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성주간을 위한 애가 [Digipak]
키에르 (Maria Cristina Kiehr) 소프라노, 콘체르토 소아베 (Concert / Harmonia Mundi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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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크리스티나 키에르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칼다라의 오라토리오 '그리스도 무덤 앞의 막달레나'에서였다. 맑고 청순한 목소리였다. 애수 띈 곡조를 깔끔하면서도 냉정하지 않게, 그야말로 청아하게 부르는 것을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던 것 같다. 그 후 그녀의 목소리는 북스테후데, 바흐 등의 종교곡 뿐만 아니라 바로크 오페라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쫓아다닌 건 아니고 음악을 듣다가 '아, 이 소프라노는 누구지?'하고 찾아보면 키에르인 때가 많았다.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음악가들이 대체로 내가 접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긴 했지만.

키에르의 목소리의 중량감은 때로는 날카롭게 들릴 정도로 하늘하늘한 엠마 커크비와 약간 근육질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요하네터 조머르의 중간 쯤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두 사람보다 부드럽다. 나는 커크비와 조머르도 좋아하고, 두 사람다 워낙 세계적인 소프라노이므로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취향이고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소박한 울림을 지닌 종교곡들에서는 키에르는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게을렀기 때문에, 이번 앨범은 키에르가 독창한 것으로는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수록된 곡들은 내게 무척 낯선 것들이었다. 아는 작곡가는 팔레스트리나, 프레스코발디, 마르코렐리 정도? 대부분 17세기 쯤의 노래들이며, '성주간을 위한 애가'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부활절 전 고난 주간의 3일 성목요일, 성금요일, 부활절 전 토요일 동안 조과 미사에서 불려지던 음악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한다. (아직 부클릿을 다 안 읽어서 엉성하다, 양해를...) 그래서 그런지 애수띈 가락은 맑고, 청량하고, 그 울림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애처롭게 들린다. 내가 HMF레이블을 우선 선호하는 것은 소속된 연주자의 면면을 믿을 수 있기도 하지만 음향이 특히 내 귀에 맞아서인데(때로는 목욕탕사운일 때도 있지만), 이 음반에서도 그런 잔향까지 깨끗하게 잡아내고 있다. 조금만 정신을 놓고 들으면 천상에 올라갈 것만 같다. ^^

키에르야 말 할 것 없고, 같이 연주한 콘테르토 소아베의 연주 또한 깔끔하다. 키에르의 목소리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다. 비올라 다 감바, 하프, 시타로네, 리로네, 클라비오르가눔등의 고악기들의 친숙하면서도 낯선 그래서 편안하면서도 신비로운 음향은 나와 같은 초보자의 귀에도 전혀 부담감이 없다. 리뷰를 쓸 용기가 보통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아는 것이 없으므로 다른 곡들과 비교하거나 그 특징을 정확히 잡아 낼 수는 없지만, 커크비가 연주한 빙엔의 힐데가르트의 '신의 숨결 위의 깃털'과 비슷하면서도 그 보다는 편안하다. '신의 숨결 위의 깃털'에서 거의 신비주의적인 신과의 합일, 혹은 영적 체험이 느껴진다면 이 곡들은 고요한 새벽의 묵상 같은 느낌이랄까. 익숙한 곡들이 아니라 낯설지만, 그런 것 치고는 편안한 느낌이다. 너무 낯선 곡들이라 뭐 추천하고 그런 건 잘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충동적으로 샀는데, 잘 한 선택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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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5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음악추천 감사합니다.. 들어봐야 할것 같아요..

투명고냥이 2007-07-25 21:59   좋아요 0 | URL
좋은 음악입니다. ^^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