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Olga Kurylenko - Mara (마)(한글무자막)(Blu-ray)
Olga Kurylenko / Lions Gate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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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ra, 2018

  감독 - 클라이브 톤지

  출연 - 올가 쿠릴렌코, 하비에르 보텟, 랜스 E. 니콜스, 로지 펠너

 

 

 

 

  어느 날, 한 남자가 잠을 자다가 죽어버린다. 부인과 어린 딸은 ‘마라’가 나타나 그를 잡아갔다는 말을 하지만, 아무도 그걸 믿지 않는다. 경찰은 단순히 그들이 충격을 받아서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 범죄 심리학자인 ‘케이트’는 사망자가 수면 장애 모임에 참여했음을 알아내고, 직접 가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마라’라는 악령이 잠자는 자신을 죽이러 올 거라 말하며 공포에 떠는 남자를 발견하는데…….

 

  수면마비, 다른 말로 하면 가위눌림에 대한 공포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전에도 적었지만, 가위에 눌린 상태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괴이한 형체가 보이기도 한다니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려고 노력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면마비를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다룬 것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은 아마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 시리즈일 것이다. 단순한 가위눌림이라 여겼던 일들이 악령의 소행이었다는 건, 이후 많은 영화에서 차용된 설정이다. 물론 그 누구도 ‘프레디 크루거’처럼 인상적이진 못했다. 그 능글거림과 뻔뻔스러움, 그리고 가학적인 변태성은 이후 등장한 비슷한 설정을 가진 영화 속의 다른 캐릭터들에게 큰 영향은 줬다.

 

  이 작품에서 등장한 ‘마라’도, 어떻게 보면 프레디의 여자 버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디보다는 기원이 오래되었고, 지역을 막론하고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달랐다. 그리고 과묵하고 희생자를 앞에 두고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좋게 말하면 짧고 굵게 한 번에 죽여준다고 해야 할까?

 

  마라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나온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후회를 하거나 자책을 하고 미안함을 느끼면, 그 부정적인 감정에 마라가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라에게 낙인이 찍힌 사람이 있으면, 그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설정이라면, 이런 의문이 든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범죄자라면? 그런 사람에게는 마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한 행동이 상대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거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미안함을 느낀다.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자책하기도 하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라의 저주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마라의 저주를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자책할 일을 만들지 않거나, 자책하지 않으면 된다. 즉, 타인에게 무감각한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거나, 서로를 배려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심사숙고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면 좋을지는 개개인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 전자로 살아가는 게 더 편할 것 같기도 하다. 마라가 나타나는 죄책감의 기준이 너무 주관적이어서, 착하게 살면 살수록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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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수면마비의 기억
로드니 애셔 감독, 지그프리드 피터스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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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The Nightmare, 2015

  감독 - 로드니 에스쳐

  출연 - 시그프리드 피터스, 스티븐 이베트

 

 

 

 

  포털에서 검색하면, 이 작품의 장르는 다큐멘터리로 되어 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앞에 ‘페이크’라는 말이 빠져있는 거 아냐?’,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영화겠지?’ 이런 생각만 든다.

 

  다큐멘터리라는 건,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영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가위눌림, 다른 말로 수면마비에 관한 8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룻밤에 그치는 것이 아닌, 어릴 때부터 커서까지 오랜 시간 동안 겪은 이야기들이었다. 자기 집이건, 친구네 집이건, 심지어 여행을 갔을 때도 그들은 가위를 경험했다. 이 작품은, 그런 사람들의 경험담을 인터뷰와 배우들을 통해 재현하고 있었다.

 

  가위에 눌려보면 알겠지만, 그건 상당히 기분 나쁜 체험이다. 온몸이 뭔가에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 없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이 아닌 게 확실한 뭔가가 보일 때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도 그런 것들이 등장한다. 그림자 사나이라고 불리는, 전신이 새까맣게 보이는 사람이라든지 외계인과 비슷한 형체 때로는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몇몇 사람들에게 보이는 형체가 일치하는 때도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스티븐 킹의 소설 ‘불면증 insomnia, 1994’에 나오는 작은 대머리 남자들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하여간 이 작품의 장르가 다큐멘터리라는 것 때문에, 과연 여기서 나오는 것들이 진실인가 아닌가,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주 잠깐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했지만, 그게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으니 그냥 ‘이런 식으로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진짜 영화는 상당히, 아주 많이, 심하게 지루했다. 계속되는 인터뷰에 인터뷰……. 그나마 중간에 들어있는 재현 장면에서 좀 깜짝 놀랄 수 있었다.

