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
김곡 외 감독, 메이다니 (Maydoni)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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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감독 - 김곡, 김선

  출연 - 은정, 황우슬혜, 메이다니, 최아라


  작년에 본 영화. 작년에 개봉한 호러 영화를 세 개 봤는데, 다들 괜찮았다. ‘고양이’가 셋 중에서 제일 덜 무서웠고, ‘기생령’이 그 중 최고로 무서웠다. 이 영화는 중간정도. 내용은 고양이와 비슷하게 느슨한데, 화면이 무서웠다. 거기에 내가 소리에 약한 점도 있고.


  4인조 신인 여자 아이돌 그룹이 있다. 우연히 이사한 연습실에서 발견한 뮤직 비디오. 미발표곡이고 꽤나 멜로디가 좋아서 그들은 그 노래를 자기들 것이라 발표한다. 노래는 그야말로 대 히트를 치며, 그들은 단숨에 정상에 오른다.


  하지만 원래 사이좋지 않았던 그녀들이라, 메인이 되기 위해 질투하고 시기하고 비방을 해댄다. 그런데 한 멤버가 연습실에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이크 줄에 목이 멘 것. 그 다음 메인이 된 소녀는 뮤직 비디오 촬영 중 쓰러지면서 큰 부상을 입는다. 이제 남은 멤버는 둘.


  그 중 제일 나이가 많아 따돌림을 당하던 리더는 그 노래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두 소녀 다, 사고를 당하기 직전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자신에게 사과를 한 것 때문이다. 그녀는 그 노래를 부른 가수에 대해 조사하면서,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고자 한다.


  예전 토요 미스터리나 괴담 집에서 본 듯한, 친숙한 내용이었다. 한을 품은 사람의 저주가 서린 노래나 영화에 관한 작품은 많았다. ‘여우령’도 그렇고, ‘전염가’도 비슷하다고 봐야하나?


  영화는 자연스럽게 연예인 스폰서나 사생 팬들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들이 어떻게 공생하는지 간단하면서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주 살짝 언급되는 정도. 하지만 충분히 내포된 뜻을 알 수는 있을 만큼.


  노래를 소재로 활용한 만큼 음향이나 반복되는 멜로디는 충분히 귀를 자극했다. 그리고 화려한 의상이나 조명과 대비되는 어두운 연습실과 건물 그리고 피.


  예쁜 얼굴의 소녀들이 내보이는 일그러진 마음은 불쌍하기까지 했다. 서로를 상처주고 죽게 만들 정도로 그룹의 메인이라는 게 중요한 지…….


  하긴 누구나 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것이니까. 그걸 위해서 무엇이든 하려는 게 사람의 마음이긴 하다.


  제일 안타까웠던 점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너무 카리스마가 없었다. 물론 십대를 타깃으로 한 호러 슬래셔물은 외국에서도 대개 신인 배우들을 기용해서 만들기는 한다. 그거야 그냥 비명 지르고 울고 도망가다가 한 번 벗어주고 죽으면 되는, 그리 큰 연기력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뭐.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는……. 게다가 이 영화는 약간의 추리 과정과 인물의 심리 변화가 드러나는 부분이 들어 있어서, 그 부분을 놓친 연기가  더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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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트롤 - 타임 패트롤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4
폴 앤더슨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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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ime Patrol

  작가 - 폴 앤더슨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그 때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았으면, 또는 미래로 가 봤으면…….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고 상상을 자극하는 소재이다. 내 미래를 미리 안다면? 내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 시간 여행 물은 주인공이 깽판을 치면서 다녀도 재미있고, 시간을 바꾼 범죄자들을 잡으러 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왜냐하면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는 상황 때문이다.


