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Agatha Christie's Marple, 2009
출연 - Julia McKenzie
미스 마플의 네 번째 이야기 묶음이다. 이번 시즌부터 마플 역할을 맡은 배우가 ‘제랄딘 매큐언’에서 ‘줄리아 맥켄지로’ 바뀌었다. 내가 영상으로 만난 미스 마플은 ‘조앤 힉슨’, 제랄딘 매큐언 그리고 이번의 줄리아 맥켄지, 이렇게 세 사람이다. 인상적인 배우는 어린 시절 처음 미스 마플 영화로 만난 조앤 힉슨이었고, 내가 생각하는 미스 마플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배우는 제랄딘 매큐언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주연을 맡은 줄리아 맥캔지는 너무 착한 분위기여서 과연 어떨까 했는데, 평범한 이미지로 사람들 사이에 잘 녹아들었다. 그걸 노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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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인 『A Pocket Full of Rye』는 소설 ‘주머니 속의 죽음 A Pocket Full of Rye, 1953’을 영상화했다. 투자 신탁회사 사장인 ‘포테스큐’가 사무실에서 독살당한다. 그를 죽인 범인에 대해 용의자도 미처 정리하기 전에, 이번에는 그의 두 번째 부인과 하녀로 일하는 ‘그래디스’가 저택에서 각각 독살당하고 교살된다. 미스 마플은 자기 집에서 일했던 그래디스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는데…….
동요 라임에 맞춘 살인마가 나오는데, 마지막 장에서 미스 마플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책에서 읽는 것보다 더 재수가 없었다. 얼굴 반반하고 말 잘하며 예의 바르면서 사악한 이미지의 배우를 잘 골랐다.
『Murder Is Easy』은 소설 ‘위치우드 살인사건 Murder Is Easy, 1939’을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다. 미스 마플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한 노부인이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살인은 들키지 않으면 쉽다.’거나 ‘다음 희생자는 범블비.’라는 말 때문에, 노부인의 마을로 향한다. 노부인의 장례식 날, 그녀의 예언대로 범블비라는 애칭의 의사가 살해당하는데…….
원작에서는 미스 마플이 나오지 않지만, 드라마화하면서 등장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사건의 동기를 원작과 달리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등장인물의 관계와 몇 가지 세부사항이 달라졌다. 원작의 동기는 심리적인 것으로 어떻게 보면 범인이 예민하고 자존심이 높았기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동기는 심리적이면서 동시에 숨기고 싶었던 비밀에 관련되어 있어서인지, 안쓰러우면서 ‘어쩜, 불쌍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불안함 때문에 마구 죽이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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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Do It with Mirrors』는 소설 ‘마술살인 They Do It with Mirrors, 1952’이 원작이다. 미스 마플은 친구 ‘루스’의 부탁으로, 그녀의 동생인 ‘루이즈’를 방문한다. 두 자매와 다 친구였기에, 루이즈는 미스 마플을 환영한다. 루이즈는 세 번째 남편과 함께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정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스 마플이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에 불안함을 느끼는 가운데, 루이즈의 의붓아들이 시체로 발견되는데…….
여기서는 두 자매가 등장한다. 예쁜 외모로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사랑만 받아온, 활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왔던 양녀 ‘지나’. 그와 반대로 부모의 사랑을 모두 언니에게 빼앗기고 평생 그들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해온, 그 때문에 소심하고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왔던 친딸 ‘밀드레드’. 루이즈는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가운데 지나만 걱정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밀드레드는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루이즈가 왜 지나만 편애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친딸은 자기와 피로 이어졌기에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알 거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넌 내가 낳은 딸이잖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그런 생각은 자기만의 망상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나저나 자기보다 어린 새어머니를 맞이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소설을 읽을 때부터 그게 참 궁금했다.
마지막 이야기인 『Why Didn't They Ask Evans?』는 소설 ‘부머랭 살인사건 Why Didn't They Ask Evans?, 1934’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산책하던 바비는 한 남자가 절벽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왜 에반스에게 부탁하지 않았지?’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다. 그리고 얼마 후, 바비는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바비와 어린 시절 그의 친구였던 ‘프랭키’ 그리고 바비 엄마 친구인 미스 마플까지 합세해서, 세 사람은 왜 그 사람이 살해당했는지 밝히기로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원작에 없는 미스 마플이 등장하느라, 몇 가지 설정이 바뀌었다. 그 때문에 범인의 정체라든지 동기 등등이 달라졌다. 원작은 오직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이번에는 복수였다. 범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를 바란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미스 마플의 이야기 끝까지 듣지 말고 그냥 죽이라고! 선 살인 후 듣기! 이게 어려워! 엉? 드라마를 보면서 그렇게 열 받기도 또 오랜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