 

  포스터를 보면, ‘가장 무서운 다큐멘터리 중의 하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건 아마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기록한다는 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인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이 작품은 무서운 게 맞다. 사람들의 무의식, 특히 잠을 잘 때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존재라니! 그게 진짜라면, 아마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화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에서 등장하는 ‘프레디 크루거’가 실존한다고 생각해보라! 잠자는 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큐멘터리로 보면 오싹한 내용이고, 영화로 보면 무척이나 심심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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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Agatha Christie's Marple: Series 4 (아가사 크러스티 미스 마플: 시리즈 4) (지역코드1)(한글무자막)(4DVD Boxset) (2008)
Acorn Media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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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gatha Christie's Marple, 2009

  출연 - Julia McKenzie

 

 

 

  미스 마플의 네 번째 이야기 묶음이다. 이번 시즌부터 마플 역할을 맡은 배우가 ‘제랄딘 매큐언’에서 ‘줄리아 맥켄지로’ 바뀌었다. 내가 영상으로 만난 미스 마플은 ‘조앤 힉슨’, 제랄딘 매큐언 그리고 이번의 줄리아 맥켄지, 이렇게 세 사람이다. 인상적인 배우는 어린 시절 처음 미스 마플 영화로 만난 조앤 힉슨이었고, 내가 생각하는 미스 마플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배우는 제랄딘 매큐언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주연을 맡은 줄리아 맥캔지는 너무 착한 분위기여서 과연 어떨까 했는데, 평범한 이미지로 사람들 사이에 잘 녹아들었다. 그걸 노린 모양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A Pocket Full of Rye』는 소설 ‘주머니 속의 죽음 A Pocket Full of Rye, 1953’을 영상화했다. 투자 신탁회사 사장인 ‘포테스큐’가 사무실에서 독살당한다. 그를 죽인 범인에 대해 용의자도 미처 정리하기 전에, 이번에는 그의 두 번째 부인과 하녀로 일하는 ‘그래디스’가 저택에서 각각 독살당하고 교살된다. 미스 마플은 자기 집에서 일했던 그래디스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는데…….

 

  동요 라임에 맞춘 살인마가 나오는데, 마지막 장에서 미스 마플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책에서 읽는 것보다 더 재수가 없었다. 얼굴 반반하고 말 잘하며 예의 바르면서 사악한 이미지의 배우를 잘 골랐다.

 

 

  『Murder Is Easy』은 소설 ‘위치우드 살인사건 Murder Is Easy, 1939’을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다. 미스 마플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한 노부인이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살인은 들키지 않으면 쉽다.’거나 ‘다음 희생자는 범블비.’라는 말 때문에, 노부인의 마을로 향한다. 노부인의 장례식 날, 그녀의 예언대로 범블비라는 애칭의 의사가 살해당하는데…….

 

  원작에서는 미스 마플이 나오지 않지만, 드라마화하면서 등장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사건의 동기를 원작과 달리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등장인물의 관계와 몇 가지 세부사항이 달라졌다. 원작의 동기는 심리적인 것으로 어떻게 보면 범인이 예민하고 자존심이 높았기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동기는 심리적이면서 동시에 숨기고 싶었던 비밀에 관련되어 있어서인지, 안쓰러우면서 ‘어쩜, 불쌍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불안함 때문에 마구 죽이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다.

 


 

  『They Do It with Mirrors』는 소설 ‘마술살인 They Do It with Mirrors, 1952’이 원작이다. 미스 마플은 친구 ‘루스’의 부탁으로, 그녀의 동생인 ‘루이즈’를 방문한다. 두 자매와 다 친구였기에, 루이즈는 미스 마플을 환영한다. 루이즈는 세 번째 남편과 함께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정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스 마플이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에 불안함을 느끼는 가운데, 루이즈의 의붓아들이 시체로 발견되는데…….

 

  여기서는 두 자매가 등장한다. 예쁜 외모로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사랑만 받아온, 활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왔던 양녀 ‘지나’. 그와 반대로 부모의 사랑을 모두 언니에게 빼앗기고 평생 그들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해온, 그 때문에 소심하고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왔던 친딸 ‘밀드레드’. 루이즈는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가운데 지나만 걱정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밀드레드는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루이즈가 왜 지나만 편애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친딸은 자기와 피로 이어졌기에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알 거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넌 내가 낳은 딸이잖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그런 생각은 자기만의 망상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나저나 자기보다 어린 새어머니를 맞이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소설을 읽을 때부터 그게 참 궁금했다.

