. 과연 이것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자 했던 그녀들에게 있어서 행운이였을까 아니면 또다른 불행으로 이끄는 것이였을까?
독특한 집, 제인의 말처럼 죽음과 이별 후 탄생한 집이 주는 공포, 그리고 과거의 에마의 죽음을 알게
된 현재의 제인, 과연 과거의 에마에겐 어떤 일이 일어났고 현재의 제인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또 어떤 일을이 겪게 될지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이미 론 하워드가 연출을 맡아 영화제작이 결정되었을 정도라고 하니 과연 영화는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를
어떻게 구체화시킬지도 사뭇 기대되는 작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