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나의 고전 읽기 1
손택수 지음, 정약전 원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다산 정약용'의 형으로만 알고 있던 '손암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

 

 

기차, 자동차, 비행기가 없던 시절, 내륙의 학자가 먼 거리의 바다생물에까지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자산어보]는 정조의 죽음 이후, '서학과 천주교'를 빌미로 추방당한 후 쓰여진 책이다. 나쁜 일이 꼭 나쁜 결과를 불러오는 것만은 아님을 그의 일생을 통해 깨닫는다. 그렇다고 유배 간 모든 선비들이 계속해서 학문을 탐구하고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며 저서를 남기진 않았을 터, 특이하게 '바다'에 관심을 둔 정약전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동생 정약용에 의하면 형은 아주 자유분방한 정신의 소유자로 '길들여지지 않은 사나운 말' 에 비유되기도 했고 조상화를 그리기 위해 바늘구멍 사진기의 원리를 이용하기도 했다니....천재 괴짜처럼 보여지는 조선의 선비는 오늘날 사극을 통해 보아온 근엄한 대감들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언제 중앙으로부터 사약이 도착할 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하루를 '새꼬막'을 설명하고 '도미'와 '해파리'를 기록하는데 썼다니......이런 기록들이 묻힐 뻔 했다. 그가 죽은 후 한 장 한장 뜯겨 어느 섬집 벽지로 사용하고 있던 걸 그의 동생 정약용이 제자에게 필사를 시켜 되살려 놓았다고 했다.

 

기록 속에서 자신이 작명한 물고기의 이름과 더불어 어부들이 실제로 쓰는 어명도 함께 표기했고 기준을 정해 분류해 놓았으며 시를 짓는 시인들에게까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쓰임새까지 고려했다는 점 또한 놀랍다. "영남산 청어는 척추가 74마디이고, 호남산 청어는 척추가 53마디"(p46)라는 차이점도, 홍합은 조수가 밀려오면 입을 열고 밀려가면 입을 다문다는 점도, 낚싯배를 끌고 다닐 정도로 힘이 센 돗돔이 2미터 길이에 몸무게가 300킬로그램까지 나간다는 것 또한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물고기에 워낙 관심이 없었고, 생선 반찬 또한 즐기지 않아 알고 있는 모양이라곤 갈치나 고등어 정도인 내게도 저자가 풀어놓은 <자산어보>의 내용은 재미나게 읽혔다.

 

고전읽기가 고전 소설 읽기에만 국한된다면 너무 아쉽다. 범위를 넓혀 과거에 살았던 그들의 삶, 생각까지 읽어낼 수 있다면 훨씬 다채로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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