 

 

  마지막 이야기인 『Why Didn't They Ask Evans?』는 소설 ‘부머랭 살인사건 Why Didn't They Ask Evans?, 1934’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산책하던 바비는 한 남자가 절벽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왜 에반스에게 부탁하지 않았지?’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다. 그리고 얼마 후, 바비는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바비와 어린 시절 그의 친구였던 ‘프랭키’ 그리고 바비 엄마 친구인 미스 마플까지 합세해서, 세 사람은 왜 그 사람이 살해당했는지 밝히기로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원작에 없는 미스 마플이 등장하느라, 몇 가지 설정이 바뀌었다. 그 때문에 범인의 정체라든지 동기 등등이 달라졌다. 원작은 오직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이번에는 복수였다. 범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를 바란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미스 마플의 이야기 끝까지 듣지 말고 그냥 죽이라고! 선 살인 후 듣기! 이게 어려워! 엉? 드라마를 보면서 그렇게 열 받기도 또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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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ㅣ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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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簪中錄, 2018

  작가 – 처처칭한 侧侧輕寒

 

 

 

 

  ‘황재하’는 관리인 아버지 밑에서 여러 사건을 해결한, 천재라 불리는 소녀였다. 하지만 혼사에 관해 가족과 언쟁을 벌인 날, 그녀를 제외한 일가족이 독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생존자인 재하는 일가를 몰살한 범인으로 몰린다. 지인의 도움으로 수도인 장안에 숨어들었지만, 공교롭게도 그녀가 얻어탄 마차에는 황제의 아우인 황자 ‘이서백’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계약을 맺는다. 황재하가 그를 도와 장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 해결을 도우면, 이서백은 그녀 가족의 사건 재수사를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황재하는 환관 ‘양숭고’로 신분을 위장하고, 이서백을 도와 사건을 수사하는데…….

 

 

  작년에 출간되어 만화로 만들어지고, 조만간 드라마로도 제작될 중국 소설이다. 추리물이면서 로맨스도 가미가 되어있고, 황실과 황자들이 등장하고, 살인 누명을 쓴 천재 미소녀가 남장여자로 활동하는, 그야말로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설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참고로 제목인 ‘잠중록 簪中錄’은 ‘비녀의 기록’이라고 한다. 황재하가 사건을 정리할 때 머리에 꽂은 비녀를 빼내 바닥이나 아무 데나 적기 때문이다.

 

  이번 1권에서는 크게 두 개의 사건이 일어난다. 하나는 황재하가 장안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한 연쇄 살인 사건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서백의 신부로 간택된 ‘왕약’을 비롯한 비파 연주자 몇 명의 실종과 독살 사건이다. 첫 번째 사건은 ‘음?’하는 사이에 후다닥 해결되었고, 두 번째 사건은 12년 전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꽤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그 와중에 황재하와 혼담이 오가던 ‘왕온’도 등장하고, 황재하를 롤모델로 삼은 시체 검안 담당 ‘주자진’도 등장한다. 또한, 4년 전 반역도들을 제압하던 과정에 이서백에게 일어났던 기이한 일까지 연결되면서, 자질구레하지만 복선이 될 법한 사건들이 줄줄이 딸려온다.

 

  이렇게 보면, 이야기가 상당히 진지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일 것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개그 담당이 확실한 주자진이 있다. 황재하를 우상으로 여기면서, 바로 앞에 있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또한, 집안에서 내놓은 괴짜로, 남들이 다 꺼리는 시체 검안을 너무도 좋아한다. 아, 시체를 쌓아놓고 옆에서 배고프다며 챙겨온 저녁을 먹는 남자라니!

 

  게다가 황재하를 남자 환관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오해와 착각도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외국에서 온 사절이 황재하를 보고 비록 환관이지만 남아의 당당함이 살아있다는 칭찬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더불어 이서백과 황재하의 다소 방향이 어긋난 대화라든지, 서로가 상대에게 품고 있는 착각도 무척 유쾌했다.

