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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하우스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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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와 헤이스팅스는 늘 그렇듯 영국 모 처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닉(맥덜러) 버클리 라는 아가씨를 만나고, 포와로는 당장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들이나 이웃들은 물론, 버클리양 자신도 포와로의 걱정을 기우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버클리 양은 다 낡아 쓰러지는고풍스러운 저택 '엔드 하우스'의 상속녀지만 사실은 상속 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 빈털털이나 다름 없고, 언뜻 봐도 원한을 살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무엇때문에 그녀의 생명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가끔 난감해 질 때가 있다. 범인이 짐작되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범인을 찾아야지, 라는 목적을 가지고 추리소설을 보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참으로 드문데 크리스티의 작품은, 정말 '불현듯' 결말이 짐작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부러 되읽는 게 아닌 이상, 이럴 때는 조금 기운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 과정보다는 이유가 중요하다는 것이 또 애거서 크리스티의 매력이 아닐까. (라고 우겨본다...) 이 작품 또한 그렇다. 옮긴이의 말에도 나와있듯이, 이 소설을 비롯한 많은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다소 멜로드라마 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평가되는 경향도 있는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은 '추리'이자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게으름이 지나쳐 너무 정교한 트릭을 따라가기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는 애거서 크리스티 특유의 멜로드라마적 구성은 여유와 재미를 더 해 주기도 한다. 물론 이 작품처럼, 추리와 드라마의 균형이 맞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추리소설의 여왕'님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을 만한 작품. 그 정도로 평가하면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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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동안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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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같은 퍼즐 미스테리 외에도 많은 작품을 썼다는 사실은 그리 새롭지도 않을 것이다. 미스테리 소설이라도 어떤 것은 전형적인 퍼즐미스테리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스파이물이거나 모험물이고, 어떤 것은 환상물, 게 중에는 심령호러에 가까운 것들도 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크리스티는 오래 살았고 또한 오래 활동했으며, 그녀가 살았던 시대는 유난히 부침이 많았으니까. 한 때는 전통적인 엄숙주의가 지배했던 적도 있으며, 가짜 과학이 판칠만큼 사람들이 과학을 종교처럼 믿기도 했으며, 대공황이 있었고, 두번의 전쟁을 겪은 후엔 급속한 기술의 발전과 전통적 가치의 전복이 일어났다. 제국주의는 무너지고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등장했으며, 어느 곳에서는 공산주의혁명이 일어났다. 두 세력간의 냉전은 새로운 공포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그런 일들이 없었다 해도, 사람의 창작 욕구가 한방향으로만 뻗어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는 '이런 것도 쓰셨나?'라고 생각되는 분위기의 작품들이 꽤 있다.

크리스티의 팬으로서, 개인적인 취향으로도, 나는 그런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크리스티가 역사상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훌륭한 미스테리 소설가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지만, 사실 그녀는 그렇게 트릭 중심주의자도 아니었고 때로는 독자와 공정히 겨루지도 않았다. 기계처럼 정교하고 복잡하며 기발한 트릭이라면 엘러리 퀸이나 반 다인 같은 동시대의 작가들 혹은 그 후대 작가들이 더 나을 때가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에게는 지금도 '영국 여성 미스테리 작가'하면 떠오르는 특유한 분위기을 세상에 널린 알린사람이며, 가장 잘 다룬 사람이며 그렇기에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내 생각에 그것은 뛰어난 심리묘사, 드라마적 요소의 강조, 그리고 어딘지 모를 로맨틱한 분위기인 것 같다. 그리고 미스테리의 외피를 조금 벗어던진 크리스티의 작품은 역시나 심리묘사가 일품이고, 로맨틱하며 어딘지 모르게 드라마틱하다. 추리의 여왕이라는 타이틀 뒤에 가려진 또 다른 매력적인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의 1권으로 나온 '빛이 있는 동안'은 국내에 출판된 적이 없을 법한(확신할 수는 없다) 단편 소설들을 묶은 것이다. 대부분이 습작들이며, 행사용 소설도 있으며, 로맨스 소설도 있다. 크리스티의 팬으로서도, 낯선 분위기의 작품들이 섞여 있어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대표작만을 접해본 사람이거나, 그녀의 또 다른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실망스러운 독서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트릭이나 서스펜스를 기대하고 읽을 작품들은 아니니까. 몇 편의 미스테리 작품들도 결코 크리스티 여사의 명작 단편이라 칭할 수는 없을 정도의 완성도이다.

하지만, 크리스티 여사의 팬으로 특히 그녀의 단편소설들이 익숙하거나 포와로의 커플매니저 역할을 내심 기대하게 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봄 직하다고 생각된다. 허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그저 크리스티 여사의 잘 안 알려진 작품들을 만난다, 그 정도의 의의만 가지고 있다면 제법 흥미롭게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별은 두 개 반. 나는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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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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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입니다. [쥐덫] [이상한 사건] [줄자 살인사건] [모범 하녀] [관리인 노파] [4층 아파트] [조니 웨이벌리의 모험] [스물네 마리의 검은 티티새] [연애 탐정]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메인 작품인 [쥐덫]에 대해서만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폭설로 고립된 몽스웰 여관, 주인부부와 손님들 그리고 형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살인이 시작되죠.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정말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전래 동요인 '마더 구스'의 가사를 이용해서 긴장감을 서서히 높여가는 구성은 그 후 수 없는 사람들이 따서 썼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물론, 범인의 정체라던가 '밀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재주도 정말 훌륭하고요.
[쥐덫]은 메어리 여왕의 80세 생일선물이었다죠.... 이런 작품을 생일선물로 받을 수 있다니 역사 사람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 단편들은, 크리스티 여사 단편들답게 낭만적인 작품들도 꽤 있습니다. 특히 [이상한 사건], [조니 웨이벌리의 모험]이 그런 편입니다. 특히 [이상한 사건]을 추천합니다. 특히 추리소설 특유의 살벌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께요.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읽었던 한떼의 기숙학생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ABE 시리즈의 (제목은 물론 기억나지 않는) 한 편이 생각나서 즐거웠습니다.

