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흔글·조성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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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그만의 역사가 있듯 캐릭터에게도 사연, 생각이 있고 그들이 전하는 위로가 있었다.

물론 이 모두 사람이 부여한 이미지들이지만.

 

작가와 콜라보된 카카오 프렌즈 에세이를 읽으면서 참 많이 위로 받았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건네진 충고들은 독자의 나이와 상황에 맞게 적절히 잘 스며드는 문장들이었고 얼룩처럼 마음에 남아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라이언, 어피치, 튜브, 무지, 콘, 네오, 프로도, 제이지 중 좀 더 애착이 가는 녀석은 있다. 물론 내 마음 속 비밀로 남겨두겠지만 캐릭터적 이미지로 좋아했던 녀석과 콜라보북의 통해 좋아진 녀석은 다르다. 알고보니 더 좋아진 녀석이 있다는 소리다. 살아 있는 동물친구들도 아닌데, 성인인 내게도 팬심을 갖게 한 카카오프렌즈. 매력둥이들.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다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간 자리에도 옆구리에 끼고 나갔던 흔글이 쓴 '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뜻이야'. 친구가 카페 내부를 열심히 촬영하는 사이, 커피를 홀짝이며 이어진 페이지들을 읽는데, 그만 뜨끔하고 만다.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빛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보다 내 안의 빛을 찾아주는 사람이 좋아" 라니.

함께 온 친구가 딱 내겐 이런 사람인데. 마음 속 말을 글자로 조합하니 이렇듯 근사한 한 줄이 된다.

 

어떻게 이 친구를 만날 줄 알고 하필 이 날, 이 페이지가 읽힌 것일까.

 

 

 

 

 

 

오래 읽어 좋은 책이 있는가 하면 첫 장을 읽으면서 바로 반해버리는 내용도 있고, 꺼내볼때마다 다른 느낌이 나는 글도 있다. <카카오프렌즈북>은 이 세가지 느낌을 다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짧고 간결해서 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기에도 적당하다.

 

 

책의 한 줄 보단 영상 한 토막을 더 쉽게 선택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분명 쉽게 후다닥 잘 읽히리라.

 

 

sns 감성 시인으로 40만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흔글의 위로는 익숙하면서도 무겁지 않아 잔소리와 구별된다.

 

 

분명 들을 법한 상황이고, 듣게 되는 말일지라도 듣기 싫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듣기 싫은 말도 이렇게 전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좋은 문장은 시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명대사에만 감동받는 것이 아닌 것처럼.

 

 

에세이 한 줄이 봄바람을 타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출판사 아르테 에세이, 카카오프렌즈를 읽으며 이 힘든 시기, 봄날을 이겨내는 중이다.

좋은 문장과 함께 하는 순간이 그 어느때보다 위안이 되는 시절이므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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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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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10억뷰','누적 500만부','2020년 중국 화제의 드라마 원작'.

화려한 타이틀을 단 소설 <<제왕업>>은 사전만큼 두툼했다. 총 2권으로 나뉘어진 방대한 이야기 속 주인공은 열다섯 살에 성년식인 계례를 치르게 된 앳된 소녀 '아무'. 중국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계례를 치르는 장면을 본 적은 없지만 모든 소녀가 이렇게 치렀을까 싶을만큼 의식은 화려했다. 궁의 내명부에서 의식을 참관하고 명문가 여인들이 구경꾼으로 모인 가운데, 태자비와 장공주 그리고 황후마마까지 등장한다. 초반부터 특별한 신분임이 드러난 아무는 공주의 딸이자 친고모를 황후로 둔 왕가의 소녀다.

