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7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장정일씨는 내가 개인적으로 많이 접해본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위명(!)은 익히 들어왔던바 있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과 글은 자주 그를 controversial하게 만든 것 같다.  

우연히 서점에서 찾아 집어온 이 책은 시작이 무려 1994년 부터 (장정일의 독서일기 1은 2000년부터)인 꽤나 오래된 시리즈의 최근판인 셈인데, 장정일씨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서 나름 내용정리의 가치가 있는 것들을 접할 때마다 기고하여 모인 글같다.  이를 읽으면서 장정일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이렇게 세심하고 critical하게 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글은 그 자리에서 다시 읽어 온전히 그리고 완전히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본받을 책에 대한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장정일 뿐만 아니라, 이런 책은 꾸준히 구해서 읽어봄직하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내고 있는지는 매우 재미있는 관심사이기 때문인데, 약간의 관음증이라는 표현을 흔히들 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런, 무엇인가 남의 속내를 훔쳐보는 야릇한 즐거움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기회와 자금이 되면 이전 시리즈도 구매해서 읽어보야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특이한 인생관과 현재 생활 및 독서편력으로 온라인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분이다.  전업작가로 살지 않기 위해, 그러나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살기 위해 선택한 귀농, single life 등만해도 이 분의 비범하지 않은 인생관을 볼 수 있다만, 흉내내기는 쉽지 않을 듯.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타인의 독서편력이나 서재를 옅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위 '독서일기'류의 책들은 항상 나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글쓰기를 충분히 연습하여 이런 흔적을 남기고 남들과 나누어보고 싶다.  다음은 이 책에서 옮긴 글:  

2010 8 29일 낮 2 55분에 깐깐한 독서본능에서 옮기다.

 

맑은 날 밤에 고요히 앉아 등불을 밝히고 차를 달이면

온 세상은 죽은 듯 고요하고 이따금 멀리서 종소리 들려온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정경 속에서 책을 펴 들고 피로를 잊는다.

비바람이 길을 막으면 문을 닫고 방을 깨끗이 청소한다.

사람의 출입은 끊어지고 서책은 앞에 가득히 쌓여있다.

아무 책이나 내키는 대로 뽑아 든다.

시냇물 소리 졸졸 들려오고 처마 밑 고드름에 벼루를 씻는다.

이처럼 고요가 둘째 즐거움이다.

낙엽이 진 숲에 한 해는 저물고 싸락눈이 내리거나

눈이 깊이 쌓였다.

마른 나뭇가지를 찾아 바람이 흔들며 지나가면 겨울새는

들녘에서 우짖는다.

방안에 난로를 끼고 앉아있으면 차 향기 또한 그윽하다.

이럴 때 시집을 펼쳐 들면 정다운 친구를 대하는 것 같다.

이런 정경이 셋째 즐거움이다.

 

­­_허균, 한정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생애 -상 범우고전선 52
레온 트로츠키 지음, 박광순 옮김 / 범우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러시아 혁명에 또는 일반적인 공산주의 사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레온 트로츠카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그는 레닌의 주도하에 성공한 러시아 혁명을 실질적으로 성공시키고 수 차례에 걸친 위기에서 혁명을 구하여 공산 러시아의 초석을 다진 20세기 최고의 혁명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직접 저술한 것으로써 이 당시에는 이미 스탈린에게 축출당하고 러시아에서 추방당한체 반 스탈린 연합을 결성하여 싸우던 시기이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결국 스탈린 체제에서 러시아는 초기 레닌과 그가 구상한 공산주의에서 일당 일인 독재체제로 변종되어 무자비하고 가혹한 정제를 갖춘 전체주의 국가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레닌이나 그가 초기에만 해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삼류인물로 규정한 '평범한 사람들 중 비범한' 스탈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역시 비범한 사람들은 앞의 적에게는 강하지만 뒤에서 꾸며지는 음모에는 약한 것인지도. 

수 십권의 책을 저술한 사람의 책 답게 이 책 역시 상당한 명문이고, 저자의 지적 레벨과 고찰, 경험 등으로 가득차 있어, 자서전 이상으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트로츠키의 정치-사회-시사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나 결론들, 특히 러시아에 대한 부분은 상당 부분 현실로 이루어진 바 있는, 그야말로 그의 혜안이 돋보이는 구절이 상당한데, 역사적인 리더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종의 feature같다.  처칠이나 그 밖의 위대한 leader들의 회고에서 흔히 나타나는 미래예측은 정말이지 일종의 신기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아무래도 최고의 위치에서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최고의 정보에 대한 경험과 수 십년의 leadership이 바탕이 되어 그런 것을 지도 모르겠다. 