 

  황재하의 성격이 활기차고 긍정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최고의 방법을 모색하고, 남의 도움에 고마워하고 또한 남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게다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죄를 저질렀으면 법 앞에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좋았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위험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까지 로맨스 소설의 진행을 따르자면, 조만간 이서백은 황재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고 그녀의 옆에 얼쩡대는 주자진이라든지 왕온에 대해 경계의 눈길을 보낼 것이다. 주자진은 왜 내가 남자인 환관에게 눈길이 가는가 고민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황재하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좋은 협력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왕온은 아마 양숭고라는 환관이 자신의 약혼녀이자 수배범인 황재하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다. 두 번째 사건을 해결할 때, 그가 남긴 말이 의미심장했기 때문이다. 그가 그 사실로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과연 그는 황재하의 적이 될 것인지 아니면 동료가 될 것인지, 그리고 이서백의 연적이 될지 아닌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추리 로맨스 소설 중에는 로맨스에 치중하는 바람에 추리적인 면이 상당히 빈약한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추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바람에, 로맨스 감정의 흐름이 이상할 때도 있었다. 이 작품은,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흐름이나 두 장르에 대한 비중은 적절한 것 같았다. 계속 이런 분위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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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기다리며 (2disc)
모홍진 감독, 윤제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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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모홍진

   출연 - 심은경, 윤제문, 김성오, 오태경





  연쇄 살인범을 수사하던 반장이 자신의 생일날 집 앞에서 습격을 받아 사망한다. 그의 어린 딸 ‘희주’만 남기고. 15년이 지나 희주는 아버지의 동료 경찰들의 보살핌 아래 성인으로 컸고, 범인인 ‘기범’이 마침내 출소한다. 그런데 그가 나오자마자, 예전에 그가 저질렀던 범죄와 비슷한 패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그가 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증거가 없기에 감시만 할 뿐이다. 한편 남들에게 보이는 순진하고 약간은 어수룩한 모습과 달리, 희주는 냉철하게 사건의 패턴을 연구하고 기범을 쫓는데…….



  영화는 중반까지 억울해하는 기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모습, 그리고 혼자서 사건을 조사하는 희주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혹시 기범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던져준다. 하지만 계속 보다가 문득 비슷한 설정의 외국 작품 몇 개가 주르륵 떠올랐다. 아, 그런 걸까? 그 예상은 맞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할 테니, 살인 사건의 패턴도 비슷할 수 있겠지. 그 부분은 그렇게 넘어가도록 하자.



  그런데 그 과정에서 희주보다 뒤늦게 사건의 패턴을 파악한 경찰들의 모습이 좀 황당했다. 그녀가 프로파일러에 최적화된 천재라면 모를까, 어떻게 그걸 경찰들이 못 알아낼 수 있지? 아! 진짜 희주가 천재였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15년 동안 그녀를 돌봐준 수많은 베테랑 경찰들을 감쪽같이 속여 넘길 정도였으니까.



  중반 이후, 희주와 기범의 본격적인 대결은 무척이나 아슬아슬했다. 희주가 똑똑하다고 하지만, 기범은 연쇄 살인으로 악명을 떨친 숙련된 범죄자였다. 체력적으로나 실전 응용부분에서는 기범이 좀 더 유리했다. 그렇지만 대놓고 영화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을 차용한 장면은 좀 실망이었다. 음, 이건 어쩌면 기범이 그 영화를 인상적으로 봐서 언젠간 따라해 봐야지라고 다짐한 거였을지도 모른다.



  결말을 보면서, 왜 그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복수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기범이 만약에 유능한 변호인을 구했다면, 그 모든 혐의에 대해 반박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연쇄 살인범으로 복역을 했으니, 아무도 그를 위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어이없이 무너진 걸까? 자기편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결말까지 가는 과정에서 좀 길어지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희주가 왜 자신의 재능을 숨기면서 살았는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설마 15년 전부터 그런 결심을 하고 살았다는 건가? 그런 거라면 너무 조숙하고 똑똑하다. 하지만 15년 동안 그 머리로 생각해낸 결과가 이거라면 음……. 그 외에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 몇 개 더 있었다. 어떻게 희주가 기범이 묵는 곳에, 아차 그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패스! 그리고 경찰이 기범을 찾아가서 시비를 거는 장면은 공권력의 강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멀쩡히 밥 먹는 사람 머리를 내리치다니……. 기범이 변호사를 고용해 경찰을 고소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화풀이를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찬찬히 따지고 보면 설정에서 어딘지 많이 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하지만 중반까지 이리저리 설정을 꼬아서 생각할 여지를 준 건 마음에 들었다.



  아! 기범으로 나온 ‘김성오’는 진짜 범죄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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