 

 

핏줄로 이어진 태자나 둘쨰 전하보다 고모가 싫어하는 가문의 피(연적 사귁비 집안)가 섞인 세째 왕자 자담과 꽁냥꽁냥 연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인생은 흐르는 물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닌 법. 자담과의 혼인을 꿈꿨던 아무는 그와 강제로 헤어져 집안의 결정에 따라 얼굴도 모르는 예장왕 소기와 결혼하게 된다. 여러 전투에서 이름을 날리며 나이 서른에 천하를 징벌한 장군소기. 결국 혼례를 올리게 되었지만 첫날밤도 치르지 않은 채 그는 전장으로 다시 떠나버렸다. 경외의 주인공에서 하루 아침에 소박맞은 여인으로 소문나 버린 아무는 집을 떠나 모처에서 요양하며 3년 동안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했으나 남편의 무관심은 여전했다.

 

 

한술 더떠 남편을 노린 적국 왕자 하란잠에 의해 납치되면서 온갖 수모를 겪는다. 애증을 쏟아붓는 하란잠. 애초에 가질 수 없는 여인을 손아귀에 두고 욕심을 부리다 예장왕에 의해 소탕되는데, 그 과정을 겪고 나서야 아무는 어렵게 남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의 오해를 풀고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되나 싶은 시기에 나타난 남평의 여인들. 그리고 가족이 숨겨왔던 진실. 자신이 더이상 존귀한 존재가 아닌 정세에 따라 놓여진 장기말처럼 쓰여졌다는 사실에 슬픔과 절망을 느끼게 된 아무는 남편과 함께 권력의 중심으로 뛰어들게 된다.

 

 

여주인공의 영특함과 아름다움, 왕가의 얽힌 잇속, 배신이 난무한 인간관계가 빠르게 펼쳐지면서 처음엔 두껍게만 보였던 한 권이 휘리릭 읽혀졌다. 과연 이 한 권의 내용이 방대한 중국 사극 드라마의 몇 편에 해당될는지는 모르겠지만 40부,50부,120부.....길이를 짐작할 수 없는 드라마의 원작치고는 빠르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장쯔이 주연의 <강산고인>이 방송되면 원작 소설과 비교해가며 다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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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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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웃는 숙녀 시리즈' 첫 번째 책은 강렬했다.

추리소설가 나카야마의 여러 시리즈들을 재미나게 읽고 있지만 또 다른 시작인 '비웃는 숙녀' 는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설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보다 한결 수위가 높다.

 

 

다섯 편의 에피소드. 인명이 붙여진 제목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 <비웃는 숙녀>는 왕따를 당하고 있던 '노노미야 쿄코'로부터 시작된다. 뚱뚱하고 못생기고 병약해서 표적이 된 소녀의 왕따는 아름다운 이종사촌이 같은 반으로 전학올 때까지 계속된다. 충격적인 방법으로 왕따를 종식시킨 미치루는 쿄코에게 골수까지 기증해주게 되고 고마움과 동경을 한꺼번에 품게 된 쿄코는 가정폭력과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사는 이종사촌 미치루를 구하기 위해 함께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로부터 10년 뒤, 데이토은행에서 보통예금을 담당하고 있는 '사기누마 사요' 는 동창회에서 학창시절 왕따였던 쿄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재빠르게 재혼해 버린 엄마에게서 일찍 독립하게 된 사요. 철저한 학점관리와 열심히 취득한 자격증 덕분에 현재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보상심리로 명품에 홀릭하게 되면서 심한 빚독촉을 받고 있는 상황. 수입과 대출금을 간당간당하게 맞춰나가며 줄타기 중인 현재는 언제나 불안불안하다. 쇼핑을 멈출 수 없는 그녀에게 때마침 달콤한 유혹을 해 온 건 동창 쿄코였다. 그녀로부터 소개받은 미치루가 권한 방법 중 하나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방법. 범죄가 아니다. 단지 적은 금액을 잠깐 빌릴 뿐(p124) 이라며 양심을 저버린 사요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폭주하게 되고......그 결말은 너무나 뻔했다.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작가는 또 한번 독자에게 충격을 던져놓는데, 그 대상이 쿄코의 남동생인 '노노미야 히로키'였던 것. 쿄코와 미치루 악녀 콤비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듯했던 예상을 보기좋게 깨부수고 미련없이 싹 다 정리해버렸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무자비하게. 하지만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고. 이처럼 읽을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소설은 또 처음이라 이 미친 캐릭터에 진저리가 처질 무렵, '후루마키 오시에'가 등장한다.

