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양들 2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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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연쇄살인의 범인을 뒤쫓던 마티아스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봤던 예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기로 했다. 믿음이 깊은 신자도 아니었고 그의 기적을 눈으로 봐 온 제자 중 한 명도 아니었지만 진짜 살인범 대신 예수가 그 죄를 뒤집어 쓰게 되자 용감하게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살기 위해 로마군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2권이 시작되자마자 진짜 살인범의 이름이 드러났다. '의무에 충실한 자'라는 의미로 불리던 피슈카르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람들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미트라 교도들이 예수라는 남자에게 홀려 이탈하게 될까봐 분노했던 것.

소설은 허구지만 성경에 쓰여진대로의 결말로 진행된다. 놀랄만한 반전도 없었으며 '만약에~'라는 판타지적 여지도 남겨두지 않았다. 게다가 부활하는 시기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살 기회를 버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대로 행한 그는 십자가를 지고 언덕에 올라 메시아와 함께 매달려 죽는 것을 선택했다. 마티아스가 행복해지길 바랬던 독자라면 이 대목에서 허무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력을 일삼던 로마군인을 죽이고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마티아스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마티아스는 달랐다. 한 남자가 그를 변화시킨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를 믿었던 것도 아니었다. 깊은 신앙심이 있어 추종했던 것도 아니었고.

열 두 제자들 중 누구도 함께 십자가형을 받지 않았다. 스승을 팔아먹은 제자도 있고 그를 부인한 자도 있지만 함께 죽음을 택한 제자는 없었다.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마리아와 그녀를 사랑한 마티아스처럼...

다만 '에필로그'를 통해 예수의 부활 이야기가 살짝 언급되긴 하는데, 이는 마티아스처럼 살인범을 쫓던 테오필로스가 훗날 죽음을 목전에 두고 넋두리처럼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형태로 덧붙여졌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마무리한 테오필로스는 자신 역시 베드로처럼 그들의 죽음으로부터 도망쳤던 지난 날이 후회스럽고 부끄럽다고 했다.

이야기의 시작도 끝도 예상을 빗나갔지만 너무나 재미나게 읽힌 <밤의 양들>.

어느 한 캐릭터에 푹 빠져들진 않았지만 익숙한 스토리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신선했다.

 

죄 짓지 않은 자는 복된 자다. 하지만 죄 짓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도 없지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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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고양이는 귀엽지 - 어린 고양이들의 귀염뽀짝 성장 스토리
이용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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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몰랐던 삶보다 알게 된 삶이 훨씬 더 행복하다.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하지만 또 그만큼 슬프고 가슴아픈 일도 많이 마주한다. 대한민국 동물법은 생명을 보호하기엔 그 장치가 너무 부실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버려지거나 학대당하는 길냥이, 길멍이들이 많아서. 그 외에도 추위와 배고픔으로 오늘 떠났을지도 모를 고양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이용한 작가의 <인생은 짧고 고양이는 귀엽지> 책장을 넘겨본다.

 

책도 소장하고 있고 블로그를 통해 틈틈이 사진도 구경하면서 참 행복했다.

어쩌다보니 '고양이로 태어났다'지만 그냥 고양이로 태어났을 뿐인 녀석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예전엔 미처 몰랐던 고양이의 사랑스러움.

 

고.알.못이었던 내가 이렇게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것처럼 이용한 작가의 책을 접한 모든 이들이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고 아껴주게 되기를......! 말로 하는 설득보단 사진 한 장의 힘이 더 쎄다는 걸 저자는 매번 책으로 증명하는 듯 하다.

 

10년을 여행가로 또 13년은 고양이 작가로 살았다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아기 고양이들의 아름다운 한 때는 잠시나마 그들의 시린 삶을 잊게 만들고 스며든 따뜻함을 만끽하게 한다. 사람도 살기 팍팍한 지구 위에서의 삶이 고양이라고 다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고양이들은 어디에서나 태어나고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난다. 물론 육묘 기간 중에 엄마를 잃는 녀석도 있고 너무 귀여워서 납치되는가 하면 모진 사람의 손에 생명을 잃는 일도 있다. 게다가 그 삶 또한 짧아서 더 애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정말 인생을 아름답게 즐길 줄 안다. 짧똥~한 팔다리를 흔들면서 공중제비를 돌기도 하고 지구를 뿌셔버릴만큼 귀여운 갸우뚱 고개짓으로 사람을 심쿵하게 만들 줄도 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작가는 기막히게 잘 잡아낸다.

 

동네 몇몇 고양이들의 캔따개로 살고 있지만 이들의 모습은 보고 또 봐도 정말 질리지 않는다. 이런 생명체의 아름다움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싫어한다고 괴롭히기 보다는 그냥 무관심해주기를.......!

