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 속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나라 잃은 설움은
당장 이렇게 나타났고 그속에서도 목숨을 걸로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노력은 존재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가 그렇게 목숨을 걸고
지키려던 우리의 좋은 말과 글은 외국 문화의 유입, 신조어의 등장, 여기에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오염되기도 하고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는 등의 수난 아닌 수난을 받고 있다.
또한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사용하지 않게 되어 사라지고 있는 말도 있고 이미 사라진 글자도
있을 정도인데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이런 말들이 존재하는데 『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에서는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수언어에 대하여'라는 제목과 부제를 고스란히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사라질지도 모를 세계 여러 나라, 여러 민족의 말들이
소개된다.
사실 이 말들 중에는 한 번이라도 들어 본 말은 없는것 같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 전부인데 이렇게라도 만나볼 수 있었던 점은 의미있었던것 같다.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말들, 그러나 실제로 지구상의 어느 나라, 어느 민족, 누군가는 분명히
사용하고 있는 말들이라는 점에서 그 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분명 있는데 무려 7,000여 가지나 존재하는 언어 속에서 소수민족의 말들을 그나마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말에서부터 점차 다운 카운트를 하듯이 낮아져 결국엔 '0'이 되어버린 말까지 소개되는데 그 수가 50가지나 된다.
어쩌면 이 책을 덮고 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말들, 입밖으로 나올 기회가 결코 없을지도 모를
말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의 왼쪽 페이지에 쓰인 글자와 그림을 통해서 의미를 한 번 유추해보고 오른쪽 페이지에 설명된 그 말의 자세한 의미를
읽어봄으로써 유추와 의미를 맞춰보는 재미도 분명 있다.
단지 사전적 의미라기 보다는 그 민족의 문화와 생활 풍습 등과 같은 오랜시간 쌓여 온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말들이라는 점에서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어쩌면 오랜 시간이 흘러 점차 이 말을 쓰는 사람들도 하나 둘 사라져 간다면 이 책은 미니
사전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볼때에도 이런 세계의 말들이(이외에도 존재하는 많은 사라져가는 세계의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