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황진이 - 주석판 - 역사와 소설의 포옹
김탁환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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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작대상작가 1호인 김탁환의 이 소설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하고 친숙한 조선 중기의 여인, 황진이를 테마로 하여 일인칭으로 엮어낸 말 그대로 "나, 황진이"이다.  "나, 황진이"라는 제목과 "황진이"와는 어감상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황진이"가 "나, 황진이"라고 쓰이는 순간, 이 책은 단순한 소설보다는 자서전에 가까운, 그것도 매우 당당하고 주체적인 느낌의 책이 되기 때문이다.  일전에 읽으려 했을 때에는 엄청난 양의 주석이 눈을 가려, 내려놓게 만든 바 있으나,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모두 완독할 수 있었다.  내가 김탁환의 작품세계에 빠져있는 것에 힘입은 부분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은 주석판보다는, 특히 초행길에는 일반판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석은 작가의 탁월한 study와 background information 및 관련 원전이나 인물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단순한, 가끔씩의 주석이 아닌 "주석판"이라는 테제를 달고 나오면 그 양이나 내용에 따라 작품 자체와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 황진이"의 주석판도 나에게는 없지않아 그랬다.   

내 느낌으로는 처음 읽을 때에는 일반판을, 가급적 한 호흡으로 쭈욱 읽어내려가는 것이 이 책에 자신을 온전히 빠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황진이"는 3자의 서술이 아닌, 황진이 자신의 declaration이니만큼 이렇게 하여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일반판을 구입하여 이렇게 읽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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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가로 홀로서기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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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더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의 2003년도 책이다.  우연히 구했는데, 요즘 나의 화두인 창업 또는 전업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나 어떤 정리된 내용을 얻고 싶어 구매했다.  다른 것보다 현재 약 8년이 된 이 책의 당시 예측이 꽤나 정확하다는 것에 좀 놀랐고, 체계적으로 한 가지 테마에 대해 이만큼 기술했다는 것 역시 매우 주목이 가는 부분이다.   

항상 독립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고 내 것처럼 일을 한다면 당신은 1인 기업가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라는 문구가 남는데,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말인듯 하다. 

다만 저자의 현실의식에 있어 제도적이거나 구조적인 문제를 왜곡까지는 아니어도 상당부분 ignore하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 살짝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종종 보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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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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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여러 작가들의 책목록에 올라와 있는 명저라고 한다.  김탁환을 비롯, 다양한 명사들의 책 이야기를 월 별로 풀어내는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까지가 이 책을 읽기 전의 구매동기였고, 이에 대한 나의 기본지식이었다. 

그런데.  이 책.  무지하게 재미있다.  400여 페이지를 넘도록 한 위대한 작가의 생애가 이토록 낯낯이, 무자비하게, 하지만, 매우 비호하는 톤으로 펼쳐지는 하나의 드라마라고나 할까?  아무튼, 정신없이 읽어내려간 책이다.   

츠바이크는 매우 유명한 작가인데, 그의 책은 알라딘에도 여러 권이 올라있고, 이를 하나씩 다 읽어보아야할 필요가 생겼다. 정말이지, 책이라는 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그야말로 꾸준하고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하지만, 비교적 단가가 낮은 excellent hobby인 듯 싶다.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으로 접한 작가인데, 매우 인상깊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평전을 보니 '고리오 영감'의 모티브는 리어 왕이라고 하는데, 읽고보니 그러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자크는 정력적인 글쓰기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제대로 벌기도 전에 다 가불해서 써버리며 평생을 보내는 몽상가이며 visionary이다.  심한 OCD였을 것으로도 의심이 되는데, 글을 쓰는 그의 성향이며 한번 사로잡히면 끝을 볼때까지 달려들어, 그러나 타고난 현실감각의 결여로 인해 끝장이 나버리는 (츠바이크에 의하면 직관 자체는 훌륭했으나 현실감각의 부재라고 한다.  증거로써 발자크가 시작한 상당수의 사업이나 투자는 이후의 인수자를 부유하게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것이며 전형적인 OCD가 보인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작가로서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니 무슨 상관이 있을까?  

