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서도 자꾸 읽다보면 도가 트이는 모양이다. 애초에 작법이라는 게 장르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한 장르속에서 말하게 되는 것은 누구의 입을 빌리든 공통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동일 장르의 작법서를 많이 구경하다보니 괜찮은 작법서와 반복되는 내용외에 별다른 특이성이 없는 작법서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서재의 책장이 자꾸 좁아져서 지인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상당수의 작법서도 골라 나누어 주었다. 내겐 꼭 필요한 작법서만 구비해 놓으면 되겠다는 마음을 들게 만든 훌륭한 작법서들은 여전히 책장에 터줏대감 앉아 있듯 모셔져 있지만. 그 책 중 한 권이 바로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의 기교]다. 구경하면서 구매만 해놓고 도통 읽을 시간이 없었던 이 책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정독하는데 꼬박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 흘려 읽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법서란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 놓고도 사이사이 꺼내읽기 마련인 책들이다. 필요할때마다 필요구간을 찾아 읽는 것은 흡사 사전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며 명예교수로 재직했으나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중인 데이비드 로지. 그는 같은 내용을 다르게 포장해서 더 쉽고 재미나게 작법을 풀어놓고 있는데 딱딱하지 않아서 좋고 언제나 시작은 풍성하게 작품 예시로 해서 더욱더 마음에 들어버렸다. 서사문학인 소설의 수수께끼 효과와 서스펜스 효과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의 해결점을 찾게 된 것만 같아 "심봤다!!"를 외쳐버렸고, 인과성과 시간성은 적절하게 풀어져 있어 급히 메모하게 만들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말을 해도 감탄할만큼 마음에 담기게 만드는데, 글도 마찬가지다. 같은 내용으로 써도 누군가의 풀이는 머릿속으로 직행하게 만드는 마법이 발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