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니 나라고 해야겠다, 내가 아는 허균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현실세계에 불만을 품은 이상주의자, 홍길동의 저자 내지는 편자, 시와 서로 당대의 최고라는 인정을 받았던 천재, 한국의 유가와 도맥을 잊는 사람, 허난설헌의 동생/아니면 오빠...광해군 때 모함을 받아 사사됨. 

그런데 나의 전작대상작가인 김탁환의 허균, 최후의 19일을 읽어보니 그게 다가 아니다.  서자들을 규합하여 역성을 꿈꾼 시대의 기린아.  그 목적을 위하여 이이첨과 손을 잡고 광해의 수족이 되어 앞으로는 나쁜짓을 도맡아 하면서 뒤로는 지사들을 규합하여 사병양성을 하고 범궁을 꿈꾸었던 희대의 지사.  이 책은 허균의 삶이 무너지는 최후의 19일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 19일부터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역성혁명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하는 첫 날에서 끝이난다.  매우 기이하고 특이한 구성이라고 생각이 된다. 단지 구성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읽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마치 비디오 테잎을 rewind하면서 보는 그런 느낌이었고, 그렇게 이 책에서는 죽은 인물들이 살아나서 활보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 희망에 불타는 데에서 끝난다.  소설 자체는 그렇게 특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허균이라는 인물에 대해 홍경래에 대한 것 만큼이나 상당한 궁금증이 든다. 

허균의 초당집이나 기타 산문말고 구체적인 허균에 대한 자료를 보고 싶다.  시대를 뒤엎을 생각과 행동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조선시대처럼 사고가 경직되었던 시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과연 허균은 어떤 사람이었나?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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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 우리시대 어느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
김무곤 지음 / 더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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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조금 엇나간 듯 하다.  굳이 따지자면 '종이책 예찬'과 '독서권유'를 섞은 적절한 제목을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의 책사랑과 수집편력, 독서론 등의 내용을 잔잔한 에세이처럼 써 내려갔다.  짐작하기로는 한 호흡에 쓴 책은 아니고, 에세이를 모아서 추린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일단 제목에 충실하게 도입부의 상당부분은 종이책에 대한 저자의 예찬과 함께, 다른 매체가 갖지 못한 종이책의 장점을 이런저런 저자의 경험이나 생각과 함께 서술한다.  그렇지만, 본문으로 들어가면서 내용이 조금 중구난방 흩어지는 느낌이 강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조금 뭐랄까,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구성이나 내용정리면에서 원 구상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 느낌?   

출판사의 권유로 관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뭔가 약간 아쉽다.  쓰이는 단계에서 조금 더 세심한 구성을 염두에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끝으로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오른쪽 페이지로 계속 이어지는 주석은 나에겐 너무도 산만했다.  특히 나의 관점에서 볼때에는 불필요한 이야기도 많았던 것 같고, 오히려 본문의 흐름을 자주 끊어놓아 나중에서 매우 성가시게 느꼈다.  이런 부분은 조금 더 다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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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책갈피 -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읽었다
최재천 지음 / 폴리테이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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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이나, 질, 정리된 내용, 다루어진 도서의 타이틀, 관련이슈, 그리고 저자까지.  모두 생각할때 난 이 책에 합당한 대우, 필요한 집중력을 쏟지 못했다.  요즘의 내 생활이나 모든 것이 그렇다.   그렇기에 정확하게 내용을 짚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사회-인문-정치-경제 및 다른 시사관련 도서들의 내용을 잘 정리해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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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관위가 무엇인가 좀더 neutral한 조직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선거를 전후로하여 다양한 사건에서 고발조치를 하네뭐네 하면서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선관위의 역할은 예전 군부독재시절의 공안조직이 하던 것을 시대의 조류에 맞게 고쳐서 주도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선관위가 아니라 명관위...  

예전에 프랑스였던가?  technocrat으로 일컬어졌던 복잡하고 질긴 관료조직이 나라를 망쳐놓았던...1900년대 초에서 중반까지의...김종훈과 김현종을 봐도 그렇고, 명관위를 봐도 그렇고...결국 유시민이 말한대로 관료조직의 최대 관심사는 자기들의 survival인것?  알 수 없다.   

선관위가 되었던 명관위가 되었던...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알고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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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 지리산 자락에 정착한 어느 디자이너의 행복한 귀촌일기
권산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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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귀농을 꿈꾸지만, 농사자체에는 관심이 없거나 농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대안이 되는, 즉 시골에서 농사를 주업으로 하지 않고 사는 것을 보여준다.  파란여우님의 블로그에서 소개를 보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저자의 나이와 나의 나이에 따른 세대간의 간극도 그렇고, 다른 이유로도 마음에 와 닿지는 못했다.   

하지만, 저자의 삶처럼 약간의 농사와 약간의 벌이만 있고, 특히 교육에 대한 문제가 없다면 귀향의 삶은 한번 해봄직하다.  집값 및 기초생활비를 비롯한 living cost가 매우 낮기에 도시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벌이로도 상당히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겠고, 도시와는 다른 찌들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일상도 큰 매력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듯 그냥 내려와 사는 것과 완전히 마을의 일원이 되어 사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기에 별장에 내려와 살듯 오는 것에 비해 마을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좀더 깊은 노력과 이해를 필요로 한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복잡한 일상과 꼼수에 지칠때에는 누구나 자연주의를 꿈꾸게 되는 것 같다.  나만 예로 들어도, 금년 중반부터 얼마나 많은 자연주의에 대한 책을 읽었는지?  또 농비어천가를 챙겨보게 된 건 어떻고?  과연 인생 중-후반부에는 좀더 slow한 life를 꾸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 일이라는 것이 도회를 떠나서는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도 없기에 더욱 그렇다.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이 나에게도 applicable하게 되는 날, 나는 아마도 좀더 정신적으로 편안한 life를 살게 되지 않을까?  작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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