발자크의 다른 책들 역시 구해서 읽어보게 될 듯.  매우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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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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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책은 항상 기존의 정형화된 역사적 fact를 다른 방향에서 분석하거나 행간을 해석하여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소위 '유사사학'이니 하면서 욕을 먹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제도권의 사학이란 것이 결국 '승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역사 서술이기 때문에 이덕일의 꾸준한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도세자는 영조의 아들로 태어나 왕세자로 책봉되었다가 매우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사된 비운의 인물이다.  죽음의 방법이나 이유를 보았을 때, 기존의 조선의 제도와 관례에 비추어보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에서 쌀 뒤주에 갇혀 굶겨 죽임을 당했기에 이를 둘러싼 fact는 상당히 controversial하다고 하겠다. 

저자는 영조실록과 한중록을 비교해 가면서 한중록의 묘사가 대부분 사건을 distort하였기 때문에 한중록의 기록은 신빙성이 없고, 영조실록을 조사하고 행간을 읽어내려가면서 추론하면 결국 사도세자의 죽음은 정권을 잡고 있던 노론이 소론 성향인 세자가 왕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기록을 보았을 때 (물론 이덕일이 본인의 테마에 맞게 분석한)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말이다.  즉 사도세자의 몰락에서 죽음까지 이르는 일련의 사건정황이 그 시대상에 비추어보아 매우 비상식적이기 때문이고 기록을 대조하여 보았을 때 특히 노론이 꾸민 음모의 정황이 짙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영조실록도 한중록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이덕일의 주과적인 해석이며 분석인지, 또 이 책의 어느 부분의 서술이 fact이고 어느 부분이 이덕일씨 개인의 creation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책에서 인용된 영조실록과 한중록의 서술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한중록이 쓰여진 시기와 혜경궁 홍씨의 기억력을 감안하더라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대부분 하나의 사건에 두 가지의 상반된 기록이 나올 경우 비교절충하면 true fact에 가장 근접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도세자의 경우도 그런 것이 아닐런지?  즉 사도세자는 fault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고 이런 부분들이 영조의 변덕을 업은 노론에 이용당한 것이 아닐런지?   

기존의 가벼운 역사교육에 따른 '영조는 탕평책을 쓴 성군'이다라던가 '사도세자는 광증이 도져 죽임을 당한 것'이라는 단순한 스토리보다 훨씬 흥미있는 자료이다.   

마지막으로 이덕일씨가 이 책을 작업하다 겪은 이야기는 일전에 읽은 조용헌의 고수기행에서도 접한바, 생각할 수록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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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희 2011-09-0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두 이 책을 읽어 봤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님의 사견을 읽어 내려가면서 눈쌀이
찌푸려 지는 것은 그냥 한글로 써도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을 영어로 써서 유식함을 드러내
보이려 하는데 있다는겁니다.
그것도 역사서에 대한 책에 대해서 말이죠

va 2011-09-21 11: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alchemist님께선 미국에 살고 계신 것 같던데요?
님께선 재한 미국인이 자신의 블로그 같은 개인 공간에서 한국어를 섞어 써도 '유식함을 드러내 보이려 해서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막말을 하시나요?


김또깡 2012-06-2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임윤희란 작자는 저기 위에 적혀있는 영어 뜻 모를듯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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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장르의 이 책은, 그러나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스타일의 전개는 읽은 이에게 이미 모든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의 자리는 그야말로 제 3자의 그것으로 깊이 빠져들어 추리를 즐기게 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약간의 재미가 반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추리 마니아인 한상님의 블로그에서는 큰 점수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hardcore한 추리를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전개되는 담담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fact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범인을 트릭이 간파당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면서 적당한,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provide하는 즐거움은 이런 부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fact를 주고, 추리의 전개를 즐기게 하는 그런 즐거움 말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구매해서 읽어봐야 그와 작품에 대한 좀더 뚜렷한 의견이 생길 것 같다.  하지만, 간만에 머리를 식히는 가벼운 책을 읽어보니 좋았다.  한 1시간 정도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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