  굉장하지 않은가? 내가 중생대에서 설치류 하나를 죽이면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니! 갑자기 작가와 제목을 까먹은 소설 하나가 떠오른다. 시간 여행자가 고생대던가 거기서 나비 하나를 죽이고 돌아왔더니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는…….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바로 시간 여행물이다. ‘그래니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내가 과거에 가서 할머니랑 연애질하다가 사고 치면 어떻게 되는가? 영화 ‘터미네이터’ 1편에서 보면, 존 코너는 자신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지키기 위해 과거로 부하를 보낸다. 그런데 그가 사라 코너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는데, 그가 바로 존 코너였다. 결국 존 코너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시간 여행 물은 재미도 있지만, 잘못 쓰면 심각한 오류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타임 패트롤'은 재미뿐만 아니라 깔끔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타임 패트롤인 주인공의 모험을 그린 책이다.


  미래에 드디어 타임머신이 발명된다. 그것의 비밀을 쥔 세력이 모든 것을 좌우지하려할 때, 훨씬 더 미래의 진보된 종족이 나타나 그들을 저지한다. 그리고 각 시대의 인물을 뽑아 타임 패트롤을 결성한다.


  주인공은 20세기 초엽의 군인 출신으로 처음에는 그 시대를 감찰하다가, 나중에는 아무 때나 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는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이, 미래의 시간 여행자들이 실수로 자신들의 비밀을 누설해서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미래의 범죄 시대의 사람들이 과거로 가서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거 시대의 철저한 역사적 문화적 고증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읽다보면 ‘정말 대가는 다르구나.’ 라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백미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델렌다 에스트(Delenda Est)' 한니발이 로마를 점령해서, 카르타고가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을까하는 주제이다. 중편에 해당하는 이 에피소드를 읽어보다가 그만 눈물이 나왔다. 어쩌면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카르타고의 승리로 완전히 바뀐 세계의 판도를 나타낸 부분은 정말 압권이었다. 언어나 국제 정세, 문화까지 바꾸어 버린 설정은 굉장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하나의 지구를 새로 만들어 낸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구상을 하고, 구조를 짜고, 검토를 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역시 작가란 대단한 직업인임에 틀림없다.


  이런 작품은 두고두고 읽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3권까지 나온 걸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그 다음 아, 내 지갑하면서 좌절했지만. 책 적금이라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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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 1
박무직 지음 / 아선미디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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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박무직


  애인님이 빌려주신 만화책. 애인님은 참으로 다양한 책을 많이 갖고 계신다. 영화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그건 보지 못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영화는 윤락녀 출신의 여성이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고, 만화는 그 앞부분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왜 그녀가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는지 그 점을 다루고 있다.


  윤락녀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대부분이 욕설과 조롱이 곁들어진 그런 이미지. 물론 나도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면 되지, 굳이 그런 일을 해야 할까? 그러다가 문득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민주주의 시장 경제의 아주 기본 대 전제를 떠올렸다. 아, 그런 것이지.


  만화에 나오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역시 그들을 무시하고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다. 사람을 앞에 대놓고 쓰레기, 척결해야할 사회의 암이라는 등등의 말을 퍼붓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주인공의 동료 한 명이 강간을 당했지만,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다. 도리어 원래 그런 존재이니 당해도 싸다는 그런 말이 돌아올 뿐이다. 경찰 서장도 그렇고 병원은 물론 지역 의원까지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인권은 물론이고 기본권조차 없는, 그냥 배설구에 불과한 그런 취급을 받는다. 웃기는 건, 그러면서 그녀들을 가까이한 당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점이다. 자기들의 지위를 이용해서 마음껏 즐길 거 다 즐긴.


  누구였더라, 외국 작가의 SF 단편 소설이 떠올랐다. 한 도시가 있다. 엄청나게 번성한, 사람들이 모두가 다 행복하게 잘 사는 그런 꿈의 도시였다. 그런데 그곳에 비밀이 하나 있다. 그 도시가 부흥하기 위한 기본 조건. 그것은 바로 몇 사람의 희생이었다. 도시 지하에 갇혀서 사람들의 무관심과 조롱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그렇지만 그런 그들의 희생은 칭송을 받기보다는 피하고 맞닥뜨리기 싫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꼭 이런 거다. 남의 등을 밟고 일어서서 성공한 주제에, 자기 발밑에 있는 사람을 우습게 여기고 깔보는 그런 심리. 아, 한국의 정치가들 심보인가?


