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긴 한국에서의 체류일정을 잡았지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미국과 한국을 가리지 않는 듯, 벌써 휴가의 반이 지나갔다. 오면 매일 마실 것만 같았던 술도 결핍이 없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다보니 오히려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하루 마시면 이틀은 쉬게 되는 것 같다. 공부만 해야할 땐 공부 빼곤 모든 것이 재미있는 듯이 일정한 결핍이 있어야 노는 것도 재미가 있는 것이다. 물론 더 이상은 매일 마시는 것을 버티면서 즐거움을 찾는 나이는 예전에 지나가버린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모처럼 저녁을 혼자 먹게 되었기에 슬슬 걸어서 내가 살기 전부터 이 동네에 있었던 시장에 가봤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것과는 별개로 밤 8시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래도 10시까지는 영업을 했었다는데 지금은 이른 저녁이면 이미 떨이를 외치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추억의 맛을 찾아 떡볶이와 오뎅을 먹어봤는데 역시나 공장제품이 지배하는 요즘 시장 떡볶이도 예전의 그런 맛이 나지는 않는다. 아니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음식이 맛이 없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작년에도 그랬고 맛있는 떡볶이는 집에서 기초재료까지 다 준비해서 육수와 고추장으로 (어차피 공장 고추장이지만) 만들어 먹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금년의 통계를 보니 한 달에 다섯 권에서 열 권 정도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위태위태했는데 이번 해에 들어서는 확실히 책을 읽는 속도나 빈도수가 줄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bits and pieces는 알 것 같지만 왠지 뭔가 fundamental하게 달라진 것이 있을 것 같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어떤 분기점에 올 때마다 음식도 행동도 오락도 바뀐다고 하던데...
여전히 많은 책을 사들이는 터라 책읽기가 이렇게 sideway로 가버리는 건 매우 큰 걱정을 하게 되는 문제다.
일을 끝내고 오면 누워있다가 그냥 자버리는 날이 많아졌는데 그런 무기력감 비슷한 것이 여기서도 이어지고 있다. 딱히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이다. 뭐가 문제일까. 돌아가면 일을 재개하고 일상의 패턴을 회복해가면서 깊이 고민해볼 것이다.
PT를 받으면서 squat과 bench press, deadlift의 자세를 수정했다. 오른손을 많이 쓰는 탓에,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탓에 등등 자세가 생각했던 것 이상 많이 틀어져있었다. 짧은 체류 중의 PT라서 그저 이렇게 자세교정을 받고 이걸 잘 기억해서 수행할 때 계속 주의하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연말까지 바쁜 일정을 마치면 뭔가 배우는 것을 시작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무술수련을 통한 스트레칭, 밸런싱, 좌우대칭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