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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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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화자는 포와로의 영원한 동지 헤이스팅스가 아니라 루이즈가 고용한 간호사 에이미 레서린 이다. 원작을 읽으면 또 다를지 모르겠지만, 번역본에서는 말투의 차이 같은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뭐 굳이 말하자면... 레서린 간호사의 기록은 헤이스팅스에 비해 좀 건조하고, 갈색머리 여자에 대한 낭만적인 묘사가 없다는 점 정도랄까.
어쨌든, 이 소설은 크리스티 여사의 오리엔탈 유적지 시리즈중의 한 편이라고 한다. <나일강의 죽음>하고,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죽음과의 약속>이 나머지 시리즈다. 주절거려 보자면 이름값으로는 <나일강의 죽음>이지만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와 <죽음과의 약속>도 개인적으로는 참 좋게 읽었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메소포타미아의 죽음>은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트릭은 정말 훌륭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루이즈 살인사건의 트릭은 후세 사람들이(특히 일본추리만화에서) 인용을 많이 한 탓인지 별로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물론 이건 크리스티 여사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쨌든 덧붙이자면, 포와로가 노후를 즐기기 위해서는 여행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긴, 기껏 정착해서 자기 집 정원에서 호박이나 기르려고 해도 살인사건이 터져 주긴 했지만...

(3개반인데, 반올림해서 별은 네 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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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관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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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추리소설가인 크리스티이지만, 물론 단점도 없을리 없다. 바로 난데없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는 점이다. 추리소설이 독자와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크리스티는 공정한 플레이어로 손꼽힐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바닥에 A페어를 깔아놓은 채로 10원페어를 들고 징징대는 사람처럼 보일때가 있다. (그리고 꼭 히든은 에이스를 받는다. 상대는 그녀가 풀하우스를 쥐었다는 걸 알 도리가 없다) 그렇게 그녀는 사건의 열쇠를 혼자만 간직하고, 가짜 범인이나 사소한 증거들을 넘칠만큼 뿌려놓는다. 다 즈려밟고 가시라고. 가시다가 꼭 미끄러지시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꺼내놓는 세 장의 에이스를 황당한 심정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아주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에서 세 장의 에이스의 단서를 포착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소한 사실이 그렇게 거창하게 발전할 줄은 그녀만이 알고 있을 때가 있다.

[삼나무 관]은 법정물이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법정물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은 아니다. 법정에서 크리스티는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고 가짜 증거들과 사람들에 대한 로맨틱한 서술을 늘어놓기에 바쁘며, 사건은 법정과는 상관없는 곳에서 진행된다. 사실 이 작품에서 법정은 포와로가 자신의 멋진 추리를 펼쳐놓는 또 다른 무대로 활용될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열 장을 읽기 전에, 우리는 누가 범인인지 절대 알 수 없다. (물론 순전 감으로 찍을 수는 있다. 크리스티의 성향으로 보아 범인이 절대 아닐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다.)

앞에서 장황히 말했듯이, 이 작품에서 크리스티가 쥐고 있는 세장의 에이스는 너무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게임에 능하지 못한 나의 투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감상을 솔직히 말하자면, 납득은 하되 이해는 할 수 없고, 범인이 누군지는 찍었되 그 사람이 왜 범인이 되었는지는 떠 주는 대로 받아 먹어야 되는 상황에 처했달까. 그리하여 포와로 영감이 탐정이라기 보다는 커플 매니저가 아닌가, 크리스티가 쓴 것이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 하고 쓰잘데 없이 툴툴 거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게임의 공정성이고 세 장의 에이스고 간에, 소설이 재미있었다는 사실에 심술이 나는 것이다.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으니. 결론은 이거다. 그리하여 나는 어쩔 수 없이 크리스티의 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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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속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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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작은 엘러리 퀸의 [폭스 가의 살인]과 비슷하다. - 결혼을 앞둔(혹은 이미 결혼한) 살인자의 딸(혹은 아들)이 어머니(또는 아버지)가 저지른 살인사건의 재조사를 저명한 탐정에게 부탁한다. 딸 쪽이 아들에 비해 어머니의 결백을 좀 더 믿고 있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실은 과거의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중 누구도 그들의 결백을 완전히 믿고 있지 못하다. 그들의 범행을 입증하는 기록과 판결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깰 수 있을만한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 그리고 탐정은 사람들의 불완전한 기억력에 의존하여 과거를 조사해야만 한다. 그 일은 얼핏 불가능해 보인다.

이렇듯 비슷한 상황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회상속의 살인]과 [폭스가의 살인]을 통해 크리스티와 퀸을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그리고 그것은 결국 크리스티 혹은 퀸의 특징을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퀸은 논리적이고 냉정하며 서스펜스에 좀 더 관심이 있다. 서스펜스라는 현재 진행형일때 최고의 효과를 낸다. 따라서 그는 과거의 사건을 되짚어가는 도중에 지금 존재하는 인물들과 상황을 짜 넣기도 하고 탐정에게 적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불친절하고 심술궂은 하위 형사를 생각해 보라). 대신 과거의 사건에 대한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서술을 최대한 자제한다. 과거를 회상하는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과학 다큐멘터리의 나레이터처럼 자제되어 있고 객관적이다.

그에 반해, 크리스티는 [회상속의 살인]이라는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관계자들의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서술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회상속의 살인]의 과거의 살인사건은 말 그대로 '과거'의 것으로서, 현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마도 그렇기에 [폭스...]와는 달리 [회상...]의 의뢰인인 딸은 처음과 마지막에 잠깐 등장할 뿐이다. 마치 연극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나레이터 처럼 말이다) 물론 포와로는 '현재'에 살고 있는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을 듣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는 그들은 거의 모두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과거로 쉽게 회귀한다. 그리고 그들은 과거에 자신들을 지배했던 기묘하게 어긋나 있던 관계와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게 꼬인 감정을 굿판을 벌이는 무당처럼 읊어낸다. 그 내용은, 물론, 꽤나 로맨틱하다-물론 크리스티 식으로. [회상...]의 결말도 그럴 것임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재미있게도 나는 [폭스...]의 결말에서도 꽤나 퀸 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리스티의 로맨틱한 일면은 종종 약점으로 이야기되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소설'적 재미를 갖춤으로서 추리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사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추리소설가나 작품에겐 어느정도의 로맨틱한 일면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크리스티의 그 개성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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