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즈음해서 한국방문을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간 나는 달러강세를 이용해서 한국의 친구네 집으로 책을 주문해서 보내기 시작했다. 알라딘에서 바로 미국으로 받으면 책값만큼 DHL비용이 추가되니 아무리 달러가치가 높아도 '손해'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1년 반 만에 그간 쌓인 박스들을 뜯고 책을 분류하고 다시 4호 박스에 20kg내의 무게로 소분해서 배로 부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일단 첫 날부터 박스들을 뜯고 책을 정리하면서 사흘 간의 시간을 썼고 정작 책을 볼 여유가 생긴 건 엊그제부터다. 시차도 있지만 일을 하면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니 책을 들여다 볼 여유가 전혀 없었던 탓이다. 손이 가는 대로 그렇게 에세이도 보고, 밀린 만화책도 읽어내면서 친구의 퇴근을 기다리다보니 문득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작년 5월 말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우직하게 또 살아냈고 살아남았구나 싶은 그런 마음과 함께. 















서점이나 글, 책에 관한 책은 늘 읽게 된다.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inspiring한 책을 만나는 날도 있다. '국수의 맛'을 보면서는 이번에 와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모밀국수집을 떠올렸는데 주중에 근방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닝닝한 육수의 냉면집과 함께 가볼 생각이다. 







신박하니 나 같은 아저씨가 보기엔 그저 흐뭇하다. 자칫하면 가정이 있는 중장년 아저씨가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져 '이건 불륜이 아니야'하는 식상한 이야기로 빠지지 않게 설정을 잘 잡았다. 물론 말이 안되는 건 여전하지만. 이대로 묘한 밸런스를 잘 지켜갈 수 있을까. 반대로 여자독자의 관점에서는 그냥 불쾌한 만화일수도 있겠지 싶다. 이런 건 SF장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1년에 한번 한 권씩 나올까 싶은 '3월의 라이온" 18권째, 아마도 내가 돌아갈 무렵에 나올 듯 작년 이맘 때 구한 '심야식당 30', 아이디어가 너무 골때리는 '이세계 삼촌 12, 13', 그리고 잔잔하니 좋은 '우타강의 사간'의 네 번째 이야기까지. 책은 다 좋다는 주의라서, 그리고 어릴 때의 결핍으로 성인이 되고도 한참인 지금도 여전히 만화책은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메일과 몇 가지 업무를 꾸준히 하는 시간 외에도 일 때문에 있을 미팅 몇 개, 그리고 오면 꼭 가는 치과, 더에서 나이가 나이니만큼 피검사 같은 걸 일정에 넣어 보면 생각만큼 시간이 넉넉하진 않다. 참고로 본인은 외국인이고 한국보험이 없는 터라 한국인의 무보험 rate보다 높은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한다. 


그래도 이렇게 일상에서 떠나왔기에 쉴 수가 있다. 루틴이 2-3주 정도 깨지는 건 달갑지 않지만 그런 마음자세라면 여행도 뭐도 못할 것이니까. 이번엔 그래도 gym도 등록했고 자세교정을 위해 PT도 받을 예정이니 미국에서 다니는 수준의 gym보단 훨등히 장소도 좁고 무게나 기구도 그럭저럭이지만 일주일에 3일 정도만 운동을 해줘도 win이다 (사실 시설이 너무 그래서 운동을 하는 맛이 좀 떨어진다. 운동을 끝내면 바로 나가버리고 싶을 정도로 좁고 갑갑하다. 좀더 찾아볼 것을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에너지소모가 적으니 먹는 것을 잘 조절해야 한다. 술도 많이 먹게 되는 터라 더더욱.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두 끼 정도로 줄인 이유다. 아침식사를 10시 정도에 했으니 오후 5시가 넘은 지금은 확실히 속이 허하다. 오늘은 무엇을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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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6-10-05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에 오셨군요. 마침, 딱 가장 계절이 좋을 때 오셔서 한국의 가을을 만끽하고 가시겠네요. 그 와중에 PT까지 부지런하십니다. 저도 PT를 받을 예정인데 잘될지 모르겠어요. 즐거운 체류 되시기를...

transient-guest 2026-10-05 17:09   좋아요 1 | URL
가을에는 2년 만에 온 것 같습니다. 수도권이라서 공기는 많이 아쉽지만 익숙한 장소이고 제 기억속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old town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니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