  그러고 보니 일본 만화가 클램프의 ‘마법 기사 레이어스’에도 이런 비슷한 것이 나온다. 그 나라를  존재하게 지탱하는 것은 공주의 희생. 공주가 희생하지 않으면 나라는 무너진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지만, 가장 편한 것이 공주의 희생이기에 누구나 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주는 사랑과 존경을 받기는 했지만. 하여간 만화의 시작은 공주가 그 희생하기를 거부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하여간 만화는 그런 얘기를 보여주면서, 왜 그녀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야했는지 말하고 있다. 보다보면 참으로 화나는 장면이 많았다. 특히 그 강간당한 여자는 너무 잔인하게 당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는지 참……. 그리고 한국 만화에서 그 정도 수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인권의 문제이다.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만 돈 버는 방법이 다른 것뿐인데 왜 경멸을 받아야 하는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소외 계층에 관한 얘기이다. 어찌 보면 남을 속이면서 부를 차지하는 사람들보다는, 몸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그녀들이 더 인간적이기는 하다.


  그래,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자기보다 뭔가 부족하다고 깔보지 말자. 다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윤락녀 문제는 음, 왜 여자들만 욕을 먹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남자들은 그들을 벌레 보듯이 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혼자 즐겼을까?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지,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는지, 누가 먼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그렇다. 양쪽 다 문제가 있는 거니까, 한 쪽만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긴 팔은 안으로 굽는다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들보다는 일반 남자들의 편을 들어주겠지.


  어쩌면 나도 그럴 것이다. 내 애인님이나 오빠, 동생이 그런 곳에 갔다고 듣는다면 그런 곳이 있으니까 갔을 거라고 애써 마음을 다스렸을 것이다. 아, 이건 마치 강간한 남자애 어머니가 피해자 여자애가 꼬리치고 다녀서 자기 아들이 실수한 거라고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역시 나도 속물적이고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인간에 불과하니까.


  만화는 보면서 슬펐는데,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아파서, 영화는 안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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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변승욱

  출연 - 박민영, 김동욱, 김예론

 

  작년에 이 영화를 혼자 보러 갔을 때, 자리에 앉으니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혹시 나 홀로 극장이 되지 않을까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공포 영화였으니까. 하지만 의외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시간이 되자 우르르 몰려들었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주연을 맡은 여배우가 그 당시 드라마로 주가를 높이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충격으로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소연은.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펫숍에서 일하는 그녀 주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이상한 소녀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게다가 단골 고객이 의문사하더니 친구까지 갑자기 숨을 거둔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고양이와 관련이 있다고 믿으며, 소녀의 정체를 밝히고자 노력하는데…….

 

  동물들은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개가 짖거나 고양이가 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면, 거기엔 귀신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고양이는 자기에게 해를 끼치면, 꼭 복수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호러 소설도 있고. 그래서 내가 애완동물을 싫어한다.

 

  이 영화는 그런 고양이에 얽힌 괴담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덧붙여 오래 전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까지 곁들여서. 영화를 보고나니, 고양이가 더 싫어지고 무서워졌다. 영화는 예상보다 덜 무서웠지만 말이다.

