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황동혁(연출), 황동혁(극본)
출연 –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정호연
‘기훈’은 회사에서 정리해고되고, 이후 하는 가게마다 망하기만 한다. 부인과 이혼하고, 노모와 함께 살면서 한몫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경마에 빠져 사채까지 쓴 사람이다. 딸의 생일 선물을 사주라고 노모가 준 돈마저 경마에 날린 그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게임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동의하고 차에 타자마자 정신을 잃은 기훈이 눈을 뜨자, 거기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분홍색 점프슈트를 입고 가면을 쓴 자들이었다. 사람들이 처음 한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다들 아이들이 하는 유치한 게임이라 생각했지만, 술래에게 걸린 사람들이 사살당하는 것을 보면서 모두 경악한다. 참가자는 모두 456명. 상금은 참가자 한 명당 1억, 총상금 456억을 걸고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게임이 시작되는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게임의 배후는 밝히지 않겠지만, 최후의 승자는 언급할 겁니다. **
이미 많은 사람이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 수많은 감상을 쏟아내고 있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1억 명 이상이 보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어떤 게임이나 경기에 참여하는 설정의 작품은 꽤 있다. 오직 돈을 위해서인 경우도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다. 아니면 지구 대표로 뽑히는 것도 있었고. 또한, 탈락하면 그냥 게임에서 배제되는 작품도 있고 탈락과 동시에 죽는 예도 있다. 하여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끝까지 살아남는 과정을 보는 것은, 꽤 재미있다. 내가 직접 당하는 게 아니니까.
이 작품에서 게임이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은, 돈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당장 노모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기훈이나, 회사 공금을 빼돌려 투자한 것이 실패해 엄청난 빚이 생긴 ‘상우’, 북에 있는 가족을 빼내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새벽’ 그리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일하러 왔지만, 온갖 사건·사고를 다 겪고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알리’ 등등 모두가 다 애절한 사연이 있었고 절박했다. 그래서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주인공이 너무 사이코패스 악당이면 보는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기 어려우니까, 기훈은 좀 예외적이었다. 적당히 속물이었고, 적당히 의리도 있으며, 적당히 정도 있고, 적당히 기회주의적이었다. 어릴 적 친구인 상우를 챙기고, 알리와 새벽에게 손을 내밀었으며, 동시에 이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갈등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뭐, 게임에서 이기면 그 기쁨 때문에 그런 건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결말 부분에서 ‘잉?’했다. 음, 이건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지만 등장인물 중에 제일 유명한 사람이 ‘이정재’인데, 그 이정재가 기훈 역할을 맡았다면 최후의 승자가 누구인지는 당연한 거 아닌가? 하여간 기훈이 그런 선택을 한 건 내 입장에서는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지키고 싶어 했던 건 무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가 그렇게 외쳤던 ‘사랑해, 딸’은 말뿐이었다. 그에게 소중한 건, 가족이 아니었다. 그럴 거였으면서, 왜 그렇게 재혼한 전 부인을 찾아가고 딸을 만나고 그랬던 걸까? 정작 중요한 순간에 그렇게 내팽개칠 거면 말이다. 돈이 없을 때는 노모와 전 부인을 그렇게 괴롭게 하더니…….
이 작품과 유사성이 제기되던 ‘아리스 인 보더랜드 Alice in Borderland 今際の国のアリス, 2020’나 ‘신이 말하는 대로 As the Gods Will, 神さまの言うとおり, 2014’, 그리고 ‘쏘우 Saw, 2004’ 시리즈를 다 봤는데, 음 기본 설정 그러니까 위에서 언급한 갑자기 게임에 참가해 고군분투하는 설정은 비슷했다.
그런데 확연히 다른 점이 있는데, 그건 모두에게 사연을 부여하고 그들의 행동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어떤 이는 슬퍼했고, 또 어떤 이는 ‘꼴좋다’라며 좋아했고, 또 어떤 이는 ‘안돼!’를 외치게 했다. 그 부분이 달랐다. 신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의 신파는 적절하게 들어간 것 같다.
그나저나 드라마는 에피소드별로 소제목이 있는데, 마지막 9회는 소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였다. ‘운수 좋은 날’이라니,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누구나 다 교과서에서 봤던 그 단편 소설 제목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