 

 

정리해고 된 남편 대신 가정 경제를 책임지게 된 요시에. 소설을 쓰겠다며 집 안에서 룸펜으로 생활하고 있던 남편은 지난 2년간 몇 페이지 쓰지도 못한 채 성인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는가 하면 갖은 원망만 토로하며 산다. 이런 남자를 믿고 살기엔 미래가 너무나 불안했던 그녀는 직장 동료를 통해 '생활 플래너 가모우 미치루'를 소개받게 된다. 혼자서는 도저히 결심할 수 없었던 선택을 하게 된 오시에.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3천만 엔에서 3억 엔으로 변경한 후 술을 잔뜩 먹여 음주운전 사고사로 위장한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곧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만다.

 

 

찜찜한 사건 속에서 꼭 발견하게 되는 이름 하나 '가모우 미치루'. 경찰은 주목하고 있던 그녀를 체포 해 법정에 세우지만 악마의 속삭임에 홀렸던 모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며 미치루는 죄가 없다고 생각했다. 꼭두각시처럼 놀아났던 일이 분하지도 않았던 걸까. 자신의 잘못도 타인 탓으로 돌리는 인간들이 수두룩한 세상 속에서 왜 이들은 미치루를 감싸고 도는 걸까.

 

 

놀랍게도 이 모든 판이 미치루의 계획이었던 것. 그러니 결말이 권선징악 +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리가 없다. 현실에 존재할까봐 되레 무서워진 캐릭터인 미치루가 '이번에는 누구를 어떻게 낚을까(p431)' 썩소를 날리며 1권이 끝나버렸기에 앞으로 계속될 시리즈의 강도는 1권을 능가하리라 짐작된다.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주요 소재로 삼는 일본 추리 소설 장르인 '이야미스'를 좋아하진 않지만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라 읽었는데 학교촉력, 가정폭력, 성폭행, 횡령, 존속 살해, 보험금 살해...소재도 소재지만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을 마치 줄 꿴 인형을 다루듯 이용한다는 점도 읽는내내 마음을 참 불편하게 만든다. 이 시리즈의 끝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들과 어떻게 접목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개글 그대로 '희대의 악녀'인 미치루에게도 만만하지 않은 적수가 나타나주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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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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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2>엔 멋진 탐정 콤비 둘이 등장한다. 셜록 홈즈나 긴다이치 코스케 같이 '나는야 탐정'임을 공고하는 캐릭터가 아니지만 그들은 툭닥툭닥 대면서도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도쿄 고등법원의 판사를 그만둔 지 16년이 지난 전직 판사 시즈카는 조용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저축과 연금이 있고 건강하기에 그저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그무 번째 여성 재판관인 그녀를 여러 법과대학원에서는 객원 교수로 초청했고 임시 강연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나고야 법과대학 창립 50주년 기념 강연에서 폭발로 인해 숨겨져 있던 시체가 드러난다. 현장에 있던 시즈카와 휠체어를 탄 겐타로는 그곳에서 만나 사건에 얽혀들었다.

 

5년 전 완성된 기념비 속에 묻힌 이틀 전에 죽은 남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들이 함께 해결해나가는 사건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노인들만 엮어 금전 사기를 친 '시니어 서포트' 사건과 평생 바르게 살았지만 아들 내외에게 연금을 다 빼앗기고 자꾸만 도둑질을 하다 잡히는 치매 노인 쇼조의 사정, 말년에 연대보증 때문에 가난하게 지냈지만 금슬이 좋았던 노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 수술자국 없이 봉합 상처만 남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고사까지....겉으로보기엔 참 다른 두 사람이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줄 때만큼은 의기투합해서 젊은 수사관들보다 바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되레 시원시원하기까지 하다. 경험과 연륜에서 묻어나는 지혜와 인맥이 총 동원되어 풀려나가는 사건들과 부조합 같은 콤비의 케미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

 

깐깐하게 모든 일을 처리해 온 80세 전직 법관과 법과 말보다는 욱하는 마음 그리고 추진력으로 한 평생을 살아온 뚝심있는 할아버지 ceo는 겉과 달리 속은 좀 닮아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버릴 만한 일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타인을 돕고자하는 마음, 사회의 잣대가 아니라 양심과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에피소드를 읽을수록 닮은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래서 콤비인가. 싶을 정도로.