 

  보는 내내 다른 여러 가지 영화나 소설들이 떠올랐다. ‘주온’이라던가 ‘검은 물 밑에서’ 내지는 ‘링’같은 일본 작품들과 ‘검은 고양이’ 같은 미국 소설까지. 그래서인지 대충 다음엔 어떤 분위기나 장면이 나올 것이라 추측이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중반 이후부터는 흥미가 약간 시들해지기도 했다. 음, 소녀가 죽는 장면은 슬프긴 했다. 불쌍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복수가 너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그들을 그렇게 만든 주인이나 그 어른들을 원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자기들을 버리고 죽게 만든 이들은 가만히 내버려두고, 왜 애꿎은 사람들만 죽이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지 싫어하는 분홍색으로 염색을 시켜서? 애물단지라며 보기 싫다고 화를 내고, 잡혀온 고양이나 개를 죽이는 유기 동물 보호소 직원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사랑하는 할머니를 구박한 나쁜 아빠라서?

 

  이건 완전히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격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건 복수라기보다는 화풀이에 불과하다. 자신을 버린 주인은 강자이니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만만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약자로 보고 괴롭히는. 게다가 떼로 한 명을 괴롭히니 이건 집단 괴롭힘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설득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복수의 대상이 잘못되었기에, 그들의 행동은 당위성을 갖지 못했다. 목적도 대상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 살인이었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누가 봐도 뻔한 전개에 예측 가능한 결말. 막판에 눈물을 자아내게 만드는 고질적인 신파조의 스토리. 그 덕분에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는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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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도 살인사건 (2disc)
박솔미 외, 김한민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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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김한민

  출연 - 박해일, 박솔미, 성지루

 

  ‘3일 사이에 섬사람들 17명이 몽땅 사라졌다!’는 카피를 보는 순간 마리 셀레스트 호 사건이 떠올랐다. 그리고 ‘범인이 이 중에 있다.’라는 문구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이 연상되었고 말이다.

 

  평온하기만 한 섬 극락도. 사람들도 그렇고 경치도 모두가 좋기만 한 곳이다. 이 마을의 고령자인 김 노인의 팔순 잔치가 벌어지던 날. 두 사람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살인! 외부로 나간 배도, 들어온 배도, 외부로 나가고 들어올 길도 없는 섬. 범인은 마을 사람 중에 있다! 순박하게 서로 믿고 살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의심이라는 것이 피어나면서, 사건은 꼬이기 시작하고 시체가 점점 늘어나는데, 과연 누가 범인일까?

 

  좋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구별하는 나만의 기준 중 하나는 상영 시간이다. 상영시간이 길지만 전혀 그런 느낌을 받는 영화가 있고, 긴 상영 시간 내내 ‘언제 끝나.’라는 중얼거림이 나오는 영화도 있다. 물론 상영 시간이 짧지만 지루한 영화도 있지만, 그건 패스. 전자는 ‘나이스! 좋았어!’라는 외침이 나오는 영화이고, 후자는 ‘후우…….’하고 한숨만 쉬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전자도 중간도 아닌 중간이었다. 112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짧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영화 초중반까지는 길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긴박하게 사건이 진행되었다. 막판에 가서 다소 힘이 빠진 느낌이 들었지만 말이다. 특히 쪽지가 발견된 이후, 너무 그것에 연연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요즘 아역 배우들은 참 연기를 잘한다. 영화 ‘할로윈 2007’의 아이도 그랬지만, 여기에 나온 두 소년소녀도 참으로 천역덕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며 연기를 잘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곱상한 외모로 국어책도 잘 못 읽는 배우들보다, 이 두 아이들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배우들도 연기를 잘 했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진행을 좀 더 압축하고, 조금만 더 빨리 진행시켜서 시간을 줄였으면 훨씬 좋았을 텐더라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왜냐하면 스릴러라는 장르가 너무 몰아치면 관객이 피곤하고, 너무 느슨하면 긴장감이 떨어지는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사람들이 숨을 몰아쉬면서 머리를 굴릴 시간도 줘야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늘어지면 긴장감이 탁 풀려서 지루해질 위험이 있으니까. 그래서 스릴러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이나, 스릴러 소설 잘 쓰는 작가들 보면 부러워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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