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아니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무엇인가 잘 안되고, 하기 싫어지거나 막힌다는, 즉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주로 앉아서 고민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하면서,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2-3일 정도를 낭비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경험상, 이럴때에는 그저 아무 생각도 하지말고, quality에 대한 생각도, 효율에 대한 생각도 말고, 그저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일종의 grind out같은 것인데, 다른 때에 한 시간에 5페이지가 나올 것을 반 페이지밖에 못 쓰더라도, 일단은 계속 줄기차게, 끈기있게, 달려들어서 하나씩 메꾸어 가다보면, 무엇인가 그 action자체에서 나오는 힘이랄까, 의지랄까 하는 것들이 작용하여 종내에는 원하던 목적에 가까이 가게된다. 창의적인, 혹은 점수를 받기위한 일들은 이렇게만 해서는 물론 곤란하고, 어느 정도 다시 탈고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고 본다.
지난 주에 시간을 충분이 두고 어느 정도 진행이 가능했을 현재의 케이스를 미루기만 하다가 주말의 다른 일들에 치여서 결국 하나도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책을 더 읽었거나 후기를 남긴 것도 아니라서, 일찍 엄마을 잃은 - 내 사촌 여동생 - 육촌 조카와 함께 몬테레이에 있는 수족관에 다녀온 것이 그나마 다행인 한 주의 마무리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미적거리다보니 월요일인 오늘까지도 그저 그런 페이스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슬슬 몰려온다.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려고 다시 알라딘에 접속하여 되지도 않는 글이나마 끼적이면서 무엇인가 inspiration을 구하고 있는 나의 결과물이, 오늘의 글 되겠다.
리뷰를 남겼는지 가물가물하여 다시 써본다.
동화란 것은 본디 좀 슬프고 잔혹한 면이 없지는 않다. 교훈을 주기위한 우화로 시작하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어쨌든 동화의 원형을 보면 상당히 슬프고 가혹한 당시의 현실이 묻어나온다. 굳이 한때 유행했던 잔혹동화류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림형제의 동화집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거칠고 어렵던 당시 서민층의 생활상이 그대로 나오는데, 버려지는 아이들, 먹을게 없는 사람들, 가난한 이들의 생활고, 이런 것들이 주된 모티브가 된다.
이런 전통(?)을 충실히 잇는다고 보이는 이 작품은 보는이에 따라서는 아름다운 환상을, 특히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몽환적이고 우주적인 풍경을 볼 수는 있겠다만, 사실 이 자체가 매우 슬픈 이야기가 된다. 가장 친한 친구와 가난하고 소외받는 주인공이 한 순간 함께 시공간을 거슬러 아름다운 꿈속의 여행을 하게 되지만, 그 아름다운 여행이 기실 주인공의 꿈속에서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된 친구와의 마지막을 나우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결말에서, 다시 주인공이 처한 가혹한 현실과 슬픔을 보았다면 내가 잘못 읽은 것일까? 낭만적인 주제와 테마에 비해, 플랜더스의 개처럼 더없이 우울한 결말을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멋진 표지 일러스트는 은하철도 999의 영향인지도.
고리오 영감 이래 이어지고 있는 발자크 전작.
루이 랑베르라는 한 천재의 삶과 죽음을 통해 천재성의 끝을 절대광기로 맺음한 발자크의 또다른 한 부분의 모습을 본다. 세상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자신도 그를 온전히 지키지 못한 랑베르의 삶은 발자크가 생각한 자신의 한 부분을 극화시켰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발자크가 꿈꾼 아름다운, 그리고 부유한 귀부인, 미망인, 혹은 귀족영양과의 사랑, 지원 같은 테마가 이 짧은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말하고자 한 주된 테마를 잡아내는 것에는 실패. 내 독서가 요즘 많이 산만하여 그렇다. 에세이류는 그나마 좀 잘 읽히지만, 진지한 문학을 읽기 위한 심적 환경이 좋지는 못하다. 매사 up and down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네 삶이니까, 일도, 책도, 그렇게 좋을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사이를 무한반복하는 사이, 나의 인생도 지나갈 것이다.
'일대종사'에서 엽문의 회고를 보면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자면, 지금와서 보니 40대까지는 모두 봄이었던 것 같다'라는 말이 문득 서글퍼지는 건 왜일까. 그 말대로라면, 난 아직 봄이 한창인데.
머리의 모드를 좀 바꾸기 위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단은 눈앞에 닥친 일을 좀 마무리해야 가능할 것 같다. 책을 꾸준히 읽는 것만큼이나 현실의 생활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