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변승욱
출연 - 박민영, 김동욱, 김예론
작년에 이 영화를 혼자 보러 갔을 때, 자리에 앉으니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혹시 나 홀로 극장이 되지 않을까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공포 영화였으니까. 하지만 의외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시간이 되자 우르르 몰려들었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주연을 맡은 여배우가 그 당시 드라마로 주가를 높이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충격으로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소연은.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펫숍에서 일하는 그녀 주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이상한 소녀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게다가 단골 고객이 의문사하더니 친구까지 갑자기 숨을 거둔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고양이와 관련이 있다고 믿으며, 소녀의 정체를 밝히고자 노력하는데…….
동물들은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개가 짖거나 고양이가 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면, 거기엔 귀신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고양이는 자기에게 해를 끼치면, 꼭 복수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호러 소설도 있고. 그래서 내가 애완동물을 싫어한다.
이 영화는 그런 고양이에 얽힌 괴담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덧붙여 오래 전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까지 곁들여서. 영화를 보고나니, 고양이가 더 싫어지고 무서워졌다. 영화는 예상보다 덜 무서웠지만 말이다.
보는 내내 다른 여러 가지 영화나 소설들이 떠올랐다. ‘주온’이라던가 ‘검은 물 밑에서’ 내지는 ‘링’같은 일본 작품들과 ‘검은 고양이’ 같은 미국 소설까지. 그래서인지 대충 다음엔 어떤 분위기나 장면이 나올 것이라 추측이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중반 이후부터는 흥미가 약간 시들해지기도 했다. 음, 소녀가 죽는 장면은 슬프긴 했다. 불쌍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복수가 너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그들을 그렇게 만든 주인이나 그 어른들을 원망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자기들을 버리고 죽게 만든 이들은 가만히 내버려두고, 왜 애꿎은 사람들만 죽이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지 싫어하는 분홍색으로 염색을 시켜서? 애물단지라며 보기 싫다고 화를 내고, 잡혀온 고양이나 개를 죽이는 유기 동물 보호소 직원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사랑하는 할머니를 구박한 나쁜 아빠라서?
이건 완전히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격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건 복수라기보다는 화풀이에 불과하다. 자신을 버린 주인은 강자이니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만만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약자로 보고 괴롭히는. 게다가 떼로 한 명을 괴롭히니 이건 집단 괴롭힘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설득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복수의 대상이 잘못되었기에, 그들의 행동은 당위성을 갖지 못했다. 목적도 대상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 살인이었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누가 봐도 뻔한 전개에 예측 가능한 결말. 막판에 눈물을 자아내게 만드는 고질적인 신파조의 스토리. 그 덕분에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는 힘을 잃었다.