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평점 :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여러 작가들의 책목록에 올라와 있는 명저라고 한다. 김탁환을 비롯, 다양한 명사들의 책 이야기를 월 별로 풀어내는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까지가 이 책을 읽기 전의 구매동기였고, 이에 대한 나의 기본지식이었다.
그런데. 이 책. 무지하게 재미있다. 400여 페이지를 넘도록 한 위대한 작가의 생애가 이토록 낯낯이, 무자비하게, 하지만, 매우 비호하는 톤으로 펼쳐지는 하나의 드라마라고나 할까? 아무튼, 정신없이 읽어내려간 책이다.
츠바이크는 매우 유명한 작가인데, 그의 책은 알라딘에도 여러 권이 올라있고, 이를 하나씩 다 읽어보아야할 필요가 생겼다. 정말이지, 책이라는 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그야말로 꾸준하고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하지만, 비교적 단가가 낮은 excellent hobby인 듯 싶다.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으로 접한 작가인데, 매우 인상깊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평전을 보니 '고리오 영감'의 모티브는 리어 왕이라고 하는데, 읽고보니 그러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자크는 정력적인 글쓰기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제대로 벌기도 전에 다 가불해서 써버리며 평생을 보내는 몽상가이며 visionary이다. 심한 OCD였을 것으로도 의심이 되는데, 글을 쓰는 그의 성향이며 한번 사로잡히면 끝을 볼때까지 달려들어, 그러나 타고난 현실감각의 결여로 인해 끝장이 나버리는 (츠바이크에 의하면 직관 자체는 훌륭했으나 현실감각의 부재라고 한다. 증거로써 발자크가 시작한 상당수의 사업이나 투자는 이후의 인수자를 부유하게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것이며 전형적인 OCD가 보인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작가로서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니 무슨 상관이 있을까?
발자크의 다른 책들 역시 구해서 읽어보게 될 듯. 매우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