-오래전에 개인 블로그에 써 놓았던거라 말투가 조금 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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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d 2007-07-0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사고 싶어지네요..저도 범죄학에 관심이 많아서

투명고냥이 2007-07-06 02:44   좋아요 0 | URL
소근소근하게 재미있는(?) 소설이었던 거 같아요. ^^
 
세번째 여자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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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자면, 애거서 크리스티를 소위 '고전 미스테리 작가' 분류에 우겨넣어서 생각하고 있다. 별로 깔끔하거나 논리적인 분류는 아니고 말 그대로 '자의와 편견으로 가득차서' 코난 도일이나 앨러리 퀸과 함께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좁은 런던 골목길, 마차, 샤넬라인 스커트, 펠트 중절모 등도 떠올리곤 한다. 한 마디로 크리스티는 내게 1920년대의 이미지인 것이다.

사람이 어떤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과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평면상의 이야기이다. 때문에 그 둘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모순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이미지에 대한 나의 '사실'과 '느낌'의 차이는 코미디 소재나 무식한 인간의 표본으로 삼아도 좋을만큼 어긋나고 있다.  아니 분명 크리스티 여사는 1920,30년 경에도 활동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작품 중 많은 수가 1950년대, 60년대 심지어는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정말 단순무식한 인식라고는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때문에 나는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에서 자동차, 마약, 청바지, 록큰롤, 비행기, 그리고 전후라는 말이 나오면 화들짝 놀라곤 한다. '세 번째 여자' 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특히나 이 작품은 거의 풍속소설 분위기가 날 정도로 시대배경이 자주 묘사되고 있으므로 더욱 심했던 것 같다. '비틀즈'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니! (게다가 해문 문고판에는 그 옆에 역주도 달려있다. 1960년대 영국의 유명한 록그룹, 이던가 해서)

그리고 이런 시대 배경-크리스티 여사로 치면 상당히 후반기인-은 외적인 부분에 뿐만 아니라 소설 내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심령술과 심리에 대한 관심은 마약과 사회악으로 옮겨가고, 연극적이기까지 했던 제한적인 배경과 정적인 사건진행은 하드보일드 장르와는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긴 해도 도시와 모험속으로 뛰어든다. 그 속에서 크리스티 여사는 변하는 시대를 바라보며, 과거로의 향수와 추억에 젖어들곤 한다. 아마 크리스티 여사를 내가 1920년대의 서구사회의 분위기와 연결시킬 수 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콧수염을 가다듬고, 초컬릿 차를 즐기는 포와로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1920,30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가 택시를 불러서 타든, 비행기를 타든, 비트세대와 마약거래의 한 가운데 휩쓸리든 간에, 그는 제국주의와 브루조아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던 바로 그 때 그 사람인 것이다. 크리스티 여사가 그러하듯이. 노인네 고집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크리스티의 후반기 작품에서 드러나는 과거에 대한 향수는 내겐 일종의 로맨틱함으로 다가온다.  

덧붙여, 정말 사소하고 사적인 감상을 남기고 싶다. 우선은 추리소설계의 일등급 커플 매니저 포와로라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그의 커플 매니저로서의 활약은 조금은 난데 없었던 것 같다. 결말에 가서 맺어지는 두 사람이 저렇게 얼렁뚱땅 난데없이 맺어져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굉장히 쓸데 없는 걱정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올리버 여사의 활약이 무척 반가웠다는 점이다. <테이블 위의 카드>와 <창백한 말>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읽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수다와 '여자의 직감!'을 만날때마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지낸 친구를 보는 것 같아 즐거웠다. 물론, 올리버 여사가 스벤 저슨(올리버 여사가 쓰는 추리소설의 핀란드인 탐정이다)을 살짝 깔아 뭉갤때마다 혹시 우리의 포와로가 크리스티 여사에게 그랬던 것인가 싶은 기우에 고개를 흔들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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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클럽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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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이다. 하지만 구성이 좀 특이하다. 우리의 마플 할머니를 포함한 일련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추리 퀴즈를 내고, 답을 맞추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구미를 당기는 구성이지만, 반면에 실시간 사건 진행이 아닌 퀴즈 형식이다 보니,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듯도 하고 해결부분을 읽어도 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마플 할머니의 특기인  "우리 앞집 누구의 숙모의 아들이..."로 시작되는 장광설은 좀 취향을 타는 편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엔, 마플 할머니의 앞집의 조카의 옛 여자친구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마플 할머니의 수다의 매력을 이해는 하되 납득은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솔직히 남 이야기를 한다 해도 어쨌든 아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들을 때가 더 재미있지 않은가. 
하지만 크리스티 여사의 아기자기한 글솜씨를 즐긴다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마플 할머니 시리즈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특히 마플 할머니를 내심 무시하면서 잘난체 하던 사람들의 콧대가 팍 꺾이는 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후후후; 사실 마플 할머니의 매력은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그래서 경찰들이 너무 쉽게 할머니 뜻대로 움직여주거나 말을 들어주면, 도리어 기분이 상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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