비운의 혁명가 답게, 트로츠키는 자기가 성공시킨 혁명이 국가적으로 제대로 자리잡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반동의 세력들과 편승하는 세력들을 결집시킨 스탈린에게 축출당하여 세계를 떠돌다가 결국에는 비참하게 암살되는데, 이 또한 그처럼 비운의 혁명가에게 역설적으로 매우 잘 어울리는 최후라고 생각된다.  그의 다른 저작들 또한 구하여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조잡한 감상문으로는 백분의 일도 나타내지 못한 이 책의 가치는 직접 읽어봄으로써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정성 너머의 세계
김탁환 지음 / 살림 / 1996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김탁환이 예전에 기고했던 평론을 모은것으로써 '방민호' '김병익' 그리고 그 외 다수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평론가들의 공격에 대한 일종의 반박글과 타 평론가들과의 대담을 모은 것인데, 솔직히 평론에는 별로 관심도 없을 뿐더러, 문학 뿐 아니라, 음식, 술 등등의 소위 '평론가'란 인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매우 지겹고 생소한 분야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평론' 또한 당당한 하나의 장르로써 존재하는 듯 하여 의외다.  나의 매우 굴절된 의견으로는 평론이라는 것은 결국 특정한 분야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일종의 파생상품이라는 것은데, 이것이 하나의 장르로써 다루어지고 여기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뜻밖이다.  

다른 내용보다 특히 공감했던 것은 김탁환을 공격한 두 평론가들의 평론이 작품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채 만들어진 것이라는 김탁환의 '반격'과 '일반화'에 대한 우려인데, 요즘 이런 평론가들은 꽤나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평론이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주간지에 기고하며 먹고사는 부류들 중에는 정말이지 자기가 연결되어 있는 주간지나 매체의 'ism'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문학평론보다는 이를 가장한 특정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난도질을 즐기는 부류가 최소한 하나 있다는 것을 '허수아비의 춤'이라는 작품에 대한 모 주간지의 평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각설하고, 김탁환의 작품을 전작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면 특별히 읽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내용에 관계없이 전적으로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우연한 소득이라면 김탁환이 거론한 본인이 impressed된 몇 권의 책이 나열되 있었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니 이는 naver에서 지식인의 서재 '김탁환'편을 출력하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로 지금 하였다.  굳이 의미를 찾으려고 애쓴다면 두뇌의 단련이었다는 것일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터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타산지석 4
이희철 지음 / 리수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터키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구매동기는 일종의 가벼운 여행책자를 읽고 싶은 마음에서였는데, 전혀 엉뚱하게 터기의 역사와 관련이슈에 대한 책을 사고 말았다.  뭐 가벼운 내용이긴 했고, 나름대로 내가 모르던 사실들을 읽게 되어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읽는 내내 뭔가 찝찝하고 불쾌했다.  왜였을까? 

자주 앞서의 문장이나 표현을 바로 다음 페이지나 장에서 repeat하기는 했어도, 그리고 뭔가 좀 있어보이기 위한 책인 것을 팍팍 느끼게 해주었음에도 찝찔할 것 까지는 없었다.  자꾸만 터키와 우리를 "혈맹"이라고, 3년간의 동란 때 함께 싸워주었다고 강조하는데서 살살 기분이 이상했다.  엄밀히 말해 비극적인 전쟁이었고, 외세를 등에 업은 불필요한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와서 단지 "중공군"과 "소련군"을 상대로 싸워주어 "혈맹"이라고 자꾸만 강조를 하는 것이 심히 거슬릴 무렵.   

저자의 정치성에 대한 의심을 confirm시킨 한 표현이 눈에 들어왔으니 바로 5.16에 대한 묘사였다.  저자는 터키의 군부를 언급하면서 "사랑받고 존경받는"이라는 말로 군부의 정치개입을 존경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황급히 터키 군부는 쿠데타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혁명이란다)로 정치판을 한번 뒤짚고 바로 민정이양을 했다는 것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 하다.  그러다가 결국 일을 저지르는데, 뭔가 동일시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4.19혁명과 터키의 5월 민주혁명 그 뒤 각각 맞은 군부의 개입을 이야기하면서 터키 군부주도로 일어난 "혁명"과 같이 한국에서도 5.16의 군사혁명이 있었다고 표현한다.  무려 혁명이란다. 

난 도대체 4.19와 5.16이 같다는 사람, 대한의열단과 탈레반이 결국 같다는 사람, 이런 류의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다).  물론 정치/역사는 개인의 의견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로 풀어질 수 있다.  하지만, 5.16이 군사혁명이라는 발언은 그야말로 발로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는 박씨의 암살사망 후 전씨가 다시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것을 가지고 군부의 개입이라는 완화로 "혁명"의 뉘앙스를 풍긴다.   

저자의 약력을 보고 나니, 약간 이해가 가긴 한다.  그런 머리와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하지만, 이런 political incorrectness는 역겹다.  특히 김-노대통령 시절의 개혁정치 (성향이 그랬다는 것이겠지)의 후폭풍에 따른 반동의 세월 (counter-reformation이나 counter-revolution 모두 역사의 과정이다.  이보전진 일보후퇴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따른 50-60대의 갑작스런 개념 change와는 다른 무엇인가 끈끈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인것 같다.  외교부에서 오래 계신 분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데, reference material로써 일독하는 것도 괜찮겠다만, 굳이 이런 내용이라면 제대로 된 터키의 역사책이나 사회탐구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더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