 

추운 겨울 밤, 내 고양이들과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보고 또 보고 또 넘겨본다. 사진 속 고양이들을 제일 어린 고양이인 다람이가 신기한 듯 꾹꾹 눌러본다. 그래서 또 웃음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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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똥괭이네, 이제는 행복한 집고양이랍니다 - 아프고 버려졌던 스트리트 출신 고양이들의 기적 같은 제2의 묘생기
이삼 집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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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명이 '이삽 집사'다. 짐작이 간다. 여섯 고양이 집사로 살고 있고 임보냥 한 녀석까지 더해져 일곱 마리의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삼이 의미하는 바를. 책이 나오기 전부터 기다렸는데, 표지가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동글동글한 고양이들이 집사 주변에 포진해 뒹굴거리며 누워 있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으므로.

 

 

물론 7마리가 우다다해도 그 소리가 요란하며 그 중에선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 툭닥대는 그룹까지 있어 그 수가 22마리라면 곱절은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리라. 수많은 유튜브 구독자가 있다지만 사실 유튜브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책에 실린 그대로의 사진이나 설명글의 모습으로 22마리를 기억하며 상상해본다.

 

 

냥글냥글....콩님이, 소이, 이백이, 고니, 도리, 봄이, 수리, 봉남이, 삼이, 점돌이, 앰버, 코코, 기쁨이, 선덕이, 유신이, 할배, 쁘니, 애옹이, 아저씨, 요미. 러비, 기적이...한 녀석이라도 이름을 빼놓으면 정말 서운해할 것 같았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길에서 구조된 녀석들은 다문화가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습은 다 달랐지만 가족이라 그런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시작 부분에 한 장에 걸쳐 녀석들의 사진이 증명사진처럼 소개되고 있는데ㅐ, 장난기가 가득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통통한 뽕주댕이가 매력적인 녀석, 왠지 콧평수를 벌림거릴 것만 같은 표정의 고양이도 있었다. 사연이야 여느 길고양이들처럼 구구절절했다. 모두.

 

 

혼자 살아남은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남매 사이, 모자사이, 모녀사이, 형제 사이인 녀석들도 있고 이름은 아저씨지만 동글동글하게 아주 귀여운 얼굴을 한 여자 고양이도 있다. 한 마리, 한 마리를 만나게 된 사연들이 빠짐없이 적혀 있고 그 과정에서 후회했던 일들이나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 일들도 있었다. 작심하고 구조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하게 데려오게 된 고양이도 있다. 묘연이라는 말로 밖엔 설명이 되지 않는 이 묘~한 인연은 당해본(?) 사람은 안다. 운명적이라는 것을.

 

 

말을 많이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읽을 거리가 수북한 책의 두께와 가득 채워진 사진들만 봐도 얼마나 애정깊게 쓰여졌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어느 한 녀석만 애정하기엔 22마리 모두 사랑스럽다. 우리집 일곱 녀석들에게는 비밀이지만 남의 고양이들인데도 얼마나 귀여운 지 모른다. 직접 봐야 공감지수가 더 커진다. 요즘엔 이 책, 추천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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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잘라드립니다 - 하버드 교수가 사랑한 이발사의 행복학개론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유라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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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서든, 인터넷을 통해서든,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결국 자기 자신을 더럽힌다

p32

 

 

단골헤어샵이 사라지고 메뚜기처럼 여러 헤어샵을 전전하다보니, 그간 참 편했구나 싶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참 무섭다. 오랜 시간 머리카락을 맡겨 왔기에 별다른 선택이나 고민없이 그저 맡기면 알아서 척척해주었고 그간의 안부 및 즐거운 담소들을 나누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을 몽땅 도둑맞은 듯 했다. 스타일을 잡아주는 것 외에도 헤어샵에서 받아왔던 '수다를통한 속 시원한 서비스'가 있었던 거다.

 

하버드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긍정심리학'과 '리더십 심리학'을 담당했던 '탈 벤 샤하르' 교수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나보다.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돌아간 직 후인 2010년부터 이발소를 이용했던 그는 평범한 이발사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p54 탐욕에는 비싼 대가가 따라요. 탐욕스러운 사람은 대부분 궁핍해집니다.

물질적인 부도 줄어들고, 친구도 줄어들고 말지요.

 

p99 자신에게 집중하는 태도도 중요해요. 내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면 남에게 나눠줄 것도 없을 테니까요.

 

p166 세상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면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사연이나 식당에서 옆 테이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얻을 때가 있어요.

 

p173 인생은 변한다. 인생이 변하면 규칙도 변한다.