 

겐타로 영감의 결말을 안다. 이 작가의 첫 작품 속에서 그는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듯 다른 시리즈 안에서나마 제멋대로 같지만 할 말 다 하며 사는 통쾌한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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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 기댈 곳 없는 사람과 갈 곳 없는 고양이가 만나 시작된 작은 기적
11월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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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고양이도 폭력엔 상처받기 마련이다. 매맞던 어린 아내가 아이 셋을 낳고도 이혼을 생각했다면....속으로 얼마나 곪았을지....문장 하나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려온다. 무엇보다 가족의 이해와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 그 이중 상처는 보지 않아도 불보듯 뻔한 일 아닐까. 어떤 연유로든 때리는 남편에게 다시 돌아가라고 말한 가족을 이해하긴 힘들지만 다행스러운 건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거다. 그녀가.

 

그리고 거짓말처럼 어느 날, 버려진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쩌렁쩌렁한 위자료를 받은 것도 아니요, 아이들까지 도맡아야했던 녹록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묘연이 닿아 집사가 된 저자는 이제 두 고양이를 반려중인 집사다.

 

안락사 될 수 있다는 말에 차마 보호소로 고양이를 보내지 못했다는 그녀 곁에 남게 된 '감자'.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목의 목걸이를 발견하곤 연락처로 전화했지만 몇 다리 건너, 건너 가게 되면서 결국 버려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마지막 보호자에게 연락했으나 끝내 통화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남겨졌다. 고양이 한 마리가. 그녀 곁으로.

 

'책임비 3만 원'에 데려 온 보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연탄난로가 있고, 신문지를 대충 찢어 만든 화장실이 있으며 아기 고양이가 방마다 바글바글했던 곳. 그날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저자는 '보리싹처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라' 는 염원을 담아 고양이의 이름을 '보리'라고 지었다. 회색빛의 예쁜 고양이 보리가 내 고양이(마요마요)를 닮아서일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상처 입고 불행한 사람일수록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절망하고 원망하고 분노하며 자신의 상처를 대면하고 애도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서야 비로소 견딜 수 없는 모든 것을 거기 두고 돌아설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럴 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다

p68

 

 

조용한 감자와 수다스러운 보리는 찰떡궁합은 아니었지만 나름 가족으로 잘 지내고 있었다. 같이 잠들기도 했다가 금새 툭닥툭닥 싸우기도 하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잠들기도 하면서.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고백하는 집사에게 하루하루 위안을 선물하며 사랑받으며 산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들은 안다. 저 마음을.

그리고 어느새 수순처럼 내 고양이의 이쁨, 내 고양이의 귀함을 아는 집사들의 눈엔 척박한 삶을 사는 길고양이들의 삶이 물들듯 스며든다. 저자에겐 이미 죽어 묻어준 이름 없는 고양이부터 모모,나무,두부, 강아지 봉봉이가 있었다. 그녀의 손을 거쳐 현재의 보호자가 보내준 잘 지낸다는 사진들을 보며 함께 기뻐했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험한 세상.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케어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게 너무나 불공평하게 느껴져도 결국 마음이 더 불편한 사람의 몫이려니....생각하고 구조했던 몇몇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려졌다. 잘 지낸다는 안부를 접하게 될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지!!! 이 마음을 알기 때문에 해당 페이지들이 더 특별하게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말미에 "하지만 저는 살아남았고 세상 무엇도 그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강해서가 아니라 감자, 보리와 아이들을 지키며 점점 튼튼하게 버티게 되었을 그녀의 오늘을 응원하며 이 표현에 적극 공감꾹을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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