 

 

책 제목이 <걱정을 잘라드립니다>지만 진지하게 고민상담을 하거나 주저리주저리 학문적인 충고가 곁들여진 책은 아니다. 짧은 에피소드들이 더해져 쉽고 편하게 읽힌다. 가령 '칭찬'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날엔, 30년 넘게 아내의 외모를 칭찬해 온 남편을 자랑하는 내용과 이발사라는 직업의 장점을 어필한 이발사 아비의 말이 덧붙여졌다. 그에 따르면 이발사는 손님들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멋지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자신의 직업을 즐기면서 자부심까지 뿜뿜 내뿜는 아비의 모습을 상상하며 에피소드 말미에 적힌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슬쩍 다이어리에 메모해 본다. "좋은 칭찬 한마디가 사람을 두 달간 버티게 해준다"(p90)

 

 

좋은 말들이 많았지만 옳은 방향으로 길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옳은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울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라 한 두 페이지씩 읽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 무엇보다 생각할 시간을 갖게 만든 책이었다는데서 올해가 지나기전에 읽기 잘했다 싶다.

 

 

 

 

걱정만 한다고 고민이 사라질 리 없다. 머릿 속을 비우고 다른 생각들로 채우기 딱 좋은 책이라 책의 도움이 필요한 다음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친구에게도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길.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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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양들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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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좋은 거야.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p153

 

 

 

두 번의 살인과 누군가의 죽음으로 기회를 얻게 된 남자.

연쇄살인마의 먹잇감들은 계속해서 나타났고 이제 그를 쫓는 남자는 둘이 되었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연쇄살인마를 뒤쫓는 남자들이 발견한 공통점은 한 남자였다.

살해된 사람 모두 한 남자에 의해 고쳐지거나 되살아난 자들이었고 그들은 다시 비참하게 살해된다.

 

그들이 주목한 남자는 정말 '신의 아들'일까? 아니면 '연쇄살인범'일까?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 그리고 <별을 스치는 바람>을 너무나 재미나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밤의 양들>은 단숨에 읽기엔 어딘가 아쉬움이 남아 야금야금 천천히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에 텐션이 올라 도무지 속도를 조절할 수 없었다.

 

사전지식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기에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 줄 몰랐다.

하지만 곧 눈치챌 수 있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를 이토록 낯설게 만들어 신선함을 더했을 줄이야!!

 

집필 기간 12년. 역사, 종교, 철학이 담긴 책이라는 책소개 외에도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결코 지나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그 유명한 헤롯왕의 치세에 시작된다. 종교가 있건 없건 전세계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 예수를 바라보는 두 남자. 예언자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살린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테오필로스 / 프롤로그를 여는 화자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인 그가 40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예루살렘에서 단 7일간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알게 된 사람들의 인상은 너무나 강렬했다. 사람의 아들로 왔으나 신의 아들로 죽은 예수와 살인자인 동시에 살인자를 쫓고 있던 남자 마티아스를 추억하는 그는 눈이 먼 노인이었지만 기억만은 생생했다.

 

 

마티아스 / 살인자인 동시에 살인사건을 의뢰받은 자

밀정, 포주, 검투사, 로마 군졸로 살았으나 잔혹한 로마군 백인대장을 살해하고 투옥된 남자.

4개의 살인사건에 공통분모인 '예수'라는 남자에 주목한다. 황제를 섬기는 로마와 달리 신을 섬기는 예루살렘에 '신의 아들'을 자처하고 나타난 남자 주위를 맴도는 죽음이라니....처음 목적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으나 점점 사건 속으로 빠져든다.

 

예루살렘을 뒤덮은 4건의 살인사건

돌에 의해 머리가 짓이겨진 17살의 창녀 / 익사체로 발견된 종교지도자의 16세 딸 / 화덕 속에서 발견된 빵배달 소년 / 도륙당한 채 수도교에 매달린 시체

 

 

정신없이 읽다보니 4건의 살인사건이 지나갔다. 헤롯왕. 빌라도, 마태...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예수의 기적에 주목하기 보단 마티아스가 쫓는 사건을 따라 이야기는 흘러간다. 지금의 우리가 아닌 그 당시의 시선으로 의심하게 만들고 '살인자 혹은 사기꾼'일지도 모를 남자가 살인과 어떤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 시종일관 궁금하게 만들면서......

 

천천히 읽자. 아껴읽자 결심했으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이토록 재미난 책을 묵혀두며 읽을 생각을 했다니......!

 

1권과 2권을 다 읽는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연극으로 봐도 재미있을 듯한 내용이라 희곡을 공부한 친구에게 슬쩍 권해봐야겠다. 어떤 반응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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